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태훈·박순효·윤성환 계명대동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환자 맞춤 진료·긴밀한 협진이 경쟁력 렉라자 활용한 치료 옵션 다양해져 치료 전략 검증 위한 연구 이어져야
호흡기내과 김태훈·박순효·윤성환 교수(왼쪽부터)는 ″경제적 여건, 거주 지역, 환자 성향까지 고려한 맞춤 치료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폐암 치료가 환자 맞춤 전략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과거에는 병기를 기준으로 치료를 정했다면 이제는 유전자 변이와 종양 특성, 거주 지역까지 고려한 맞춤 치료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은 3세대 표적치료제 렉라자(레이저티닙)를 중심으로 치료 전략이 다양해지면서 질환을 장기간 조절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생활권 내에서 진단부터 관리까지 이어가는 지역 완결 치료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계명대동산병원 호흡기내과 박순효·윤성환·김태훈 교수를 만나 지역 폐암 치료의 경쟁력과 최신 치료 전략을 들었다.
Q : 생활권에서 폐암 치료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박순효(이하 박) “가장 큰 이유는 접근성이다. 항암 치료 중 발열이나 응급 상황이 생겼을 때 서울까지 이동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폐암은 합병증 관리와 장기 치료가 중요한 만큼 병원은 치료 지속 가능성과 경제적·시간적 여건을 함께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
윤성환(이하 윤) “무엇보다 지역 병원도 수도권과 치료 수준에 큰 차이가 없다. 최근 폐암 치료는 어떤 치료 전략을 수립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Q : 계명대동산병원이 대구·경북 폐암 진료의 거점이 된 배경은.
박 “환자에 대한 관심과 맞춤형 치료가 좋은 성적과 신뢰로 이어졌다. 의료진 모두가 환자 한 명 한 명을 세심히 살핀다. 치료 전략을 세울 때도 병기나 가이드라인만 참고하지 않고 단기 효과와 장기 방향을 함께 고민하며, 지속해서 재평가한다. 긴밀한 협진도 강점이다. 암은 같은 병기여도 질환 특성과 전이 양상이 달라 환자별 특성을 바탕으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에 다학제 진료뿐 아니라 매주 폐종양 집담회를 운영한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환자 맞춤 치료를 논의하는 자리다.”
Q : EGFR 변이 폐암의 1차 치료 전략은 어떤 기준으로 정하나.
김태훈(이하 김)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종양의 분포와 TNM 병기(종양·결절·전이를 나타내는 병기)다. 1~3기 조기·국소진행성 폐암에서는 가능하면 수술, 방사선 치료 같은 국소치료를 적극 시행한다. 필요에 따라 항암 치료도 병행한다. 4기에서는 약제 선택이 중요하다. 전이 범위와 종양 부담에 따라 단독요법 또는 병용요법을 선택하고 국소치료를 함께 검토한다.”
Q : 단독요법이 효과적인 환자군은.
윤·
김 “단독요법은 병용요법보다 독성이 적어 고령 환자나 동반 질환이 많은 환자에게 적합할 수 있다. 반복적인 병원 방문이 어려운 비수도권 환자에게도 현실적인 선택지다. 특히 렉라자는 뇌전이 환자에게서도 효과가 입증됐으며, 후향적 연구(retrospective study)에서는 중추신경계 조절 측면에서 강점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Q : 렉라자는 국내 환자 데이터도 풍부하다. 치료에 어떤 도움이 되나.
윤 “부작용과 치료 경과를 보다 현실적으로 참고할 수 있다. 예상되는 부작용을 미리 설명하고, 치료 과정에서도 지속해서 확인·관리할 수 있어 장기 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
풍부한 국내 경험이 쌓이기까지는 무상공급프로그램(EAP)의 역할도 있었다. 렉라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전 EAP로 무상 공급됐다. 박 교수는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었던 뇌 전이, L858R 변이 환자의 치료 공백을 메워준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었다”며 “EAP를 통해 치료를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온 환자들이 많다”고 했다. 이렇게 진료 현장에 안착한 렉라자는 최근 병용요법, 국소치료 병행, 수술 전후 치료로 전략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Q : 최근 약물·국소치료 병행 전략이 주목받는다.
박 “소수전이처럼 종양 부담이 적은 4기 폐암의 치료 전략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EGFR 엑손19 결손 환자는 렉라자의 효과가 우수해 약물치료를 시작하는 시점부터 국소치료를 고려하는 경우가 늘었다. 최근 연구에서는 렉라자 단독요법 후 방사선 치료를 추가한 소수전이 환자의 무진행생존기간이 34개월 이상으로 보고됐다. 일부 병용요법 연구 결과와 유사한 수준이다.”
Q : 치료 전략 확장이 가능해진 배경은.
박 “우수한 효과와 축적된 임상 경험 덕분이다. 기존 표적치료제는 일부 환자군에서 치료 성과의 차이가 보고된 반면, 렉라자는 L858R 변이와 뇌전이 동반 환자를 포함한 다양한 환자군에서 일관된 치료 효과를 보였다. 약물치료 반응이 좋으면 국소치료까지 고려할 수 있어, 적극적인 질환 조절과 장기적인 치료 목표 설정이 가능하다.”
Q : 최적 치료 전략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김 “렉라자 같은 효과적인 약제에 국소치료를 적절히 병행한 뒤 표적항암제를 유지하는 전략이 이상적이다. 다만 모든 4기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윤 “환자를 볼 때마다 새로운 전쟁을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전쟁터도, 목표도, 쓸 수 있는 무기도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판단을 내린 뒤에도 종양 부담을 평가하며 전략을 재조정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렉라자는 강력한 치료 옵션이다. 일부 환자는 단독요법만으로도 충분하고, 적절한 시점에 국소치료를 병행하면 병용요법 이상의 성과도 기대할 수 있다.”
세 교수는 치료 성적을 높이기 위해 연구 확대와 제도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교수는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 면역항암제 병용,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치료 전략을 검증하는 연구와 장기 효과를 예측할 지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 교수는 “질환이 진행해도 모든 병변이 내성을 보이는 것은 아니므로 기존 약제를 유지한 채 다음 치료를 이어갈 수 있는 환경도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