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수본, ‘투표용지 부족 경고’ 내부 문건 확보…채용비리 등 수사도
중앙일보
2026.07.05 05:02
2026.07.05 17:33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는 검경 합동 수사본부가 지난달 24일 서울시·선관위 관계자와 송파구 선관위 관계자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연합뉴스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본부장 김태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가 지역 선거관리위원회가 관련 대란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중앙선관위의 대응 지침을 이행하지 않은 단서를 포착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합수본은 최근 선관위 서버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중앙선관위가 사전투표 직후인 지난 5월 31일 전국 구·시·군 선관위에 발송한 ‘투표관리 업무 관련 유의사항 안내’라는 제목의 내부 메일을 확보했다.
해당 문건에는 ‘사전투표율이 낮게 집계된 투표구는 당일 투표자가 몰려 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으니 무번호 투표용지를 추가 배부하는 등 선제적 대응 방안을 강구하라’는 구체적인 경고 지침이 담겨 있었다.
합수본은 지역 선관위들이 관내 사전투표율 데이터를 이미 알고 있었고 본투표 전 경고 메시지까지 수신했음에도 적절한 대비책을 세우지 않은 경위를 들여다보고 있다.
기존 지침만 정상적으로 준수했어도 투표용지가 바닥나는 초유의 혼란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게 합수본의 판단이다.
아울러 합수본은 선거 당시 투표용지 인쇄 분량을 전체 유권자의 50% 수준으로 축소 제작하게 된 의사결정 경로에 대해서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최근 서울시선관위 기획계장과 송파구선관위 관계자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용지 감축 결정 과정에서 내부적인 우려나 반발이 있었는지 조사했다.
한편 합수본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 외에도 선관위 조직 전반의 비위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별도의 ‘인사·예산 전담팀’을 꾸리고 전방위 수사에 돌입했다.
합수본은 최근 수원지검으로부터 선관위 채용 비리와 허위 예산요구서 작성 의혹 사건을 넘겨받았다.
이는 지난 2021년 경력직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들의 면접 점수를 임의로 조정한 혐의를 받는 경기도선관위 전·현직 직원 2명에 대한 사건과 감사원 지적 사항을 의도적으로 누락한 채 허위 예산요구서를 꾸며 기획재정부로부터 예산을 수급했다는 의혹이다.
이와 함께 노태악 전 선관위원장과 직원들이 출장 제도를 악용해 관광·휴양 목적으로 예산을 지출했다는 ‘외유성 출장 의혹’에 대해서도 최근 고발인 조사를 마쳤다.
합수본은 지난 1일 임홍석 부장검사를 투입한 데 이어, 오는 6일 평검사 2명을 추가로 파견받는 등 수사 확대를 위한 인력 보강에도 나선 상황이다.
고성표([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