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어린이들이 분수에서 물놀이하며 더위를 피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전기 절약 차원의 권고일까, 사생활까지 침범하는 사회주의 정책일까.
미국 동북부에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조란 맘다니 뉴욕 시장이 시민에게 에어컨 설정 온도를 섭씨 25.6도(화씨 78도)로 맞추라고 당부했다가 역풍이 불고 있다.
맘다니 시장은 지난 1일(현지시간) X(옛 트위터)에 “뉴욕 날씨가 매우 덥다. 전력망이 우리를 시원하게 해주기 위해 밤낮없이 가동되고 있다. 에어컨을 78도(화씨)로 설정하고, 사용하지 않는 조명과 전자기기는 끄고, 가능하면 플러그도 뽑아달라”고 주문했다. 다음 날인 2일 뉴욕의 낮 최고기온은 38도까지 올랐다. 2012년 7월 18일 이후 최고치다.
맘다니의 권고는 직접적인 전력 부족이 원인이라기보다, 기록적 폭염으로 냉방 수요가 급증한 데 따른 전력망 과부하와 정전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조치다.
맘다니
하지만 맘다니의 발언에 공화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의 집중포화가 쏟아졌다. 릭 스콧(플로리다주) 상원의원은 X에 “이것이 공산주의 작동 방식”이라고 적었다.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주) 상원의원은 “민주사회주의자가 당신의 에어컨을 노리고 있다”고 가세했다.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UN) 미 대사도 “사회주의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고 비꼬았다.
논란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 전역에서 맘다니와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이 이끄는 민주사회주의가 세력을 확장하는 가운데 불거졌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에선 비록 권고라 하더라도 에어컨 온도 같은 사적 영역까지 정부가 통제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 에너지부도 2023년 실내 온도를 23.9∼25.6도(화씨 75∼78도)로 설정할 것을 권고했다가 “정부가 국민에게 에어컨 온도를 강요한다”는 비난이 일자 철회했다.
맘다니는 10월부터 1년간 체결·갱신하는 뉴욕시 ‘임대료 안정화 아파트(rent-stabilized apartment)’ 임대 계약에 대해 임대료 동결 조치도 시행할 예정이다. 약 100만 가구에 달하는 임대료 안정화 아파트는 세제 혜택을 받는 대신 임대료 인상 폭과 계약 갱신 등에서 정부의 규제에 따르는 민간 주택이다. 그러나 임대료 동결로 주택 노후화가 가속화하고, 규제 때문에 주택 공급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맘다니는 뉴욕 최초의 무슬림 시장이다. 1991년 우간다의 인도계 가정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 미국으로 이주해 2018년 시민권자가 됐다. 2020년부터 뉴욕주 하원의원으로 일하다 올해 1월 뉴욕 시장에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