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한국 역사문화체험 프로그램 일정에 참가한 키르기스스탄 학생 누르마토마 주마굴(20)과 최 폴리나(21) 모습. 이들은 지난 2일 홍대거리에 방문해 한국 문화를 체험했다. 한찬우 기자
지난 2일 오후 4시 홍대거리 일대엔 거센 소나기가 내렸지만, 한국을 찾은 고려인 학생들은 “홍대(거리 방문)를 가장 기다렸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2시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지자 궂은 날씨에도 이들은 홍대 곳곳의 매장으로 발 빠르게 향했다.
20대 여학생들의 최애 장소는 대형 올리브영 매장이었다. 키르기스스탄에서 온 누르마토바 주마굴(20)과 최 폴리나(21)는 직접 수분 크림을 발라보고 브랜드와 가격대를 꼼꼼히 비교하며 제품을 골랐다. 현지보다 더 좋은 제품을 절반 가격에 구할 수 있었다.
재단법인 고려인의꿈(이사장 한영수)은 지난달 29일부터 6일까지 7박 8일간 고려인 청소년을 대상으로 제2회 한국역사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평소 한국 문화와 언어를 배워오는 고려인과 현지 정통 민족 학생 10명을 초청했다. 러시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등 지역의 한국어 대회에서 수상한 학생들이 주로 참여했다. 이들은 서울 경복궁·홍대·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와 인천 월미도·차이나타운 등 역사적·문화적 명소를 거닐며 한국과 더욱 가까워지는 시간을 보냈다.
제2회 한국역사문화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과 관계자들. 한찬우 기자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금천구 고려인청소년회관에서 열린 입소식에서 한영수 이사장은 “한국은 최빈국에서 선진국이 된 역사가 있는 ‘기회의 땅’”이라며 “이번 행사를 통해 5개국 10명의 학생이 한국 문화와 언어를 더욱 열심히 공부해 자신들 꿈을 성취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려인은 19세기 후반 러시아 연해주 일대로 이주했다가, 1930년대 스탈린 정권에 의해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강제로 이주돼 정착한 한민족과 그 후손을 의미한다. 오랜 세월이 흘러 언어와 문화는 달라졌지만, 이들은 여전히 한민족이라는 정체성을 간직하고 있다.
참가학생들이 지난 2일 홍대거리 내 올리브영 매장을 찾아 쇼핑을 하고 있는 모습. 한찬우 기자
이들 국가는 대체로 러시아어를 통용어로 사용하지만, 이번 행사에선 한국어 소통이 주를 이뤘다. 프로그램 중에는 매일 별도의 식비가 지급돼, 참가 학생들이 식당을 직접 찾아보고 주문하는 실전 교육도 진행됐다. 키르기스스탄 내 한국어 쓰기 대회 1등 수상자인 주마굴은 “식당에서 냉면을 직접 주문할 때 무척 떨렸다”며 “부모님과 한국 드라마 ‘찬란한 유산’을 보며 작품에 흠뻑 빠진 것이 한국어를 배운 계기”라고 말했다. 할아버지의 성을 물려받았다는 폴리나는 “월미도에서 해물 짜장면을 먹고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던져준 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프로그램 막바지에 다다르자, 참가 학생 다수가 “한국에 더 남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고려인의꿈은 IT 기업가 출신의 한영수씨가 2012년 설립한 재단이다. 재단은 그동안 약 1700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한국어 백일장 대회 등을 개최하며 고려인 청소년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한 이사장은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독립운동가 최재형상 노블레스 오블리주 부문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