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혼인’과 동의어다. 그렇지만 두 단어는 쉽게 넘나들지 않는다. ‘결혼’을 하지만 ‘결혼신고’가 아니라 ‘혼인신고’를 한다. ‘결혼사진’은 익숙해도 ‘혼인사진’은 낯설다. ‘결혼기념일’이라고는 하지만 ‘혼인기념일’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이 물음보다는 ‘어떤 차이가 있었던 것일까’가 적절하겠다. 지금과 달리 이전 시대엔 ‘결혼’과 ‘혼인’의 뜻이 달랐다.
국립국어원이 펴낸 ‘새국어소식’(2002년 11월)엔 ‘결혼’과 ‘혼인’의 어원에 관한 글이 하나 실려 있다. 1447년에 편찬된 ‘석보상절’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보인다. 현대어로 옮긴다. “사위 쪽에서는 며느리 쪽 집을 ‘혼’이라 하고, 며느리 쪽에서는 사위 쪽 집을 ‘인’이라 해서 장가들며 서방 맞음을 ‘혼인’한다고 한다.” 이 기록에서 보듯 신랑 집에서는 신부 집을 ‘혼’, 신부 집에서는 신랑 집을 ‘인’이라고 불렀다. ‘혼’과 ‘인’이 결합해 시집가고 장가가서 부부가 된다는 말 ‘혼인’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결혼’과는 다른 말이었다. ‘혼인’은 결혼하는 남녀 당사자와 관계된 낱말이었다. 그들 외에는 관계가 없었다.
1758년 편찬된 ‘종덕신편언해’엔 지금과 다른 의미로 쓰인 ‘결혼’이 보인다. “현령 종리권이 이웃 현령 허군과 더불어 ‘결혼’하니 종리권의 딸이 장차 시집갈 것이다.” 아버지들인 현령과 현령이 결혼한다고 돼 있다. 저때 ‘결혼’은 말 그대로 ‘혼약을 맺는 일’을 뜻했다. 그래서 ‘결혼’은 혼인 당사자뿐 아니라 혼인과 관계된 사람 사이에서도 한다고 할 수 있었다.
지금도 이런 의식이 남아 결혼은 집안과 집안이 하는 것이라는 말이 통한다. ‘결혼’ ‘혼인신고’엔 옛 흔적들이 자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