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인:풍기대막' 원화평 감독이 3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현대백화점 중동점에서 열린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해외 영화인 초청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뉴스1]
거친 무협 액션을 예술의 경지에 올린 홍콩 액션 영화 거장 위안허핑(원화평·81) 감독이 내한했다. 그의 신작 ‘표인:풍기대막’이 지난 2일 개막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이하 부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상영됐다. 위안허핑 감독은 3일 경기도 부천 중동 현대백화점에서 영화제 부대행사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개막작으로 뽑혀 영광이다. 한국 관객들이 좋아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청룽(성룡)을 세계적 스타로 만든 ‘취권’(1978)을 연출하며 코믹 쿵푸 장르를 개척했다. 무술 감독으로서는 ‘와호장룡’(2000), 헐리우드 영화 ‘매트릭스’(1999)의 액션 장면을 설계했다. 허리를 뒤로 젖혀 탄환을 피하는 ‘매트릭스’ 속 전설적 장면 ‘불렛 타임’도 그의 작품이다. 부천영화제 측은 올해 30주년을 맞아, 무협 액션 장르에 한 획을 그은 위안허핑 감독의 작품을 개막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지난 2월 중국과 북미 등에서 개봉한 ‘표인’은 현재까지 글로벌 매출 2억1536만3913달러(약 3297억원)를 거뒀다. 국내 개봉은 올해 하반기로 예상된다.
영화 '표인:풍기대막' 스틸컷. 현상금 사냥꾼 도마가 어린 소년 소칠과 함께 사막을 지나고 있다. [사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표인’은 수나라 말기를 배경으로 현상금 사냥꾼 도마(우징)가 거액의 현상금이 걸린 인물 지세랑을 수도 장안까지 호송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동명의 성인 무협 만화가 원작으로, 광활한 사막에서 벌어지는 무림 고수들의 대결을 묵직하고 사실적인 액션으로 그렸다. 외로운 전사가 어린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아들을 동반한 검객’ 설정도 특징이다. 중화권 최고의 액션 스타 우징(오경) 주연, 리롄제(이연걸)의 14년 만의 복귀작으로 화제가 됐다. K팝 그룹 세븐틴의 준과 NCT의 윈윈도 출연해 무술 액션을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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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징 장점을 살린 사실적인 액션 연출
영화는 잔혹할 정도로 사실감 있는 ‘생존 무협’을 선보인다. 삿갓을 쓰고 허리춤에 장검과 단검, 쇠사슬을 차고 다니는 도마가 사막의 모래바람 속에서 겉멋을 뺀 백병전을 펼친다. 무술가 출신인 우징이 각종 총과 무기를 소지한 킬러처럼 현대적 액션을 전통 무술에 녹였다.
위안허핑 감독은 ‘표인’을 감독 인생 통틀어 가장 어려운 작업으로 꼽았다. 섭씨 40도 넘는 사막 촬영도 고난도였지만, 이전과 다른 새로운 느낌의 액션을 선보여야 하는 창작의 고통 탓이 크다. 그는 “상업 영화는 정말 힘들다. 무술 동작을 디자인하는 단계가 가장 어렵다”면서 “우징 배우와 현장에서 의견을 주고받으며 액션을 완성시켰다”고 밝혔다.
영화 '표인:풍기대막' 스틸컷. 영화는 도마가 거액의 현상금이 걸린 의문의 인물을 호송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사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배우 맞춤형 액션은 위안허핑 감독의 연출 특징이다. 그는 앞서 함께 작업한 배우들에 대해 “청룽은 시각적으로 화려하면서도 코믹한 동작, 리롄제는 정통 중국 무술 동작을 선호하고, 전쯔단(견자단)은 모던한 동작이 어울린다. 그런 특성에 맞게 액션을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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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영화에서 AI 기술은 아직 부족”
동작에 대한 아이디어를 사람에게서 얻는 만큼, 아직 인공지능(AI)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그는 “액션 영화는 액션 연기와 대사가 완벽한 타이밍으로 맞아 떨어져야 좋은 그림이 나오는데, 아직도 AI는 이런 점이 부족하다”며 “만약 3~4년 후에 AI 기술이 기준에 도달하면 그때는 AI를 고려해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작품에서 컴퓨터그래픽(CG) 작업을 최소화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위안허핑 감독은 “초능력이 필요한 장면이 아니라면 되도록 CG를 쓰지 않으려 한다”며 “실제 배우가 몸으로 만들어내는 액션이 내 영화의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좋은 액션 영화는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아야 한다”며 “20년이 지난 뒤에도 재미있게 볼 수 있어야 진짜 좋은 액션 영화”라고 덧붙였다.
영화 '표인:풍기대막' 스틸컷. 영화는 도마가 거액의 현상금이 걸린 의문의 인물을 호송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사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반세기 넘게 작품 활동을 해온 그는 과거와 현재의 액션 영화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고 했다. “관객이 과거엔 화려한 보법과 동작을 좋아했다면 요즘은 연기와 액션이 잘 어우러지고 리얼한 타격 장면을 조금 더 원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팔순이 넘었지만, 아직 은퇴 생각은 없다고 한다. “영화는 나이 제한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대본과 투자자를 만날 수만 있다면 언제든 영화를 만들 수 있다”면서다. 한국 영화계와 협업 의사도 밝혔다. 그는 “30년 전쯤 한국을 자주 방문했었다. 이병헌 배우의 액션이 인상적이라 협업을 하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서로 스케줄이 맞지 않아서 못했다. 한국은 액션 배우도 많고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어, 기회가 된다면 한국 영화계와 협업을 해보고 싶다” 말했다.
위안허핑 감독은 기자회견 말미에 한국 관객들을 향해 자신의 영화를 ‘강추’하기도 했다. “부자지간의 이야기가 담겨 줄거리도 무척 흥미롭다. 좋은 영화이기에 추천한다 꼭 보셨으면 좋겠다”면서다.
제30회 부천영화제는 오는 12일까지 부천시 일대에서 열린다. 50개국 321편의 영화가 상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