“이번 역은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서울·부산 지하철 안내방송과 만화 영화 ‘짱구는 못말려’ 속 짱구 엄마 목소리로 널리 알려진 성우 강희선씨가 4일 66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유족 측은 고인이 이날 오전 2시 10분께 인제대 상계백병원에서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중경고, 배우를 꿈꾸며 서울예전 방송연예과에 입학했다. 지도교수의 권유로 성우의 길을 택한 고인은 대학 2학년 때인 1979년 TBC 성우극회 10기로 입사했다가 1980년 방송 통폐합으로 KBS 성우 15기가 됐다.
첫 더빙 애니메이션은 ‘빨간 머리 앤(KBS)’이었다. 1980∼1990년대 ‘주말의 명화’, ‘토요명화’ 등이 안방극장을 점령하던 외화 전성시대엔 샤론 스톤, 미셸 파이퍼, 줄리아 로버츠, 니콜 키드먼을 연기했다.
1996년부터 서울·부산 지하철 안내방송으로 시민들을 만났다. 고인은 2024년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서 음정의 변화가 없는 지하철 더빙이 어려웠다고 회상한 바 있다. 코레일이 운영하는 서울 지하철 1, 3, 4호선은 이후 기계음으로 바뀌었다. 고인은 “가서 (기계음을) 들어봤더니 사람의 정서가 없더라”고 했다.
‘짱구는 못말려’에서는 26년간 ‘짱구 엄마’ 봉미선과 ‘맹구’를 담당했다. “짱구야, 우리 짱구는 아주 멋진 아들이야 알지?”, “자식이 위기에 빠졌는데 가만히 있을 부모가 이 세상에 어디 있어? 그런 부모는 어디에도 없어. 부모에게 자기 자식은 목숨보다 소중해!” 같은 명대사를 더빙했다. ‘무한지대 큐!’, ‘비타민’에서도 목소리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2013∼2016년 KBS 성우극회장, 한국성우협회 수석 부이사장을 역임했으며, 2002년 KBS 성우연기대상 최우수외화연기상, 2005년 KBS 성우연기대상 최우수연기상, 2018년 대중문화예술상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2021년 대장암 진단을 받았고 간으로 전이되면서 시한부 2년 선고를 받았다. 항암 치료를 47번 받으면서도 짱구 극장판 녹음을 14시간 30분 동안 진행했다. “지하철 안내방송은 병실에서 녹음한 적도 있다”고 했다. 서울 지하철 3호선 대곡역을 안내하는 성우 톤이 낮아졌다고 시민들이 알아차렸을 정도였다고 한다.
아들 안은석(독립영화 투자제작사 본필름 대표·민주평통 자문위원)씨는 “항상 성우 일에 신념을 가지고 있었고 사랑하신 분이었다”고 말했다. 유족은 1남 1녀(안은석·안지선)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31호실, 발인 6일 오전 7시40분, 장지는 용인공원 아너스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