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65세부터’라는 기준이 45년 만에 변화하게 될까. 서울시의회가 최근 70세 이상 고령층에게 버스 교통비를 지원하는 조례안을 통과시키면서 지하철에 이어 버스까지 무임승차 연령이 65세에서 5세 상향됐다. 이를 계기로 교통 분야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복지 기준이 되는 '법정 노인 연령' 자체를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 시내의 지하철 키오스크 모습. 뉴스1
서울시의회는 지난 24일 본회의를 열고 ‘서울시 어르신 교통비 지원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서울에 거주하는 70세 이상 시민에게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교통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서울시는 그동안 지하철에만 적용되던 무임승차 혜택을 버스까지 확대하되, 기존 65세였던 지하철 무임승차 기준 연령을 70세로 높이기로 했다. 지자체의 막대한 재정 부담을 줄이려는 취지다. 앞서 대구시는 이미 2024년부터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매년 1세씩 올리는 동시에 버스 무임승차를 신설해, 오는 2028년까지 무임승차 기준을 '70세'로 상향 조정키로 했다.
노인 연령 기준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의 가장 큰 근거는 인구 구조 변화와 현 세대 노인의 건강수준·인식 변화다. 1981년 노인복지법 제정 당시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60대 후반에 불과했으나, 2026년 현재 기대수명은 84.7세에 달한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이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노인 연령은 평균 71.6세였다. 또 65세 이상 인구의 경제활동 참가율도 2000년 29.6%에서 2025년 40.7%까지 높아졌다.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층에 진입하면서 건강과 경제력을 갖춘 '젊은 노인'들이 주축을 이루게 된 결과다.
특히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재정 위기 경고등은 구체적인 숫자로 입증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발표한 '2026 한국경제보고서'를 통해 고령화 재정 위험에 대응한 강도 높은 연금 개혁을 권고했다. OECD는 한국이 2035년까지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68세로 늦추고, 납입 상한 연령도 함께 올려야 한다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아울러 그 이후에는 기대수명 증가분의 3분의 2만큼 수급 연령을 추가로 연동하는 포괄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OECD는 이러한 조치를 단행할 경우, 오는 2060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개혁을 하지 않았을 때보다 1.9%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한국 정부가 보험료율을 소득의 9%에서 13%로 상향해 연금 고갈 시점을 2060년대 중반으로 미루기는 했으나, 구조적인 수급 연령 조절 없이는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하지만 법정 노인 연령을 상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소득 단절’로 인한 복지 공백 문제다. 현재 한국의 법정 정년은 60세다. 만약 노인 기준 연령을 70세로 올리게 되면, 퇴직 후 각종 경로우대 혜택이나 기초연금, 장기요양보험 등의 사회보장 서비스를 받기까지 최대 10년의 소득·복지 공백기가 발생하게 된다.
전문가는 서울시의 이번 시도가 가져올 파급효과에 주목하며 노인 연령 조정 논의가 단순한 복지 혜택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경북행복재단 대표)는 “서울시의 무임승차 정책이 다른 지방자치단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정 교수는 이어 “노인 연령 상향 조정은 정년 연장과도 연결이 된다”며 “상향된 연령 만큼 노인이 일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