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 기자의 메디컬뷰 회당 4만원대, 연간 15회 횟수 제한 제도 연착륙 위한 보완책 논의해야
[출처 GettyimagesBank]
7월부터 근골격계 수기(手技)요법인 도수치료가 관리급여로 전환됐다. 관리급여란 건강보험이 진료 비용을 지원하는 ‘급여’와 환자가 전액 부담하는 ‘비급여’의 중간 형태로, 비급여 진료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비용은 환자가 95%, 건강보험이 5%를 각각 부담한다. 도수치료는 이 제도의 첫 적용 사례다.
제도 적용을 통해 그동안 동네 병의원마다 5만원에서 15만원까지 제각각이던 도수치료 비용이 회당 4만3000원 선으로 고정된다. 이용 횟수는 원칙적으로 주 2회, 연 15회로 제한된다. 일반 물리치료를 먼저 시행해야만 도수치료를 진행할 수 있는 선결 조건도 추가됐다. 정부가 직접 가격과 공급량을 통제해 시장의 과열을 식히겠다는 규제 조치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일부 비급여 항목의 과잉 진료 문제를 해소하고, 의료적 필요도에 기반을 둔 적정 진료가 이뤄지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계는 “현장의 관행 수가에 현저히 미치지 못해 투입되는 시간과 인력, 시설 비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또 “높은 본인 부담률(95%) 탓에 환자의 실질적인 부담이 줄지 않고, 의사의 전문성도 지킬 수 없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장에 앞서 냉정하게 ‘그간 비급여 도수치료 시장이 보여준 행태가 과연 정상적이었는가’ 자문해 봐야 한다. “실손보험 있으시죠?”라는 말로 시작되는 병원의 패키지 영업, 치료가 아닌 고급 마사지나 미용 목적으로 변질된 무분별한 도수 쇼핑 사례는 만연한 지 오래다. 이런 도덕적 해이는 결국 전체 가입자의 실손보험료 폭등으로 이어졌다. 대다수 성실 가입자로선 뜬금없이 경제적 부담만 늘게 된 셈이다. 시장의 자정 능력이 상실된 상황에서 정부의 개입은 시기의 문제였을 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도가 연착륙하려면 치료가 시급한 환자들이 선의의 피해를 보지 않도록 촘촘한 방어벽을 짜야 한다. 중한 척추 질환이나 수술·골절 등으로 장기간 재활이 필요한 환자에게 연 15회라는 기준은 한계가 명확하다. 정부도 이를 반영해 관절 구축·강직 등 뚜렷한 소견이 있는 경우 의사의 판단에 따라 연간 총 24회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뒀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도수치료 운영 자체를 포기하는 병원이 나오면서 벌써부터 공급 위축이 우려되는 분위기다. 또 의학적 소견이 명확한데도 심사 불이익을 우려해 병원이 치료를 기피하거나 보험사들이 강화된 규제를 빌미로 보험금 지급을 미룬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간다. 정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상시 모니터링해 전문의의 정당한 의학적 판단이 존중받고 예외 인정 절차가 유연하게 작동하도록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규제의 목적은 과잉 진료를 솎아내는 것이지 꼭 필요한 치료를 가로막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울러 도수치료 통제로 민간 보험사들이 반사이익을 얻게 된다면 이를 철저히 감시해 실손보험료 인하 같은 국민 편익으로 환원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래야만 의료계도, 환자도 정책의 진정성을 신뢰할 수 있다.
도수치료의 관리급여 적용은 단순히 하나의 비급여 항목을 규제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빨라진 고령화 추세에서 한국의 건강보험과 실손보험 체계를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유지할 것인가를 묻는 시험대다. 의료계는 무조건적인 반발보다 제도 보완을 위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정부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유연성을 보여줘야 할 때다. 이 첫 번째 실험의 성공 여부에 보건의료 생태계의 미래가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