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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도 제로 있는데…“설탕 절대 안 빼” 고집한 음료의 비밀 [비크닉]

중앙일보

2026.07.0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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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음료 냉장고를 열면 이제 ‘당 제로(zero·0)’가 기본이다. 콜라는 물론 당 충전이 중요한 에너지드링크도 제로 제품을 내놓을 정도다. 그런데 여기 대세를 거스르고 제로 당 트렌드를 거부한 음료 브랜드가 있다. 이온음료의 대명사, 포카리스웨트 얘기다.

" “사람의 몸이 변하지 않는 한 성분도 바꾸지 않겠다.” "
국내서 포카리스웨트를 생산·판매하는 동아오츠카의 입장이다. 회사는 “포카리스웨트에 들어 있는 당류는 단순한 단맛을 위한 재료가 아니라 수분이 몸에 더 빠르게 흡수되도록 돕는 필수 성분”이라고 설명했다. 당류를 완전히 제거하면 이온음료의 핵심인 ‘빠른 수분 보충’ 기능도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모두가 당을 줄이는 시장에서도 포카리스웨트가 제로 제품을 내놓지 않는 이유다.

포카리스웨트가 제로 제품을 내놓지 않는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도 “이온음료인데 당을 빼면 안 된다”, “포카리는 마시는 수액 같은 음료”, “뚝심 지키길” 같은 반응이 이어졌다. 포카리스웨트가 제로 제품을 내놓지 않는 이유를 이온음료 본연의 역할에서 찾는 소비자도 적지 않았다.
1987년 국내 출시 이후 포카리스웨트는 파란색 패키지와 흰색 물결, ‘내 몸에 가까운 물’이라는 메시지를 유지하며 브랜드 정의를 그대로 이어왔다. 사진 동아오츠카

1987년 국내 출시 이후 포카리스웨트는 파란색 패키지와 흰색 물결, ‘내 몸에 가까운 물’이라는 메시지를 유지하며 브랜드 정의를 그대로 이어왔다. 사진 동아오츠카

40년째 유지한 정체성
제로 제품을 내놓지 않는 선택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포카리스웨트는 제품은 물론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이미지와 메시지까지 40년 가까이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국내에 포카리스웨트가 출시된 해는 1987년. 그 사이 음료 시장은 여러 번 바뀌었다. 탄산음료의 전성기, 커피와 에너지드링크의 성장, 최근의 제로·저당 열풍까지 소비자의 취향은 계속 변했다. 하지만 포카리스웨트는 파란색 패키지와 흰색 물결, '내 몸에 가까운 물'이라는 메시지를 유지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일관되게 이어왔다.

이 같은 일관성은 광고에서도 드러난다. 1987년 국내 출시와 함께 시작된 포카리스웨트 광고는 수영선수 최윤희를 시작으로 젊고 건강한 이미지를 앞세운 모델들을 기용해왔다. 2001년 배우 손예진이 출연한 그리스 산토리니 배경의 광고가 큰 화제를 모은 이후에는 푸른 바다와 하늘, 달리는 청춘, ‘라라라라라라라’ CM송으로 대표되는 광고 이미지가 포카리스웨트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모델은 바뀌었지만, 광고가 전하는 분위기와 메시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청량한 자연과 건강한 에너지, 몸이 가벼워지는 순간을 꾸준히 보여주며 브랜드 정체성을 일관되게 이어왔다. 성분뿐 아니라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식까지 크게 바꾸지 않은 셈이다.

마민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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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정의를 유지한 전략은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 동아오츠카에 따르면 포카리스웨트 판매량은 2021년 1억8000만 개에서 2025년 2억8000만 개로 늘었다. 4년 새 약 56%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판매 증가율도 2022년 26.3%, 2023년 13.9%, 2024년 8.2%, 2025년 7%를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장염엔 ‘포카리’, 반복 경험은 브랜드 자산
포카리스웨트가 지금의 브랜드 정체성을 갖게 된 출발점도 일반 음료와는 달랐다. 1973년 일본 오츠카제약 연구진이 멕시코 출장 중 탈수를 겪으며 '마시는 링거액'을 만들 수 없을까 고민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체액과 유사한 전해질 농도를 고려한 음료를 개발했고, 1980년 일본에서 처음 출시된 뒤 1987년 국내에 들어왔다.

마민아 디자이너

마민아 디자이너


출시 이후 포카리스웨트가 강조한 것도 청량감이나 맛이 아니었다. 수분과 전해질, 흡수와 균형이었다. 동아오츠카는 포카리스웨트의 본질을 “내 몸에 가까운 물”이라고 설명한다. 회사는 “1987년 출시 이후 지금까지 일관되게 유지해 온 이 슬로건은 단순한 마케팅 문구가 아니라 우리 몸에 필요한 수분과 전해질의 균형을 맞춘 제품 설계 그 자체를 뜻한다”고 밝혔다.

