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북부 홋카이도 오비히로시에서 한 여성이 양산을 쓰고 횡단보도를 건너며 더위를 피하고 있다. 지지통신=연합뉴스
2000년대 이후 기온과 습도가 모두 상승하면서 일본의 여름이 동남아시아 도시 수준에 가까워졌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기상 관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2020~2025년 세계 각 도시의 기후를 분석한 결과, 7~8월 도쿄의 최고기온과 습도가 태국 방콕이나 싱가포르에 근접했다고 보도했다.
2000년대, 2010년대보다 최고기온과 습도가 모두 상승하면서 ‘열대화’가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이 같은 열대화는 작업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체온 조절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기상 관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2020~2025년 세계 각 도시의 기후를 분석한 결과. 7~8월 도쿄의 최고기온과 습도가 태국 방콕이나 싱가포르에 근접했다. 자료 니혼게이자이신문의 그래픽을 인용해 재구성
닛케이는 작업 도중 인부들이 휴게소로 돌아와 냉방기 바람을 쐬고, 빙수와 소금 젤리를 먹으며 몸을 식히는 사카이시의 한 병원 건설 현장을 소개했다.
이 현장에서는 새롭게 도입된 작업 방식에 따라 7월부터 9월까지 매달 9일간의 연휴를 마련하고, 더위가 누그러지는 10월 이후에는 토요일을 월 2회 작업일로 대체한다. 총 노동시간은 유지하면서도 가장 혹독한 시기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공사 관계자는 “여름에는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고, 산업재해 발생률도 높았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지난해 자사 건설 현장에서 열사병 발생 건수가 전년보다 두 배로 늘어난 것을 계기로, 여러 현장에서 노동시간 조정에까지 나섰다.
실제로 영국 의학지 랜싯(The Lancet)이 업종별 노동 강도 및 취업자 수를 토대로 더위에 따른 작업 효율 저하 시간을 추산한 연구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2024년 취업자 6781만 명 기준 1인당 43시간의 노동시간이 사라졌다. 하루 8시간 근무 기준으로 약 5일치에 해당한다.
전체 취업자로 환산하면 연간 28억9082만 시간으로, 2010년대 평균 14억2771만 시간과 비교해 두 배로 늘었다.
영국 의학지 랜싯(The Lancet)이 업종별 노동 강도 및 취업자 수를 토대로 더위에 따른 작업 효율 저하 시간을 추산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본은 2024년 취업자 6781만 명 기준 1인당 43시간의 노동시간이 사라졌다. 자료 니혼게이자이신문의 그래픽을 인용해 재구성
같은 기준을 대입하면 한국도 폭염으로 약 11억500만 시간의 노동시간이 사라진 것으로 추산된다. 2024년 취업자 약 2939만7000명을 기준으로 할 때 1인당 37.6시간, 하루 8시간 근무 기준으로 약 4.7일치에 해당한다.
농업·건설업 종사자가 많은 중국은 2024년 1인당 노동손실이 96시간으로 일본의 두 배에 달한다.
일본은 지난해 노동안전위생규칙을 개정해 열사병 우려가 있는 작업에 대해서는 발병 시 보고 체계와 구급 대응 절차를 정비하고, 이를 근로자에게 알리도록 의무화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지난해 파악한 직장 내 열사병 사상자 수는 1800명을 넘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일본 산업의과대학의 호리에 세이치(堀江正知) 학장은 닛케이에 “통계에 잡히지 않는 3일 이하 휴업 사례까지 포함하면, 열사병 발병자는 확실히 더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노하라 타쿠야(篠原拓也) 닛세이기초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사람이 더위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점차 중요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른 아침이나 야간으로 근무시간을 옮기거나, 계절을 넘나들며 노동시간을 조정하고, 원격 작업을 활용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본 도쿄 긴자에 설치된 '미스트 샤워' 시설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윤설영 기자
기후변화의 영향은 육상 노동환경뿐 아니라 바다의 생태계와 어업 현장에도 나타나고 있다.
바다에서는 육지의 폭염과 달리 저수온 현상이 어업에 타격을 주고 있다. 홋카이도 동쪽 바다에서는 여름철 주력 어종인 정어리 어획량이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5일 보도했다.
시베리아 쪽에서 차가운 쿠릴 해류가 강하게 밀려들며 수온이 급격히 낮아진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런 상황은 정어리의 북상 루트에 있는 지바현 조시항도 마찬가지다.
일본 어업정보서비스센터에 따르면 올해 1~6월 조시항의 정어리 어획량은 약 1만6000톤으로, 지난해의 1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현장에서는 “쿠릴 해류가 벽처럼 가로막아 정어리가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해양 환경이 눈 깜짝할 사이에 변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수십 년 단위로 해양 환경이 급변하는 ‘레짐 시프트’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