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 한 달여 만에 국내 증시의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떠오르면서 금융당국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자금이 몰리며 몸집은 불어났지만, 가격 왜곡과 변동성 확대 등 부작용도 커지고 있어서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4종(인버스 제외)의 지난 3일 기준 시가총액은 13조5666억원에 이른다. 출시 첫날인 5월 27일(4조8836억원)과 비교하면 17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상장 좌수도 약 2억좌에서 5억9000만좌로 3배 가까이 늘었다. ETF는 수요가 증가하면 운용사가 신규 설정을 통해 추가 좌수를 공급하는 구조인 만큼, 상장 좌수 증가는 실제 자금 유입을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14개 상품의 하루 거래대금도 출시 첫날 9조7884억원에서 지난 3일 12조8271억원으로 31% 증가했다. 사실상 ETF 전체 시가총액(13조5666억원)의 95%에 달하는 금액이 하루 동안 거래된 셈이다.
김경진 기자
반면 증시 대기 자금은 급격히 줄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2일 기준 119조9264억원으로, 지난 4월 16일 이후 약 두 달 반 만에 120조원 아래로 내려갔다. 반도체 랠리를 좇은 개인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면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등 고위험 상품 거래도 함께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성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지난 5월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0.8%, 8.1% 상승했다. 하지만 일부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의 수익률은 1~3%대에 그쳐 기초자산 상승률에도 못 미쳤다. 레버리지 ETF는 하루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할 뿐, 장기 수익률이 기초자산의 2배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단기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ETF 시장가격이 순자산가치(NAV)에서 크게 벗어나는 현상도 나타났다. 지난달 8일 한국투자신탁운용의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가격은 SK하이닉스 주가가 8% 하락한 날 오히려 50% 급등했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2배 레버리지 구조에 따라 16%가량 하락하지만, 매수세가 급격히 몰리면서 ETF 거래가격이 실제 가치보다 높게 형성된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서 이처럼 괴리율이 기준치(6%)를 초과해 공시한 건수는 지난달 57건에 달했다.
부작용 우려가 커지면서 당국도 경고음을 내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에게 제출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위험성 관련 서면질의 답변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쏠림 현상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고, 일일 리밸런싱과 현·선물 차익거래 등을 통해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상존한다”며 “주가 조정 시 개인 투자자의 손실이 확대될 뿐만 아니라 환매 증가 또는 포지션 리밸런싱(재조정) 등을 통해 주가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꺼낼 수 있는 대응 방안은 많지 않다. 레버리지 배율을 2배에서 1.5배로 낮추는 방안은 기존 투자자의 손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예탁금 기준 강화, 사전교육 요건 강화, 신규 레버리지 ETF 출시 제한 등도 거론되지만, 단기간에 확대된 위험 노출을 줄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금융당국은 우선 가격 왜곡과 괴리율 확대를 막기 위해 유동성공급자(LP) 관리 강화 등 보완책부터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시장 과열 국면에 출시된 만큼 개인 투자자 손실을 넘어 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