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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위내시경 받고 숨졌는데…고인에 날아온 ‘검진 이벤트’ 문자

중앙일보

2026.07.05 13:00 2026.07.05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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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위내시경 검사 도중 응급상황에 빠져 상급병원으로 이송된 40대 남성이 끝내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경찰은 당시 검사를 진행한 의료진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지난해 말 경기도 광명의 한 내과의원에서 수면 위내시경 검사를 받던 40대 남성이 심정지 상태에 놓였다가 결국 숨진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의료진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말 경기도 광명의 한 내과의원에서 수면 위내시경 검사를 받던 40대 남성이 심정지 상태에 놓였다가 결국 숨진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의료진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유족이 경찰에 제출한 고소장 등에 따르면 안모(46)씨는 지난해 12월 31일 경기도 광명의 A내과의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그는 키 176.9㎝, 체중 97.8㎏의 중등도 비만이었으나 고혈압·당뇨 등 기저질환은 없었다. 다만 진료기록부에는 위내시경 전 기도위험도 평가에서 ‘기도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함’(말람파티 4등급)이라고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진은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 80㎎을 투여한 뒤 이날 오전 11시51분쯤 위내시경 검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기도 확보가 원활하지 않자 자세를 두 차례 교정했다. 이후 안씨가 진정 상태에서 깨어나려 하자 의료진은 검사를 이어가기 위해 미다졸람 2㎎을 추가 투여했다. 유족 측이 제출한 B메디컬컨설팅의 ‘의료자문 회신서’에는 중등도 비만·말람파티 4등급 환자에게 프로포폴과 미다졸람을 병용하면, 단일 약제를 사용할 때보다 호흡 억제, 저혈압의 위험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유족 측은 “기도 확보가 어렵다는 것은 호흡곤란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다른 사람보다 산소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라며 “(깨어나려 했을 때) 검진을 즉각 중단하고 비수면 내시경을 권하거나 전문 의료장비와 의료진을 갖춘 종합병원으로 전원을 안내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다졸람 투여 후 안씨의 호흡이 갑자기 불안정해지기 시작했다. 오전 11시 53분쯤에는 신체 조직에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산소포화도가 정상 범위(95~100%) 아래로 떨어졌다. 산소 부족으로 얼굴이 푸르스름하게 변하는 청색증도 나타났다. 이후 산소포화도는 78%까지 떨어졌다. 의료진은 기도 확보를 시도했지만,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자 오전 11시55분쯤 수동식 인공호흡기(앰부 배깅)를 이용해 호흡을 보조했다.

그런데도 청색증이 지속하자 다른 의료진은 심폐소생술에 들어갔다. 미다졸람 효과를 줄이려 길항제(拮抗劑)인 풀루닐도 투여했다. 기관삽관은 두 차례 시도 끝에 12시3분쯤 성공했다. 하지만 이미 산소포화도가 정상수치를 벗어난 지 약 10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유족 측 변호인은 “산소포화도가 감소 추세를 보이면 즉시 기관삽관을 시행해야 했는데도 뒤늦게 했다”고 주장했다. 심폐소생술에 사용하는 약물인 에피네프린 투약도 늦었다는 게 유족 주장이다.

이후 낮 12시9분쯤 119대원이 도착했을 당시 안씨는 심정지 상태였다. 그는 인근 2차 의료기관인 B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심폐소생술 끝에 자발순환이 회복됐다. 하지만 이미 안씨의 뇌가 심각하게 손상된 상태였다. 이후 상급종합병원으로 다시 전원 됐으나 올해 1월 5일 뇌사 판정을 받았다. 결국 안씨는 같은 달 19일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숨졌다.

유족 측은 “사건 당일 오전 11시57분쯤 내시경실 폐쇄회로(CC)TV에는 의료진이 트레이를 끌고 들어오는 장면이 촬영됐다”며 “트레이에 응급 장비와 약물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A내과의원이 기도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면 왜 내시경실에 제세동기와 같은 응급 장비를 상시 비치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초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현재 해당 의료진을 상대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는지 수사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A내과의원을 압수수색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내용에 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A 내과의원은 유족 측 주장을 반박했다. 미다졸람 추가 투약에 대해서는 “진정내시경 과정에서 환자가 움직인다고 반드시 검사를 즉시 중단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환자 상태를 확인하면서 최소 범위에서 진정제를 추가 투여하는 게 일반적인 진료 방식”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시에도 프로포폴 증량 대신 길항제가 있는 미다졸람 2㎎을 추가 투여했고, 산소포화도가 저하되자 즉시 검사를 중단한 뒤 기도 확보와 산소 공급 등 응급조치를 시행한 것”이라고 했다.

또 “기관삽관은 환자의 기도 구조에 따라 난이도가 달라지고, 에피네프린 역시 심폐소생술 지침에 따라 맥박이 잡히지 않을 때 투여하는 약물”이라며 “당시 환자 상태를 지속해서 평가하며 적절한 시점에 투약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사건 당시 내시경실과 회복실에는 응급카트와 기관삽관 장비, 앰부백, 에피네프린 등 응급의약품과 소생 장비가 상시 비치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고 이후 A내과의원 측은 안씨 휴대전화로 ‘리뷰를 남겨달라’(1월 1일)거나 건강검진 기획상품 관련 홍보 글(2월 10일)을 보내기도 했다. 병원 시스템에 등록된 개인정보에 따라 자동 발송된 문자였으며, 유족 항의 이후 발송을 중단했다고 한다.



김민욱.손성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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