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더그 버검 내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백인우월주의 단체가 독립기념일에 수도인 워싱턴에서 행진을 벌인 것에 대해 ‘표현의 자유’의 측면에서 허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의 독립 250주년 기념일이었던 지난 4일(현지시간) 백인우월주의단체인 '패트리어트 프론트' 회원들이 단체로 복면 모양의 마스크를 착용한채 한 흑인 여성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해당 사진은 트럼프 행정부의 인종차별 정책을 단적으로 드러낸 장면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논란이 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버검 장관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백인우월주의 단체 ‘애국전선(Patriot Front)’ 회원들이 복면 모양의 마스크를 쓴 채 워싱턴을 행진한 것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들이 내세우는 가치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미국의 근본 원칙은 민주주의를 복잡하게 만들기는 해도 표현의 자유”라고 답했다.
버검 장관은 이어 “개인적으로 불쾌하거나 용납할 수 없는 것도 있지만 미국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허용되며 모든 분야에서 그렇다”고 부연했다.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백인우월주의를 사실상 옹호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월 23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생명 수호 전국 행진(National March for Life)’ 행사장 인근에서 백인 우월주의 단체 ‘패트리어트 프론트(Patriot Front)’ 회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흑인 노예제도를 옹호하는 상징으로 평가받는 남부군의 깃발을 내걸었다. EPA=연합뉴스
전날 해당 단체 회원 400여명은 남색 상의에 카키색 바지를 맞춰 입고 복면 모양의 마스크에 선글라스, 모자를 쓴 채 워싱턴을 활보했다. 이들은 특히 흑인 노예제 옹호의 상징으로 평가되는 남부연합기를 들고 워싱턴 곳곳을 행진하면서 ‘미국을 되찾자’는 구호를 외치면서 논란을 빚었다.
이들이 지하철로 이동하면서 흑인 여성을 둘러싸고 있는 로이터통신의 사진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에서 유색인종이 처한 현실과 저항의 의지를 상징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온라인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미국의 독립 250주년 기념일이었던 지난 4일(현지시간) 백인우월주의단체인 '패트리어트 프론트' 회원들이 단체로 복면 모양의 마스크를 착용한채 워싱턴의 지하철역에 집결해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버검 장관은 재차 해당 단체의 이러한 행동에 대한 입장을 질문 받자 “그들이 옹호하는 가치는 내가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것들”이라면서도 “미국은 (표현의 자유로 인해)공산주의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선출될 수 있는 나라”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생명과 자유를 위해 싸워왔고, 우리는 죽음과 폭정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반복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자신의 반대 세력을 공산주의자로 규정하는 프레임을 동일하게 반복했다.
버검 장관이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사실상 옹호한 해당 단체는 1기 트럼프 행정부 첫해인 2017년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극우세력이 집결해 폭력시위를 벌인 즈음 결성됐다. 이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상태로 미국 각지에 떼 지어 나타나 백인우월주의를 주장하는 시위나 행진을 벌여왔다.
샬러츠빌 사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폭력시위를 벌인 극우세력이나 반대 시위에 나선 쪽이나 둘 다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발언해 백인우월주의를 두둔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불렀다.
미국의 독립 250주년 기념일이었던 지난 4일(현지시간) 백인우월주의단체인 '패트리어트 프론트' 회원들이 단체로 복면 모양의 마스크를 착용한채 워싱턴의 지하철역에 집결해있다. AP=연합뉴스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백인우월주의자들을 선동하는 듯한 언사로 논란을 빚었다. 2021년 1월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 확정을 저지하겠다고 연방 의회 의사당에 난입한 트럼프 지지자 중에는 ‘프라우드 보이스’를 비롯한 백인우월주의 극우단체 회원이 상당수 섞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