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1월 캐나다에서 마크 카니 총리를 만나 이재명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 페이스북]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의 전략경제협력 특사로 캐나다를 방문해 캐나다 정부 고위 관계자와 만나 60조원 규모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과 관련해 건넨 말이다. 한화오션을 중심으로 정부와 HD현대중공업, 현대차그룹 등이 참여한 ‘팀코리아’가 가진 압도적 기술력, 캐나다 경제에 대한 기여 효과 등 경쟁력을 강조하는 의미였다.
강 실장은 캐나다 방문 첫날엔 “캐나다에서 연착은 일상”이라는 캐나다 고위 인사들의 농담을 “지금 캐나다 서부해안에 정박 중인 우리 잠수함이 태평양 1만4000km를 잠행해 오면서도 단 한 치의 지연도 없이 ‘온타임(on time)’에 도착했다. 다음엔 잠수함을 타고 와야겠다”는 뼈 있는 농담으로 받았다. 캐나다 정부는 조만간 팀코리아와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 가운데 우선 협상 대상자를 선택한다는 계획이다.
취임 후 1년여 간 방산·공급망 외교로 세계를 누벼온 강 실장은 최근 산업 정책 분야로도 활동폭을 넓히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시그니처 사업’이자 집권 2년 차 승부수인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오는 6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반도체클러스터 민관합동점검회의는 이 대통령의 모두발언 이후부터 강 실장이 주재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강훈식 비서실장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 대통령과 함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을 만나 목소리를 경청한 강 실장은 29일 국민보고회 직후엔 직접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장을 찾아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한 ‘용수 부족’ 우려를 반박했다. 강 실장은 장흥댐(11만t), 동복댐(8만t), 섬진강댐(5t) 등 각 댐의 여유 물량을 줄줄이 읊은 뒤 “이렇게 다 있는데, 문제는 일부 언론의 프레임”이라며 “정부가 용수 공급에 대해서 그 정도도 확인 안 하고 발표할 정도로 실력이 없진 않다”고 말했다.
강 실장은 ‘왜 호남이냐’는 질문엔 “일단 땅값이 싸다”며 “한국이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미국에 팹을 지으러 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기업 팔 비틀기’라는 국민의힘 공세엔 “정부가 하라고 해서 할 수 있었으면, 윤석열 정부 때 좀 열심히 하지 그랬었냐”고 되받아쳤다. 당초 이날 브리핑은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하기로 돼 있었으나, 야권의 공세에 정면으로 대응하기 위해 강 실장이 등판했다고 한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전만 해도 강 실장은 여권 내 ‘전략통’ 이미지가 강했다.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과 2022년 대선 캠프 전략본부장을 거쳐, 지난해 대선에선 캠프 총괄본부장을 지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대통령의 ‘최종 참모’로서 외교·방산·산업 등 전 영역에서 목소리를 키우면서 “체급이 달라졌다”는 평가도 듣고 있다. 강 실장은 3일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집권 2년 차 국정기조와 국정운영 방안’을 강연하며 “대중 수요에 잘 응답하는 정당이 되어달라”고 당부했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대표 직무대행과 참석자들이 3일 서울 용산구 한 호텔에서 열린 제22대 후반기 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민석 전 총리, 한 대표 빅무대행,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한성숙 국무총리, 정청래 전 대표, 송영길 의원. 임현동 기자
이처럼 역할이 커지자, 일부 여론조사에선 강 실장을 ‘차기 리더’로도 거론하기 시작했다. 시사인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9~10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2000명에게 카카오톡 URL 방식으로 ‘차기 진보세력 리더’를 질문한 조사에서 강 실장(10%)은 김부겸 전 국무총리(14%), 김민석 전 국무총리(11%)에 이어 두자릿수 지지도를 기록했다. 응답자 중 6·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을 찍은 859명의 선택은 강 실장(16%), 김민석 전 총리(15%),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11%) 순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위원회 홈페이지)
다만 강 실장은 이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대통령의 인기가 가까이 모시고 있는 저에게 흐르는 것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일축한다. 강 실장은 지난 1일 유튜브 방송에서 “대통령 임기가 4년이나 남았는데, ‘차기’ ‘향후’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게 개인적으로는 좀 많이 불편하다”며 “지금 우리가 국정 2년 차 목표로 삼고 있는 ‘대체 불가 대한민국’이 어떻게 완성돼 나가는지에 더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