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서울대 관악캠퍼스 앞 한 건물. 1층 벽면을 가득 채운 현수막엔 이런 문구가 적혀있었다. 대학가와는 그닥 어울리지 않는, 영정사진 전문 사진관 ‘허그 스튜디오’를 알리기 위한 현수막이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이곳엔 노인이나 환자 뿐 아니라, 아직은 영정사진과 거리가 멀 것 같은 ‘Young’한 손님들의 발길도 이어진다. 전체 고객 열 명 중 네 명은 40대 이하 청년들이다. 또한 영정사진 촬영으로 인한 수익금은 전부 자살 예방 단체에 기부돼, 사람을 살리는 일에 쓰인다.
허그 스튜디오는 영정사진을 ‘죽음을 찍는 사진’이 아니라 ‘현재를 더 잘 살게 하는 사진’으로 규정한다. 사진관을 운영하는 김세규(활동명 세이큐·50) 작가는 청춘들이 영정을 찍고 현재의 삶에 충실히 하는 힘을 얻길 바라는 마음으로 영정의 뜻을 “오늘을 더 생기 있고(Young) 따뜻하게(情) 살게 하는 사진으로 재정의했다”고 설명했다.
2일 오후 관악구 ‘허그스튜디오’에서 만난 김세규 작가. 이규림 기자
대학에서 영화와 사진을 전공한 김 작가는 원래 연기자 프로필 전문 사진관을 운영했다. 수많은 배우의 사진을 찍으면서 개개인의 삶 자체가 얼굴에 묻어 난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영정사진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고 했다. 김 작가는 “특히 영정사진엔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의 궤적과 사연이 고스란히 담긴다”며 “고객이 영정 사진을 찍으면서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더 나은 삶을 꾸릴 힘을 얻었으면 한다”고 했다.
김세규 작가가 영정 사진 촬영 전 고객에게 건네는 안부 질문. 사진 블로그 캡처
김 작가는 영정사진에 삶을 온전히 담아내기 위해 ‘질문’을 적극 활용한다. “인생 슬로건이 무엇인가요?”, “나 자신에 대해 가장 칭찬해주고 싶은 점은?”, “다시 살아갈 나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은?” 같은 물음들이다. 사진을 찍는 40여분 내내 질문은 이어진다. 그리고 고객이 자기 삶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바로 그 순간의 표정을 사진에 담는다.
김세규 작가가 촬영한 청년들의 영정사진. 사진 김세규 작가
올해 첫 손님은 울산에서 올라온 20대 여성이었다. 새해 첫날 첫차를 타고 서울에 와 영정사진을 찍은 손님이었다. 평소 삶의 의미를 진지하게 고민해 온 그는 새해를 맞아 지금까지 삶을 기록하기 위해 영정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 사진관을 찾은 손님도 있었다. 김 작가는 “얼마 전엔 오랜 기간 교제하던 연인과 헤어진 한 남성 고객이 찾아왔다”며 “힘듦을 겪는 때에 사진관에 오는 청춘이 많다. 주로 취업이나 진로, 연애 등 고민을 털어놓는다”고 전했다.
사진 값 3만 원은 고객의 이름으로 자살 예방 단체에 기부된다. 김 작가가 운영하는 비영리 법인 ‘허그 센터’는 자살예방단체 후원과 더불어 자립 청소년 지원, 영정사진 무료 촬영 등 공익사업을 하고 있다. 영정사진 촬영 수익 역시 허그 센터를 통해 자살예방단체로 전달된다.
김 작가는 “농사 짓는 마음으로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다. 삶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많은 사람, 특히 청춘들이 알게 된다면 그게 제 농사의 결실”이라며 “앞으로 계속 청춘의 영정 사진을 찍으면서 후원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