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중소돌’(중소기획사 아이돌) 리센느 멤버의 ‘무섭노’ 한 마디가 정치 공방으로 비화했다. 발단은 지난달 28일 공개된 경남 거제 출신 리센느 멤버 원이의 유튜브 방송이다. 일본인 멤버 미나미의 집을 방문한 이 영상에서 PD가 “여기 뭔가 덜컹 소리가 났다. 뭐야 무섭노”라고 말하자 원이가 “무섭노”라고 응답한 장면이 문제였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리센느 멤버 원이의 유튜브 방송에서 논란이 된 대목. 사진 유튜브 캡쳐
이를 두고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를 연출한 경남MBC 김현지 PD가 1일 자신의 엑스(X)에 “여성 아이돌과 피디가 사이좋게 노노주고받아 무척 속상했다”며 ‘무섭노’를 ‘일베식 표현’으로 규정한 글이 퍼지며 논쟁은 확산했다. 온라인에선 해당 발언을 혐오 표현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과 경남 지역 사투리라는 반론이 맞섰다.
이런 가운데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는 5일 페이스북에 ‘서울 사람·일베·부산 사람의 차이’를 비교한 이미지를 공유하며 “일베가 노무현 대통령을 조롱하기 위해 문장 끝에 ‘노’를 붙여 사용하는 것을 옹호하며 이를 영남 사투리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이어 “나의 관찰로는 일베는 표준말 뒤에 기계적으로 ‘노’를 붙여 사용한다”며 “영남말 의문문에서 ‘나’와 ‘노’는 구별돼 사용된다”고 주장했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남말 질문문장에서 ‘나’와 ‘노’는 구별되어 사용된다"고 주장하며 공유한 이미지. 사진 페이스북 캡쳐
야권에서는 지나친 낙인찍기라는 반발이 나왔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2019년 죽창을 들자던 분이 오늘은 말끝 하나로 사상 검증하려고 한다”면서 “언어학자들이 동남방언에서 ‘노’는 의문뿐 아니라 감탄과 독백에도 두루 쓰이는 어미라고 설명해도, 낙인찍기는 멈추지 않는다”고 적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 “부산·영남 사람들이 ‘와 이리 졸리노’처럼 일상에서 쓰는 감탄형·혼잣말 문맥의 방언마저 기계적 일베 표현으로 낙인찍는 모습은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며 “이런 해괴한 논리대로면 강산에의 명곡 ‘와그라노’ 역시 금지곡으로 지정되어야 할 판”이라고 비판했다.
여권에서도 조 전 대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하헌기 전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젊은 가수가 ‘무섭노’라는 말을 했다고, 저 사람이 노무현 대통령 조롱하는 일베인지 영남 사투리를 쓴 것인지, 감별하는 대잘난척 파티가 열려있는 모습을 봤다”며 “누가 일베에 심취해 노무현 대통령 조롱하는지, 아니면 이미 그 원의미를 상실한 채 보편화 되어버린 말을 자연스레 쓰는 사람인지, 어미 하나로만 감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룹 리센느(RESCENE)가 지난해 11월 서울 영등포구 명화라이브홀에서 가진 미니 3집 '립밤(lip bomb)' 발매 쇼케이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뉴스1
2년 전 데뷔한 리센느는 최근 음원 역주행에 성공해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5일 국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에 따르면 리센느가 2024년 8월 발매한 미니 1집 ‘신드롬’의 타이틀곡 ‘러브어택’은 이 사이트 ‘톱100’ 차트에서 4위를 기록했다.
지난 3월 리더 원이와 멤버 미나미가 일본식 ‘갸루’ 메이크업을 한 채 원이의 고향 경남 거제를 여행하는 영상이 화제가 되며 대중의 이목을 끈 리센느는 지난 5월 거제시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지난달 16일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중소기획사 글로벌 도약지원’ 사업에 선정돼 연간 최대 3억원을 지원받는 10개 팀에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