지금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음료지만, 출시 초기만 해도 낯선 맛이었다. 당시 소비자들에게 포카리스웨트는 탄산음료처럼 강한 단맛도, 과일 음료 같은 향이나 맛이 없는 생소한 음료였다. 동아오츠카는 전국 시음 행사를 통해 소비자들이 직접 제품을 경험하도록 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포카리스웨트는 갈증을 해소하는 음료를 넘어 회복이 필요할 때 찾는 음료라는 인식을 쌓아갔다.

탄산음료를 넘어 스포츠음료와 이온음료까지 제로 경쟁이 확산됐지만 포카리스웨트는 제로 제품을 따로 출시하지는 않았다. 기존 제품의 기능과 정체성을 유지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사진 동아오츠카

탄산음료를 넘어 스포츠음료와 이온음료까지 제로 경쟁이 확산됐지만 포카리스웨트는 제로 제품을 따로 출시하지는 않았다. 기존 제품의 기능과 정체성을 유지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사진 동아오츠카


실제 일상에서도 이런 장면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장염이나 구토·설사로 병원을 찾았을 때 의료진으로부터 포카리스웨트 같은 이온음료를 권유받았다는 경험을 한 소비자도 적지 않다. 온라인에서도 “열이 날 때 포카리를 마셔도 되나요”, “장염일 때 포카리가 도움이 되나요” 같은 질문을 쉽게 볼 수 있다. 의학적 효능과는 별개로 소비자들은 몸 상태가 평소와 다를 때 떠올리는 음료 가운데 하나로 포카리스웨트를 기억해온 것이다.

이 같은 경험은 운동 뒤에도 반복된다. 대학생 홍윤석(24)씨는 “축구나 러닝을 하고 나면 물도 마시지만, 이온음료 중에선 자연스럽게 포카리를 찾게 된다”며 “어릴 때부터 운동을 마치면 마셨던 기억이 있어서인지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음료”라고 말했다.

브랜드가 먼저 정의를 만들었고, 소비자는 그 정의를 반복해서 경험했다. 포카리스웨트의 브랜드 자산은 그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변하지 않는 브랜드의 새로운 과제
브랜드가 오래 살아남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시대 변화에 맞춰 끊임없이 제품을 바꾸거나, 반대로 바꾸지 않을 것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포카리스웨트는 후자를 택했다. 다만 변하지 않는 전략도 소비자가 그 이유를 납득할 때야 비로소 경쟁력이 된다.

소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과거에는 수분 보충이라는 기능이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당류와 칼로리, 원재료, 기능성까지 함께 따진다. 그런데도 포카리스웨트가 여전히 선택받는 이유는, 포카리스웨트가 바꾸지 않은 것에 대한 소비자의 이해와 신뢰가 쌓여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변하지 않는 것이 경쟁력이 되려면 소비자가 그 이유를 이해해야 한다”며 “제품을 바꾸지 않는 것만큼 왜 바꾸지 않는지를 꾸준히 알리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2001년 손예진이 출연한 그리스 산토리니 배경의 광고가 큰 화제를 모으면서 푸른 바다와 하늘, 달리는 청춘, ‘라라라라라라라’ CM송으로 대표되는 지금의 포카리스웨트 이미지가 자리 잡았다. 현재는 걸그룹 아일릿(ILLIT)이 모델로 활동 중이다. 사진 포카리스웨트 광고 영상 캡처

2001년 손예진이 출연한 그리스 산토리니 배경의 광고가 큰 화제를 모으면서 푸른 바다와 하늘, 달리는 청춘, ‘라라라라라라라’ CM송으로 대표되는 지금의 포카리스웨트 이미지가 자리 잡았다. 현재는 걸그룹 아일릿(ILLIT)이 모델로 활동 중이다. 사진 포카리스웨트 광고 영상 캡처


포카리스웨트가 국내 출시 이후 40년 동안 지켜온 것은 파란 병도, 익숙한 맛도 아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제품의 역할과 브랜드의 정체성을 바꾸지 않겠다는 원칙이었다. 모두가 제로를 선택하는 시대에도 포카리스웨트가 그대로인 이유는, 변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변하지 않아야 할 이유를 지켜왔기 때문일지 모른다.
b.멘터리
오늘날 브랜드는 개인의 가치관을 담는 중요한 소비 기호죠. 치열하게 ‘자기다움’을 직조하는 브랜드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기획자들을 만납니다. 남다른 브랜드의 흥미로운 디테일을 따라 가며 설레는 여정을 기록합니다.




이지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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