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미국 독립 250주년을 맞아 워싱턴 내셔널 몰에서 시작된 ‘미국에 대한 경의’ 행사에서 총 85만 발의 불꽃이 성조기로 장식된 무대 뒤편에서 쏘아 올려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건국 250주년 기념 연설에서 “미국은 결코 공산주의 국가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민주사회주의 세력과의 이념 대결구도에 불을 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내셔널 몰에서 진행한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1776년 7월 4일 독립선언서 채택 이후 이어진 미국의 역사를 되짚으며 “공산주의는 패배자이고 앞으로도 늘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파시즘을 물리친 뒤엔 공산주의라는 악에 맞서 싸웠다”며 진주만 공습을 비롯해 제2차 세계대전의 참전용사 및 유가족들을 무대 위로 불러 치하했다.
특히 한국전쟁 중 미군이 중공군과 직접 대적했던 장진호 전투에 참전했던 패트릭 핀 해병대 병장과 루디 미킨스 일병을 직접 소개했다. 그러면서 “공산주의는 암과 같아서, 반드시 빨리 잘라내야 한다”며 “우리가 전 세계 전장에서 공산주의와 싸운 것은 그 위협이 바로 이곳 미국에서 다시 추악한 머리를 들게 하려던 것이 아니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AP통신은 “역대 대통령이 국민 통합의 기회로 삼아온 독립기념일 연설로는 이례적으로 당파적인 입장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CNN은 해당 발언들이 “민주사회주의 진영의 약진 이후 나온 가장 최근의 사례”라며, 민주당의 강경 좌파를 대표하는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을 위시한 ‘맘다니 사단’을 비롯한 반(反)트럼프 진영 전체를 미국의 적인 공산주의로 규정해 선거를 이념 대결로 몰아가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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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85만발 불꽃쇼 환호할 때…이란은 ‘킬 트럼프’외쳤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트럼프 집회(Trump Rally)’로 명명한 이날 기념식은 최고기온이 섭씨 39도까지 오르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다 기념식 직전 돌연 폭풍우와 뇌우가 몰아치는 급격한 기상 변화 속에서 진행됐다.
이날 오후까지만 해도 워싱턴의 폭염으로 독립기념일 퍼레이드가 취소됐다. 기념식장에선 탈진과 탈수 증세로 쓰러지는 사람들이 목격됐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3시간여 앞두고는 폭우가 예보되면서 현장 참석자들이 긴급하게 인근 건물로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워싱턴 상공에 벼락이 치기 시작하자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때까지 이어가려던 에어쇼 일정이 취소됐다.
기념식 개최가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폭우가 잦아들자 “기념식은 우리가 원하는 7월 4일에 해야 한다”며 예정됐던 일정을 1시간 반가량 미뤄 연설을 강행했다. 이 바람에 85만 발의 불꽃놀이도 자정이 돼서야 시작됐다.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는 이란 전쟁으로 악화한 여론을 의식한 듯 “우리는 베네수엘라와 이란의 군대를 완전히 무력화했다”며 “이란 해군 전력을 침몰시켜 159척의 함선을 바다 밑으로 보내버린 것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해군 승리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또 이란 전쟁에서의 성과를 1898년 쿠바를 점령했던 ‘미국·스페인 전쟁’에 비유하며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 더 크게 승리하고 있다”고 자찬했다.
5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 추모객이 몰린 테헤란 이맘호메이니 대모살라광장에 더위를 식히는 물이 뿌려지고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같은 날 이란의 수도 테헤란은 통곡으로 가득 찼다. 4일부터 테헤란의 이맘호메이니 대(大)모살라광장에서 열리고 있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장례식은 검은 옷을 입고 붉은 깃발을 흔든 사람들의 구호와 흐느낌으로 채워졌다. 검은색과 빨간색은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순교자’ 하메네이에 대한 슬픔(검정), 피와 복수(빨강)를 상징한다. 축구장 28개 넓이(20만㎡)의 광장을 가득 메운 추모객들은 진행자의 선창에 따라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저주를” 등의 구호를 외치거나, 가슴을 치며 슬퍼했다. 영어로 ‘트럼프를 죽여라(Kill Trump)’라고 쓴 현수막을 든 시민도 있었다.
하메네이의 관은 공습 당시 함께 숨진 딸, 사위, 며느리, 외손녀의 관과 함께 광장에 설치된 단상에 놓였다. 장례식 진행자는 “하메네이와 그의 가족이 무방비로 사탄에게 잔인하고 억울하게 암살당했다”고 말했고, 추모객들은 “우리가 지키지 못했다”고 소리쳤다. 이들은 5일 오전까지 대부분 자리를 뜨지 않고 밤새 하메네이를 기렸다.
장례식엔 러시아·중국·파키스탄·튀르키예 등 30개국 고위 인사가 참석했다. 반면에 한국을 비롯해 서방 주요국은 일제히 불참했다. 하메네이의 아들이자 현 최고지도자인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암살 우려로 인해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을 전망이다. 하메네이의 시신은 6일 테헤란을 떠나 7일 종교도시 콤, 8일 시아파 성지 이라크 카르발라·나자프를 거친 뒤 9일 마슈하드에 매장된다. 장례식이 미국 250주년 독립기념일과 같은 날 시작된 데 대해 CNN은 “이란 정권은 (장례식을 통해) 존폐 위기까지 몰렸던 전쟁에서 살아남은 자신들의 불굴의 회복력을 알리려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