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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운동장 뚫는다…‘나토 장벽’ 균열내는 K방산의 ‘역발상’ [유럽으로 가는 K방산]

중앙일보

2026.07.05 13:00 2026.07.0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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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방산 수출 규모는 지난 2006년 2.5억 달러(3825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약 154억 달러(23조 5620억원)를 웃도는 수준으로 급격히 성장했다. 탄탄한 제조업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진격의 K방산’은 전통의 방산 강호인 유럽과 미국 시장을 넘보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미국발 자국 우선주의와 유럽의 자강론 부상에 따라 현지 생산·투자를 원칙으로 하는 각국의 ‘가드 올리기’에 가속도가 붙고 있어서다.



20년 만에 잠수함까지…‘진격의 K방산’

지난 2024년 3월 폴란드에서 열렸던 나토 지상군 연합 훈련인 드래곤 24(Dragon 24)에서 폴란드 육군의 K2 흑표 전차가 기동하고 있다. 폴란드 육군은 K2 외 미국의 M1A2C 에이브럼스, 독일의 레오파르트 2A4를 보유하고 있다. 레딧

지난 2024년 3월 폴란드에서 열렸던 나토 지상군 연합 훈련인 드래곤 24(Dragon 24)에서 폴란드 육군의 K2 흑표 전차가 기동하고 있다. 폴란드 육군은 K2 외 미국의 M1A2C 에이브럼스, 독일의 레오파르트 2A4를 보유하고 있다. 레딧

20년 전 한국의 방산 수출 품목이 탄약과 항공기 부품류 등 단순 항목 위주였다면, 최근엔 K2 전차와 K9 자주포, K239 천무 다연장로켓, 천궁-II 지대공 요격 미사일(M-SAM-II) 등으로 다양해졌다. 현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가운데 루마니아가 K2 전차 도입을 저울질하고 있고, 폴란드도 K2 전차의 3차 실행 계약을 바라보고 있다.

K2·K9·천무 등 독자적인 주력 지상 장비를 바로 찍어내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기술과 생산 라인을 모두 갖춘 나라는 흔치 않다.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 러시아, 중국 외에 한국 정도가 손에 꼽힌다.

여기다 첨단 기술의 집약체로 꼽히는 잠수함까지 팔게 되면, 세계 방산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도 단숨에 ‘비약적 도약(quantum leap)’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6일(현지시간)을 전후 결론이 지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캐나다의 60조 원 차기 잠수함 사업(CPSP)에 정부가 공을 들이는 것도 그래서다.

이처럼 K방산의 체급이 상대적으로 높아졌지만, 아직까진 전 세계 ‘무기 시장의 큰손’은 미국과 독일·프랑스·영국 등 유럽 방산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나토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유럽 시장의 문을 열어젖히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방산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캐나다 잠수함 발표 직전 독일 “우리가 유리”

지난해 3월 경남 창원 진해구 해군잠수함사령부에서 대한민국 기술로 독자 설계·건조한 3000t급 잠수함 1번함인 도산안창호함(SS-Ⅲ)이 한국·캐나다 해군 연합협력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출항하고 있다. 해군잠수함사령부=뉴스1

지난해 3월 경남 창원 진해구 해군잠수함사령부에서 대한민국 기술로 독자 설계·건조한 3000t급 잠수함 1번함인 도산안창호함(SS-Ⅲ)이 한국·캐나다 해군 연합협력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출항하고 있다. 해군잠수함사령부=뉴스1

실제 캐나다 차기 잠수함 사업도 결국 ‘나토 장벽’을 뚫는 게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화오션과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가 맞붙은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시작했다는 게 정부 안팎의 인식이지만, 수개월간 정부·업계 관계자들이 캐나다의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며 치열한 협상을 벌였다. 정부 안에선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도 나온다.

반면 경쟁자 독일은 ‘나토 창설 원년 멤버’인 캐나다의 팔이 안으로 굽을 거란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나토 회원국인 자신들을 선택할 거란 자신감이다. 독일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라르스 클링바일 독일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지난 3일(현지시간) 자국 TKMS 조선소를 찾아 “독일 정부 전체가 캐나다와의 협력을 지지한다. 우리의 입장은 분명히 유리하다”고 밝혔다. 올리버 부르크하르트 TKMS 최고경영자(CEO)도 “나토 회원국이 수주한 재래식 잠수함 계약 중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거들었다.


‘전통 강호의 나토 동맹국 수성전(독일)’ 대 ‘활력 있는 새 공급망 확보(한국)’의 구도인 셈인데, 이런 분위기 속 한국이 CPSP 사업을 따낸다면 극적인 드라마를 쓰는 셈이다.



유럽 발주국, ‘현지화 장벽’ 갈수록 높여

지난 2024년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시험장 제2 발사장에서 호마르-K가 CTM-290 전술탄도미사을 발사하고 있다. 호마르-K는 다연장 로켓 K239 천무의 폴란드 현지화 모델이다. 사진 방위사업청

지난 2024년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시험장 제2 발사장에서 호마르-K가 CTM-290 전술탄도미사을 발사하고 있다. 호마르-K는 다연장 로켓 K239 천무의 폴란드 현지화 모델이다. 사진 방위사업청

다만 앞서 폴란드는 지난해 11월 오르카 잠수함 수주전에서 한국과 경쟁을 벌이던 회원국인 스웨덴의 사브를 낙점했다. ‘바이 유러피안’의 벽도 견고했지만, 러시아의 수중 위협에 공동 대응한다는 측면에서 역내 안보 동맹과 손을 잡는다는 차원이 컸다. 이는 방산 거래가 단순히 기술·경제 협력을 넘어 군사 동맹 또는 그와 유사한 수준의 협력을 요구하는 성격이 크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완제품 수출’이란 정공법으로 유럽 시장을 두드리던 한국 방산 기업들은 나토의 색깔을 입힌 현지화 전략으로 우회하는 추세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지 생산 구조나 투자를 일부라도 가져가지 않으면 사실상 수출이 불가능할 정도로 나토의 진입 장벽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LIG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LIG D&A)는 지난달 파리 방산 전시회 유로사토리에서 독일의 지상 장비 기업인 라인메탈의 자회사인 라인메탈에어디펜스와 현지 합작 법인을 설립, 새로운 단거리 방공 미사일 체계를 공동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LIG D&A의 생산력과 라인메탈의 기술·판로를 결합해 유럽 시장을 돌파한다는 구상이다.

폴란드에 대규모 K9 자주포·천무 다연장로켓 수출 계약을 이행 중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지난해 10월 폴란드 방산 기업 WB일렉트로닉스와 합작 법인을 세웠다. 이어 두 달 만인 같은 해 12월 80㎞급 천무 유도미사일 CGR-080을 공급하는 5조 6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폴란드에 K2 전차를 수출하는 현대로템 역시 2차 계약분부터 현지 생산 버전 ‘K2PL’ 61대를 폴란드 실롱스크주의 기갑 정비창인 ‘부마르·와벤디’에서 조립 생산할 예정이다.



이유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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