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경북 안동시 풍산읍 소주스토리 공장 내 증류기와 숙성탱크 모습. 김정석 기자
지난달 30일 경북 안동시 풍산읍 경북바이오 2차산업단지. 3300㎡ 부지에 새롭게 준공된 초록색 건물 하나가 보였다. 건물 입구에는 ‘소주스토리’라고 적힌 간판이 눈에 띄었다. 이름만 보면 서민의 술인 희석식 소주를 생산하는 공장처럼 보이지만, 이곳은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전통주인 안동소주를 만들어내는 곳이다.
연면적 2687㎡ 규모의 공장 내부로 들어가 보니 총 사업비 120억원을 투입해 갖춘 최신 생산설비들이 안동소주를 생산할 채비를 갖춘 모습이었다. 이달 초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갈 소주스토리는 쌀 처리와 효모 배양, 발효, 증류, 숙성 등 공정을 거쳐 연간 60만L의 안동소주를 만들 수 있다. 375mL 기준으로 약 160만 병에 달하는 양이다.
안동소주의 생산은 쌀을 투입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소주스토리는 농촌진흥청이 선정한 최고급 국산 쌀 품종인 영호진미와 백진주미를 사용한다. 김현민 소주스토리 생산본부장은 “고급미인 영호진미와 백진주미는 가격은 비싼 편이지만 높은 전분 함량으로 발효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0일 경북 안동시 풍산읍 소주스토리 공장 전경. 김정석 기자
투입된 쌀은 증자기(蒸煮機)와 제국기(製麴機)로 들어가게 된다. 증자기는 쌀을 증기로 고르게 쪄서 발효에 적합한 고두밥을 만드는 설비, 제국기는 쌀에 입국(누룩)을 배양하는 설비를 뜻한다. 이 과정을 통해 쌀 전분의 완전 당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만든다. 특히 소주스토리의 제국기는 ‘일본 근대 소주의 아버지’로 불리는 가와치 겐이치로(河内源一郎)가 설립한 가와치 겐이치로 상점에서 국내 최초로 들여온 설비다.
증자기와 제국기를 거친 쌀은 발효실로 향하게 된다. 발효 기간은 1차 발효 약 7일, 2차 발효 약 15일을 합쳐 20일이 넘는다. 통상적으로 일주일 내로 발효가 끝나는 고온(25~30도) 발효 공정 대신 저온(15~20도) 발효 공정을 도입해 기간이 길다. 김 본부장은 “발효 탱크의 회전율이 떨어져 생산 비용 절감에는 불리하지만 그만큼 품질이나 풍미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방식”이라고 했다.
지난달 30일 경북 안동시 풍산읍 소주스토리 공장 내 원료투입설비 모습. 고급미인 영호진미와 백진주미를 원료로 사용한다. 김정석 기자
발효의 다음 공정은 증류다. 발효만으로는 알코올 도수가 14도 정도지만, 증류를 통해 훨씬 알코올 도수가 높은 주정(酒精)을 추출할 수 있다. 소주스토리는 정상 기압인 ‘상압’과 낮은 온도로 기압을 낮춘 ‘감압’ 방식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최신 설비를 통해 제품별로 원하는 풍미를 뽑아낸다. 그러면서도 안동소주를 생산할 때 사용한 전통 방식인 단식 증류법(pot still)을 고집한다.
마지막 공정은 숙성이다. 증류기 바로 옆에 1만5000L, 8000L 등 다양한 크기의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가 줄지어 설치돼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와 함께 소주스토리만의 차별화된 숙성 방법인 ‘오크 숙성’도 함께 이뤄질 예정이다. 스틸 탱크 숙성고 옆에 마련돼 있는 거대한 공간이 바로 오크통을 쌓아둘 자리였다.
소주스토리는 일부 제품을 따로 선별해 오크통에 넣고 3년가량 숙성할 예정이다. 프랑스 부르고뉴, 이탈리아 베네토, 스페인 안달루시아, 미국 캘리포니아 등에서 와인 숙성용으로 사용한 오크통을 수입해 사용한다.
지난달 30일 경북 안동시 풍산읍 소주스토리 공장 내 오크통 보관 장소. 소주스토리는 와인을 담아 숙성했던 오크통을 들여와 안동소주를 숙성할 계획이다. 김정석 기자
소주스토리에서 생산된 안동소주는 모기업 나라셀라의 국내외 유통망과 마케팅 역량을 활용해 안동소주의 해외시장 진출을 도모하여 증류식 소주 세계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안동소주 산업 육성을 위해 안동소주협회 설립, 품질인증제, 해외 공동마케팅 등을 추진해 온 경북도는 소주스토리의 본격 가동으로 지역 농산물 소비 확대와 일자리 창출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안동소주가 대한민국의 대표 명주를 넘어 세계인이 즐기는 K-전통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경북 안동시 풍산읍 소주스토리 공장에 각 공정을 설명해 둔 안내판이 걸려 있다. 김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