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고교야구 대회 도중 광주일고를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 응원 구호를 외쳐 논란을 빚은 배재고 야구부를 비판하는 근조 화환과 과도한 비난 여론에 대해 배재고 학생들을 응원하는 화환이 2일 서울 강동구 배재고등학교 앞에 나란히 놓여 있다. 우상조 기자
고교 야구대회 도중 광주제일고 선수들을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구호를 외쳐 ‘6개월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배재고 야구부 선수들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해당 구호가 5·18 민주화운동 비하 논란을 일으킨 ‘스타벅스 탱크데이’ 이벤트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호남 지역 의원들 사이에서는 야구부 해체 주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전북 익산을이 지역구인 한병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추가 발언을 요청해 “진보와 보수를 떠나 인간이라면 5·18을 가지고 장난치거나 폄훼해서는 안 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 원내대표는 “(당시) 군사 독재정권이 정권을 탈환하기 위해 우리 국민에게 총을 쐈다. 칼로 찔렀다. 우리 가족들이 쓰러져 나간 사건”이라며 “수많은 시민이 그 아이들의 죽음 소식을 확인하고 현장에 가서 아이들의 시신을 확인하고 울부짖었다”고도 했다.
문정복 최고위원도 이날 회의에서 “왜곡된 역사 인식이 교육현장 주변에 방치되어 온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며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배재고는 지난해까지 (보수단체) 리박스쿨 교재로 활용된 도서를 다수 보유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전남에서만 4선을 지낸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은 지난달 29일 사건 직후 페이스북에 “배재고 야구부는 즉각 해체하고, 학생들의 행위는 학교폭력으로 엄벌해야 한다”며 “정용진이라는 그 자 때문에 나라가 갈수록 걱정”이라고 적었다.
지난 5월 26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다만 민주당에서도 중도층 민심에 민감한 서울 지역 의원들은 공개 발언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특히 배재고가 위치한 서울 강동구를 지역구로 둔 진선미·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같은 한강벨트인 서울 중구·성동을의 박성준 의원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정치인은 자제했으면 좋겠다. 교계의 자정작용을 지켜보자”고 적었다. 익명을 원한 서울 지역구 의원은 “이미 부동산 문제로 서울 민심이 흉흉한 상황이라 배재고 문제까지 살펴볼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의 역풍 재현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당 일각에서 감지된다. 여권 관계자는 “스타벅스 논란이 여성 유권자의 거부감 등을 불러 서울시장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는 평가가 적잖다”며 “배재고 논란도 어떻게 튈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친여 커뮤니티에서도 배제고 선수들에 대한 지나친 비판을 두고 “여론이 역전되는 것 같다”고 경계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지난달 29일 고교야구 전국대회에서 배재고 야구부 선수들이 상대팀인 광주제일고를 향해 지역 비하를 연상시키는 "스벅가야지" 구호를 외치던 장면. 사진 X 캡처
이런 가운데 야권에서는 징계 수위를 문제 삼는 목소리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3일 “학생들에 대한 징계철회·선처당부 공문을 대한체육회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발송했다”며 “스타벅스, 일상적 단어마저 정치적 금기어로 만들고 혐오의 굴레를 씌우는 행태는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의 분열 정치가 빚어낸 과잉 이념화 촌극”이라는 글을 SNS에 올렸다. 배재고 출신인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도 전날 “배재고가 부정적 논란의 대상이 된 데 대해 동문으로서 아쉽게, 송구하게 생각한다”면서도 “개별적인 책임의 유무, 경중도 가리지 않은채 단체기합 주듯 6개월 출전정지라는 과한 제재를 가한 일 역시 문제가 있다”고 페이스북에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