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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의 중국 읽기] 아Q와 마닝

중앙일보

2026.07.05 08:02 2026.07.0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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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

유상철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

처음엔 아Q가 떠올랐다. 루쉰의 소설 『아Q정전』에 나오는 정신승리의 주인공 말이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심판으로 활약 중인 마닝(사진)에 열광하는 중국을 보면서다. 중국은 24년째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자국 선수의 공 차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된 중국은 그러자 휘슬을 부는 자국 심판의 경기에 환호 중이다. 참 대단한(?) 정신승리란 생각이 들었다.

한데 그 정신승리를 꼭 그렇게 가볍게 볼일만은 아닌 듯싶다. 우선 중국 내 월드컵 열기를 살렸다. 남의 잔치가 아닌 내 축제로 만들었다. 기업은 선수가 아닌 심판을 광고 모델로 삼고 언론은 한 경기에 중국인 세 명이 주심과 부심, 비디오 판독 부심으로 함께 뛴 사실에 주목하며 역사적 이정표를 세웠다는 찬사를 보낸다.

과언이 아닌 게 FIFA는 판정의 정확성과 일관성 확보를 위해 주심과 부심을 같은 국적의 단일팀으로 꾸리는 걸 선호한다. 말이 편하면 찰나의 순간 이뤄지는 판정에서 높은 효율성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번에 이를 실현했다. 반면 한국은 24년째 월드컵에 심판을 보내지 못했다.

심판이 선수와 함께 경기를 구성하는 절대 요소임을 고려하면 선수를 보내지 못한 중국에 대해 심판을 보내지 못한 한국이 그리 우쭐할 일도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중국은 또 이번 월드컵에서 존재감을 상실해야 마땅함에도 심판 참가와 이에 쏟아지는 중국의 열성적 응원으로 인해 오히려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BBC와 CNN 등 내로라하는 세계 언론이 마닝과 이에 따른 중국의 월드컵 열기를 전한 것이다. 끝으로 가장 큰 승리자는 중국 축구팬으로 보인다. 자국이 출전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빠지는 대신 마닝 심판을 하나의 관전 포인트로 끌어올려 월드컵을 즐기고 있으니 말이다. 정신승리도 잘만 쓰면 때로는 생활의 활력이 될 수 있겠다.





유상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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