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무협 액션을 예술의 경지에 올린 홍콩 액션 영화 거장 위안허핑(원화평·81) 감독이 내한했다. 그의 신작 ‘표인:풍기대막’이 지난 2일 개막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개막작으로 선정돼 상영됐다. 위안허핑 감독은 지난 3일 경기도 부천 중동 현대백화점에서 영화제 부대 행사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개막작으로 뽑혀 영광이다. 한국 관객들이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청룽(성룡)을 세계적 스타로 만든 ‘취권’(1978)을 연출하며 코믹 쿵후 장르를 개척했다. 무술 감독으로서는 ‘와호장룡’(2000), 헐리우드 영화 ‘매트릭스’(1999)의 액션 장면을 설계했다. 허리를 뒤로 젖혀 탄환을 피하는 ‘매트릭스’ 속 전설적 장면 ‘불렛 타임’이 그의 작품이다.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지난 2월 중국과 북미 등에서 개봉한 ‘표인’은 현재까지 글로벌 매출 2억1536만3913달러(약 3297억원)를 거뒀다. 국내 개봉은 올해 하반기로 예상된다.
영화 ‘매트릭스’의 ‘불렛 타임’ 장면. [사진 매트릭스]
‘표인’은 수나라 말기를 배경으로 현상금 사냥꾼 도마(우징)가 거액의 현상금이 걸린 인물 지세랑을 수도 장안까지 호송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동명의 성인 무협 만화가 원작이다. 중화권 최고의 액션 스타 우징(오경) 주연, 리롄제(이연걸)의 14년 만의 복귀작으로 화제가 됐다. K팝 그룹 세븐틴의 준과 NCT의 윈윈도 출연해 무술 액션을 소화했다.
영화는 잔혹할 정도로 사실감 있는 ‘생존 무협’을 선보인다. 삿갓을 쓰고 허리춤에 장검과 단검, 쇠사슬을 차고 다니는 도마가 사막의 모래바람 속에서 겉멋을 뺀 백병전을 펼친다. 무술가 출신 우징이 현대적 액션을 전통 무술에 녹였다.
BIFAN 개막작인 영화 ‘표인:풍기대막’. [사진 표인:풍기대막 스틸컷]
위안허핑은 ‘표인’을 감독 인생 통틀어 가장 어려운 작업으로 꼽았다. 그는 “상업 영화는 정말 힘들다. 무술 동작을 디자인하는 단계가 가장 어렵다”면서 “우징 배우와 현장에서 의견을 주고받으며 액션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배우 맞춤형 액션은 위안허핑의 연출 특징이다. 그는 함께 작업한 배우들에 대해 “청룽은 시각적으로 화려하면서도 코믹한 동작, 리롄제는 정통 중국 무술 동작을 선호하고, 전쯔단(견자단)은 모던한 동작이 어울린다. 그런 특성에 맞게 액션을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동작에 대한 아이디어를 사람에게서 얻는 만큼, 아직 인공지능(AI)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그는 “액션 영화는 액션 연기와 대사가 완벽한 타이밍으로 맞아 떨어져야 좋은 그림이 나오는데, 아직도 AI는 이런 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작품에서 컴퓨터그래픽(CG) 작업을 최소화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위안허핑은 “실제 배우가 몸으로 만들어내는 액션이 내 영화의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팔순이 넘었지만, 아직 은퇴 생각은 없다고 한다. “영화는 나이 제한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대본과 투자자를 만날 수만 있다면 언제든 영화를 만들 수 있다”면서다. 그는 “이병헌 배우의 액션이 인상적이라 협업을 하고 싶었는데 서로 스케줄이 맞지 않아서 못했다”라며 “한국은 액션 배우도 많고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어, 기회가 된다면 한국 영화계와 협업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