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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기 아빠’ 처벌 기회 있었는데…2년간 날려버린 국회

중앙일보

2026.07.05 13:00 2026.07.05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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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도심에서 일면식도 없는 10대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 씨가 지난달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도 없는 10대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 씨가 지난달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국회가 살인범 장윤기(23)의 아버지 사례와 같은 ‘친족 간 증거인멸’을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됐는데도 2년 가까이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법안의 필요성을 두고는 찬반 논란이 있지만, 극한 정쟁에 건설적 대안을 논의조차 하지 않은 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장윤기의 아버지이자 현직 경찰인 장모 경감은 아들의 범죄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인멸했다. 장윤기는 지난 5월 5일 광주 광산구 길거리에서 이채원(17)양을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장 경감은 그로부터 사흘 뒤 장윤기 자취방에서 가슴과 목 부위가 훼손된 성인용품 리얼돌을 폐기했다. 장윤기의 중·고등학교 시절 휴대폰도 소각했다. 검찰은 훼손된 리얼돌을 성범죄 고의성을 입증하는 증거로 판단했지만 재판부에는 리얼돌 영상자료만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장 경감은 처벌받지 않는다. ‘범인의 친족은 증거인멸, 범인도피죄 등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의 형법상 특례조항(형법 155조 4항) 때문이다. 이 조항의 존재 가치에 대한 학계의 평가는 갈린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아버지가 아들의 범죄 증거를 숨겨주는 게 인간의 본성에 부합한다”며 “특례를 없애도 실효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큰 반면 잠재적 범죄자만 양산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족 간 윤리와 정의에 대한 관념이 과거와는 달라졌기 때문에 중범죄는 친족 간 증거인멸을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학계 논쟁에 기반한 법안은 2년 전 발의됐지만 논의되지 않았다.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4년 9월 “형사법이 다종·다양한 현실에 대응해야 한다”며 범인의 친족이라 하더라도 증거인멸죄 또는 범인도피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형법 개정안을 냈다. 헌법재판소가 그해 6월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근거로 친족간 재산범죄 처벌 면제법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자 증거인멸까지 손 보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법안은 정쟁에 파묻혔다. 여야는 2024년 하반기엔 이재명 대통령 재판과 국무위원 탄핵으로 거세게 맞붙었다. 그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로 갈등은 극에 달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당선된 이후 민주당은 ‘내란 청산’과 ‘사법 3법’(법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증원) 처리에 골몰했다. 국민의힘도 장외투쟁과 필리버스터 등 내내 강공으로 맞섰다.

그러다 국회는 헌재가 못 박은 친족 재산범죄 처벌법 개정 시한(2025년 12월 31일)이 끝나가자 부랴부랴 논의에 착수했다. 지난해 12월 5일에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에 관련 법안을 상정했다. 하지만 주 의원의 형법 개정안은 아직 논의 대상조차 되지 못했다. 법사위 관계자는 “정쟁이 너무 심했고 시간이 빠듯해서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인한 공백을 메우는 게 우선이었다”며 “증거인멸 문제까지 논의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국회는 이번에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나섰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2일 주 의원과 같은 취지의 법안을 발의하는 등 대안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여전히 대표적인 정쟁의 장인 법사위에서 건설적 논의가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박준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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