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한국시간) 열린 북중미월드컵 16강전에서 자국을 응원하는 프랑스(왼쪽 사진)와 모로코 관중. 프랑스는 파라과이를 1-0으로, 모로코는 캐나다를 3-0으로 각각 꺾고 8강에 올랐다. 두 팀은 8강전에서 맞붙는다. [로이터=연합뉴스]
‘아프리카 최강’ 모로코가 세계 축구의 중심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아틀라스의 사자들(모로코대표팀의 별칭)’이 북중미 월드컵 8강에 오르며 4년 전에 이어 또 한 번의 돌풍을 예고했다.
모로코는 5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16강전에서 아제딘 우나히(지로나)의 멀티 골과 수피안 라히미(알아인)의 쐐기 골을 묶어 공동개최국 캐나다에 3-0 완승을 거뒀다. 이번 승리로 4년 전 4강에 오른 카타르 대회에 이어 아프리카 팀 최초로 월드컵 8강에 두 대회 연속 진출하는 새 역사를 썼다. 이번 대회에서 8골을 터뜨려 아프리카팀 단일 대회 최다 득점 기록도 갈아 치웠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선 포르투갈을 밀어내고 6위로 올라섰다.
모로코는 연령별 대표팀도 강하다. 지난 2024년 파리올림픽에 나선 23세 이하 대표팀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에는 FIFA U-20(20세 이하) 월드컵을 제패했다. 연령대 구분 없이 국제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내는 비결은 체계적인 선수 발굴 및 육성 프로그램에 있다. 특히나 선수 스카우트 시스템이 남다르다.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디아스포라(해외 이주민 및 후손) 자원을 적극 활용하는데, 단순히 기량만 보는 게 아니라 선수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 심층 면접을 진행해 모로코인의 정체성과 애국심을 꼼꼼히 확인한다. 폭스스포츠는 “모로코대표팀 엔트리 중 대다수(26명 중 19명·73.1%)가 유럽에서 태어나 자란 이민 2·3세대지만, 이들은 ‘모로코 혈통’이라는 정체성이 명확하다”면서 “세심한 선수 발굴 과정을 통해 유럽 축구의 정교한 전술 이해도와 아프리카 특유의 역동성을 결합했다”고 분석했다.
음바페(왼쪽), 하키미. [로이터·EPA=연합뉴스]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축구 차세대 유망주로 떠오른 2007년생 중앙 미드필더 아유브 부아디(릴)가 대표적이다. 프랑스에서 연령별 대표팀을 두루 거치며 승승장구하던 중 ‘모로코 축구의 미래’로 레이더망에 포착돼 심도 깊은 논의 끝에 국적을 바꿨다. 조별리그와 토너먼트를 거치며 주가가 급등한 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비롯해 아스널(이상 잉글랜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바이에른 뮌헨(독일) 등 여러 빅 클럽의 주목을 받는다. 얄궂게도 같은 날 파라과이를 1-0으로 꺾고 올라온 프랑스, 그가 나고 자란 나라와 4강을 놓고 맞대결을 벌인다. 이번 대회 우승 후보로 주목 받는 프랑스는 포지션별로 최고의 선수들이 포진한 강팀이다. 간판 골잡이 킬리안 음바페(레알 마드리드)는 이번 대회 7골로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인터마이애미)와 함께 득점 공동 선두에 올라 있다.
모로코의 자국 내 선수 육성 노력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 매체 디애슬레틱은 “지난 2009년 국왕 무함마드 6세 주도로 수도 라바트에 1680만 달러(약 220억원)를 들여 건설한 무함마드 6세 축구 아카데미가 모로코 축구의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보도했다. 8면의 천연·인조잔디 구장과 실내 체육관, 첨단 의료 시설에 국제 규격 수영장과 5성급 호텔까지 갖췄다.
모로코 축구의 미래 또한 장밋빛이다. 오는 2030년 월드컵 공동개최국으로서 경기장 및 주변 인프라 개선, 전국 7000여 곳 축구장 건설 등에 7조원 가까운 거액을 쏟아 부을 예정이다. 이를 통해 자국 내 유망주 육성 비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