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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대사 부임 전부터 ‘아쉬움’이라니

Los Angeles

2026.07.05 18:41 2026.07.05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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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사회부 기자

김경준 사회부 기자

미셸 스틸(한국명 박은주) 신임 주한 미국대사가 곧 서울에 부임한다. 취임 선서도 했고 한국 정부의 아그레망(주재국의 사전 동의)도 이미 끝났다. 비행기에 오르는 일만 남은 셈이다. 그런데 정작 서울에선 이상한 냉기가 흐른다. 스틸 대사의 부임을 앞둔 시점에, 여당 중진 의원이 공개적으로 “다른 사람이 왔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얼마 전 미국을 방문했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귀국길에 읽은 책 이야기를 하다가 돌연 스티븐 비건 전 국무부 부장관을 언급했다. 송 의원은 오는 9월 비건 전 부장관이 방한한다며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대북특별대표를 맡았던 그가 “북핵 문제를 힘의 논리만이 아니라 외교와 협상의 관점에서 풀어가려는 태도가 참 인상 깊었다”고 회고했다. 이어진 한마디가 문제였다. “이런 분이 주한 미국대사로 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이어 앞으로는 임명  논란을 반복하기보다 양국이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을 사전에 추천하고 의견을 나누는 외교적·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송 의원은 지난달 보궐선거(인천 연수갑)에서 당선돼 4년 만에 원내에 복귀한 6선 의원이다. 현재 최다선 의원 중 한 명이 됐다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유력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아그레망까지 끝나 부임만 남은 동맹국 대사를 두고, 여당 최다선 의원이 ‘다른 사람이 왔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한 셈이다.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당 대표가 되어 여당의 얼굴이 됐을 때, 이 발언의 후폭풍은 대체 누가 감당하나.  
 
스틸 대사 부임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에 보내는 첫 미국대사다. 성 김 전 대사에 이어 두 번째 한인이자, 한인 여성으로는 처음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영어·한국어·일본어 세 가지 언어를 구사하는 연방 하원의원 출신. 이만한 이력의 워싱턴 인사가 서울로 오는 일은 드물다.
 
무엇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소통 가능한 인물이다. 남편 숀 스틸도 캘리포니아 공화당 의장을 지낸 뒤 2008년부터 공화당 전국위원(RNC)을 맡아 온 공화당의 유력 인사다.  
 
한미 관계에서 이런 스펙을 갖춘 인물이 주한 대사로 부임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물론 스틸 대사는 미국의 국익을 대변하기 위해 한국에 가는 것이다. 한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한국의 국익까지 앞장서 챙겨 주리라 기대한다면 순진하다. 그러나 한인으로서 한국의 정서를 이해하고, 워싱턴과 서울 사이의 오해를 줄일 수 있는 가교 역할은 충분히 해낼 것이다.  
 
한미 관계는 안보뿐 아니라 통상, 투자, 첨단산업, 비자, 대북정책 등 수많은 과제가 얽혀 있다. 한국인 전용 취업비자(E-4)  같은 현안도 미국 의회와 행정부의 설득 없이는 진전되기 어렵다. 연방 의원 출신 한인 대사가  부임하는 상황은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기회에 가깝다.
 
스틸 대사는 오랫동안 자신을 ‘자랑스러운 한인’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국익을 우선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한인이라는 정체성이 작용할 여지는 있다. 그 가능성을 진영 논리로 미리 걷어찰 이유는 없다.  
 
외교 무대는 호불호를 밝혀서는 안 된다. 누가 대사로 부임하든 한국의 국익을 위해 어떻게 관계를 만들고, 어떤 의제를 관철할 것인지가 우선이다. 특히 미국 정치가 어느 때보다 극심하게 양극화된 상황에서 한국은 공화·민주 양당과 모두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넓혀야 한다.
 
스틸 대사의 부임은 한국에 주어진 외교적 현실이다. 이를 불편해하거나 견제할 일이 아니라,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외교 공간을 넓히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한국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스틸 대사를 향해 ‘왜 당신이냐’를 묻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함께 무엇을 할 수 있느냐’를 묻는 것이다.

김경준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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