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툼했던 달력 몇장을 뜯어냈을 뿐인데, 한 해가 절반으로 접혀버렸다. 반환점을 만나면 가던 길을 돌아와야 하는 마라톤처럼, 한 해라는 시간의 반환점을 지나며 그동안 부지런히 달려온 날들을 돌아보는 때다.
흔히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곤 한다. 출발선은 모두에게 똑같지만 저마다의 속도로 부단히 달려 각기 다른 모습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과정이 인생의 여정과 똑 닮았기 때문이다.
인생이라는 마라톤에는 세 가지 중요한 지점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출발점이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출발 신호를 기다리며 느끼는 설렘과 승리를 향한 기대는 누구에게나 눈부시다. 다른 하나는 결승점이다. 마지막 남은 숨결까지 쥐어 짜내며 결승선을 통과할 때의 성취감은 끝까지 버텨낸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그렇다면 출발점과 결승점 사이에 있는 ‘반환점’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마라토너들은 마라톤 경주 중 반환점을 돌 때 가장 편안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절반을 지나왔다는 안도감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제부터 달려가는 길은 낯선 땅이 아니라 발바닥이 기억하는 익숙한 길이기 때문이다. 어디쯤에서 오르막길이 나오고 어디서 굽은 길과 마주할지 알기에, 막막함은 줄어들고 자신감이 차오른다는 것이다.
고은 시인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이라고 노래하며 반환점을 돌아 내려오는 길의 여유를 전했다. 물론 세월이 안내하는 길은 반환점을 돌았다고 뒤로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나온 시간을 디딤돌 삼아 여전히 앞으로만 나아가야 하는 외길이다. 그럼에도 세월의 반환점이 감사한 까닭은 지나온 길에서 저질렀던 실수를 만회하고 잘못 든 방향에서 기꺼이 돌아설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반환점은 처음부터 너무 빨리 뛰다 지쳐버린 이들에게, 혹은 방향을 잃었다가 뒤늦게 자리를 찾은 이들에게 나직이 속삭인다. 지나온 서툰 세월은 잊고 여기서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진짜 의미 있는 경주를 이어가면 된다고 말이다.
반환점은 비단 2026년이라는 달력 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의 정점에서 문득 공허함을 마주했다면, 예기치 못한 상실과 고난과 마주쳤다면, 앞만 보고 달리느라 주위를 살피지 못했다면 그때야말로 반환점을 돌 때다. 반환점은 성공이 아니라 의미를, 성취가 아니라 나눔을, 속도가 아니라 바른 방향을 찾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어느덧 7월이다. 온갖 어수선한 세상 이야기들과 지나간 세월에 대한 아쉬움은 한 해의 반환점을 돌며 훌훌 털어버리자. 그리고 우리를 향해 환히 열려 있는 하반기를 향해 힘찬 경주를 다시 시작해 보자. 실패와 실수를 뒤로하고 새로운 희망의 길로 나갈 수 있다면, 오늘 우리가 지나는 세월의 ‘반환점’은 인생의 ‘전환점’이 되어 우리의 남은 여정을 밝은 미래를 인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