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라 스칼라의 공연을 앞두고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는 정명훈 지휘자. 김호정 음악에디터
지휘자 정명훈의 라 스칼라 오페라는 비제의 ‘카르멘’이었다. 그가 세계 오페라 1번지인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차기 음악감독으로 선임된 후 맡은 첫 작품. 정명훈은 지난달 8~27일 10번의 공연을 했다. 지난달 18일 공연을 앞두고 만난 정명훈은 “왜 이렇게 갈수록 어려워지는지 모르겠다”며 “3시간에 한 인생 전체가 있으니 그 감정을 다 느끼면서 지휘하려면 되게 피곤하다”고 말했다.
라 스칼라 개관 후 247년 만에 선택한 첫 동양인 음악감독인 그는 “라 스칼라의 제의를 수락한 이유 중에는 어떻게든 한국, 특히 부산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있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명훈의 라 스칼라 음악감독 임기는 올 12월 시작된다.
Q : 라 스칼라는 수많은 이탈리아 오페라를 초연했던 극장이다. 실제로 함께 공연을 만들며 느끼는 탁월함은 무엇인가.
A : “이 오케스트라에는 ‘노래처럼 연주하라’는 말을 할 필요가 없다. 노래가 몸에 배어있는 이탈리아인들이다. 이탈리아 오페라를 수도 없이 했던 역사가 쌓였다. 베를린·빈의 오케스트라도 오페라를 늘 하지만 더 묵직하다. 나는 노래하는 이탈리아와 늘 잘 맞았다.”
Q : 내년 개관하는 부산오페라하우스에서도 예술감독을 맡았다. 부산에서의 계획은.
A : “부산에서 내 책임은 또 다르다. 거기는 모든 것을 키워야 한다. 부산 오페라를 이탈리아 오페라의 최고 극장으로 만들자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이탈리아 오페라 중에도 최고의 작곡가인 베르디의 ‘오텔로’로 개관하는 결정을 했다. 라 스칼라의 프로덕션으로 부산에서 공연한다.”
Q : 100억 원 넘는 예산 때문에 공연 자체에 대한 논란이 있다.
A :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음악으로 사람들을 설득시키는 것이다. 우리 집사람이 손주들을 위해 책을 사는데 그때마다 너무 많이 사서 책값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그 책을 읽고 자라나는 아이들의 생각을 생각해 보면, 가치를 알 수 있다. 베르디의 오페라 또한 그런 가치가 있다.”
Q : 그 사이 지방선거로 부산의 시장이 바뀌었고, 라 스칼라 내한 공연의 적절성 검토 발표가 있었다. 정치적인 문제로도 보인다.
A : “한국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프랑스에 있을 때도 정권이 바뀌면서 영향을 받았고, 여기 이탈리아도 그런 일이 많다. 나는 늘 사람들을 설득시켜야 한다. 설득이 안 되면 할 수 없다. 연주가 취소됐을 때 나만큼 좋아하는 음악가도 드물다.”
Q : KBS교향악단에도 올해 음악감독으로 취임했다. 한국에서 맡은 역할이 많다.
A : “외국에서 오래 산 사람 중에는 한국에 아무 관심이 없는 이들도 있던데, 나는 이상하게 강한 책임감을 느낀다. 독립운동가 집안인 어머니의 영향이 아닐까 한다. 대단히 큰일을 하지 못하더라도 방향을 잘 잡아주는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인터뷰 이후 무대에 올린 오페라 ‘카르멘’은 밀라노를 들썩이게 한 문제작이었다. 획기적 연출 때문이었다. 연출가 다미아노 미키엘레토는 원작의 배경을 1970년대로 바꿨고, 원작에 없는 돈 호세의 어머니를 등장시켰다. 이에 대한 찬반이 뜨거웠다. 음악은 찬사를 받았다. 오케스트라의 소리에는 색채가 분명했고 드라마 또한 또렷했다. 정명훈은 각 악기의 무게를 노련하게 조절하면서 비극과 유머 사이를 오갔다. 이탈리아의 일간지 라 스탐파는 “정명훈은 비제를 깊이 이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