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한 휴간한『샘터』소장품 60점 출품 표지·내지 원화 49점·컬렉션 11점…시작가 총 8000만원 규모 호암 이병철 ‘공수래공수거’ 시작가 1500만원
1972년 2월 『월간샘터』의 내지(41쪽)에 수록된 운보 김기창의 ‘도자기’. 종이에 수묵담채, 33.5x29.5cm, 사진 케이옥션 제공
경영난으로 무기한 휴간에 들어간 월간 교양지 『샘터』가 56년간 축적해 온 문화유산을 경매에 내놓는다. 잡지 표지와 내지를 장식했던 원화는 물론 삼성그룹 창업주 호암 이병철의 서예 작품까지 처음 시장에 공개된다.
케이옥션은 오는 21일 열리는 7월 프리미엄 온라인 경매에 『샘터』 표지·내지에 실렸던 원화 49점과 샘터 소장 컬렉션 11점 등 총 60점을 출품한다고 6일 밝혔다. 시작가 기준 총 규모는 약 8000만원이다.
호암 이병철,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종이에 먹, 32.5x134.5cm, 1981(경매시작가 1500만원) 사진 케이옥션 제공
가장 주목받는 작품은 호암 이병철이 1981년 쓴 서예 작품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다.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간다’는 뜻을 담은 이 작품은 오랫동안 『샘터』 이사장실에 걸려 있었으며, 이번 경매를 통해 처음 시장에 공개된다. 시작가는 1500만원, 추정가는 1900만~4000만원이다.
이번 경매에는 1970년대부터 2002년까지 실제 샘터에 실린 원화 49점도 출품된다. 일부 작품은 해당 그림이 실린 『샘터』 실물 잡지와 함께 경매에 나와 작품성과 출판문화사적 가치를 동시에 갖췄다는 평가다.
대표 출품작으로는 1977년 7월호 표지에 실린 서양화가 손응성의 유화 ‘교외의 풍경’(시작가 400만원), 1977년 12월호 내지에 게재된 운보 김기창의 ‘도자기’(시작가 300만원) 등이 포함됐다. 이 밖에도 남정 박노수, 월전 장우성, 남천 송수남, 박선기, 장욱진, 박대성 등의 작품이 함께 출품된다.
특히 『샘터』는 창간 초기부터 운보 김기창, 남정 박노수, 손응성 등 당대 대표 화가들의 원화를 표지와 내지에 싣는 방식으로 미술을 대중에게 소개했다. 미술관과 화랑 접근이 쉽지 않았던 시절, 샘터 표지화는 한국 근현대 미술이 가장 널리 대중과 만난 기록으로 평가받는다.
1977년 1월호 『월간샘터』 표지에 그려진 남정 박노수 ‘산수도’의 모습. 종이에 수묵담채,20x18cm, 1977 케이옥션 제공
1970년 4월 김재순 전 국회의장이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교양지’를 표방하며 창간한 『샘터』는 전성기 월 발행 부수 50만부를 기록한 국내 대표 교양지다. 피천득, 법정 스님, 최인호, 이해인 수녀, 정채봉 등이 필진으로 참여했고, 소설가 한강과 시인 정호승이 편집부 기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1983년에는 가로쓰기를 도입하는 등 한국 출판문화 변화도 이끌었다.
하지만 종이잡지 시장 침체와 경영난이 이어지면서 2019년 한 차례 휴간을 선언했다가 독자 후원으로 재창간했으며, 판매 부수 감소와 수익성 악화를 극복하지 못해 올해 1월호를 끝으로 다시 무기한 휴간했다.
케이옥션은 “이번 경매는 샘터가 남긴 56년의 문화 아카이브를 통해 한국 출판문화와 근현대 미술사가 교차한 지점을 돌아볼 수 있는 자리”라며 “원화와 실제 잡지가 함께 출품돼 작품의 출처와 시대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출품작은 오는 11일부터 21일까지 서울 강남구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공개되며, 온라인 응찰은 같은 기간 케이옥션 홈페이지에서 진행된다. 경매는 21일 오후 4시부터 순차적으로 마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