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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사랑했던 왕자, 22세 요절했다…우리가 몰랐던 그 이야기

중앙일보

2026.07.0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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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 신작 ‘효명’의 하이라이트 공막무를 추는 이광복(왼쪽)과 이소연. [사진 국립극장]

국립창극단 신작 ‘효명’의 하이라이트 공막무를 추는 이광복(왼쪽)과 이소연. [사진 국립극장]

‘춤이란 무엇인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모두 춤이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한 장면이 아니다. 빌리보다 더 춤을 사랑한 소년을 그린 창극 ‘효명’(6월 23~28일 국립극장)의 한 장면이다. 효명은 순조의 아들이자 정조의 손자, 사도세자의 증손자로, 세도정치의 시대에 ‘예악정치’를 외치며 20여 종의 궁중무용을 직접 만들고 22세에 요절한 비운의 왕세자다.

그리스비극에서 웹툰까지 종횡무진해 온 국립창극단이 오랜만에 역사를 소재 삼은 완전한 창작에 도전해 눈길을 끌었다. 원전이 없다는 건 핸디캡이지만, ‘조선의 루이 14세’ 효명은 우리 역사에서 아직 발굴이 덜 된 노다지같은 이야기 소재다. 학창 시절 한국무용을 췄던 유은선 예술감독이 야심차게 창극화에 나섰다. 종묘제례악 ‘일무’를 재해석해 호평받았던 현대무용가 김재덕에게 안무를 맡겨 춤 자체에 힘을 줬다. 춘앵무·가인전목단·첩승무·공막무 등 전통춤과 드라마의 백그라운드 구실을 하는 현대적 군무의 비중도 상당했다.

무대는 효명이 궁중정재를 뽐낸 것으로 알려진 순원왕후의 사순연을 향해 가며 “조선의 왕세자가 왜 춤에 빠져 살았나”라는 질문에 답을 찾는다. 일월오봉도의 권위를 가파른 바위산으로 가려 놓은 세트가 상징하듯, 세도정치로 어지럽던 시대에 예악으로 왕권을 회복하려 했던 효명의 고군분투를 그려나간다. 춤을 창작하는 예술가로서의 효명과 제도 개혁을 시도하는 지도자로서의 효명을 교차시키는 투 트랙 전개다. 낯익은 뮤지컬 문법도 엿보인다. ‘빌리 엘리어트’ ‘모차르트’처럼 어린 효명과 성인 효명이 미러링되고, 묘령의 여성 자객 ‘묘묘’라는 가상 캐릭터로 극적 효과와 함께 2인무의 미장센이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하지만 창극 경험이 없는 작가와 연출의 2000석 대극장 도전은 무리수였다. ‘햄릿’처럼 시작해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처럼 문닫는 첫 장부터 갸우뚱했다. 춤스승 ‘창하’를 비롯해 과거시험 브로커 ‘풍세’, 왈패 자객 ‘빡세’, 장악원장 ‘최림’, 병약한 순조와 어의 ‘수택’, 사연 많은 기생들까지, 수많은 캐릭터를 동원한 장면들이 파편적으로 나열됐다. 조선의 미래를 걱정하는 효명의 노래 끝에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라는 기생의 노래가 끼어들며 감정선을 깨버리는 등, 구슬은 많았지만 꿰는 솜씨가 없었다.

“너의 조선은 무엇인가?” “춤추는 조선이다”. K팝 왕국의 근저에 효명이 있다고 주장하는 무대의 완성도가 아이러니하다. 육중한 세트가 춤까지 방해하니, 효명의 꿈처럼 예술로 정치를 바꿀 순 없겠다는 회의도 든다. “난 춤을 추며 시시각각 변하는 마음의 방식을 살핀다”는 항변도 핍진성이 없으니 공허한 궤변으로 들릴 뿐. 창극의 본질인 소리도 위축됐다. 스타소리꾼 유태평양이 작창을 맡았지만, 판소리와 거리가 먼 관념적 대사를 ‘소리화’하기 어려웠을 터.

그럼에도 기생의 입을 빌어 “예술에는 ‘보관용’과 ‘개방용’이 있다”고 한 대사는 흥미롭게 들렸다. 춘향전처럼 인기 레퍼토리는 그대로 보존하되, 지루한 궁중문화는 ‘개방용’으로 펼쳐 재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효명의 삶과 예술, 정치에 관한 드라마가 ‘개방용’으로 던져진 셈이니, 열린 가능성 만큼은 희망적이다.





유주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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