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지 않고도 요약만으로 통찰까지 얻게 된 AI시대에도 독서의 중요성이 더 강조되고 있다. [제미나이 생성]
여름방학에 항상 강조되는 것이 독서다. 특히 초중고생을 가진 가정에서는 독서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독서의 중요성, 실용성, 효과에 대해서는 더 이상 확인하지 않아도 될 지경이다. 영어의 특성상 독해, 심층 분석 등에는 책을 많이 읽은 사람보다 뛰어날 수가 없다. 그래서 SAT/ACT시험을 위해서라도 여름방학에 책을 많이 읽어두는 것이 좋다. 그런데 최근 들어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바로 AI시대라는 것이다. AI시대에 어떻게 독서를 해야 할지를 전문가들에게 들어봤다.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SAT로 대표되는 표준시험에 훌륭한 성과를 낸다고 알려져 있어서 독서를 널리 장려함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가 뽑아서 이용하려는 여러가지 편법이 등장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다른 사람의 독후감, 줄거리를 분석하여 독서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사례까지 나타났고 전문가들이 관련된 응용 문제를 만들어 그것만 따로 공부하는 '잔머리' 해법이 개발되기도 했다. 또한 그런 잔머리를 쓰는 학생이 명문대에 입학하는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묵묵히 시간을 내서 공부하는 학생들도 많다.
요약 보다는 완독의 중요성
1) 입시 에세이가 먼저 변하고 있다. 생성형 AI가 대학 입학 에세이 작성에 광범위하게 쓰이면서, 입학사정관들이 에세이만으로 지원자의 실제 글쓰기 실력과 사고력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두고 '대학 에세이의 위기'라는 표현까지 사용할 정도다.
결국 입학사정관이 더 예민하게 살피는 것은 '누가 매끈한 글을 만들어내는가'가 아니라 '누가 자기 생각을 깊이 있게, 자기 목소리로 풀어내는가'이다. 신기하게도 그런 목소리는 평소에 긴 글을 직접 읽고 소화해 본 학생에게서만 자연스럽게 나온다. 요약본으로는 절대 길러지지 않는 역량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2) 비판적 사고력 자체가 '희소 자원'이 되고 있다.
최근 설문에서 미국 고등학생의 상당수가 숙제에 AI를 활용한다고 답했는데, 같은 조사에서 학부모들은 학업 효율보다 비판적 사고력 저하를 더 크게 우려한다는 인식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즉, AI가 정보를 빠르게 정리해 줄수록, 정보를 스스로 판단하고 연결하고 의심하는 능력의 가치는 오히려 올라간다.
긴 글을 끝까지 읽는 경험은 단순한 정보 습득이 아니라, 저자의 논증이 전개되는 과정을 따라가며 '왜 이런 결론에 도달했는가'를 스스로 검증하는 훈련이다. 요약은 결론만 주지만, 완독은 사고의 과정을 준다.
3) 고전.교양 독서의 가치를 다루는 연구도 늘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 AI 시대일수록 고전.교양 독서가 정체성과 가치를 성찰하게 하고, 사회 현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힘을 길러준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역설적으로 '깊이 읽기'의 중요성이 커진다는 것이 여러 교육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완독을 완독답게 만드는 법
독서를 하면서 AI를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하지만 몇 가지 방법으로 '건성 독서'를 벗어날 방법이 있다.
1) AI는 '읽기 전'이 아니라 '읽은 후'에 쓰면 좋다. 줄거리를 먼저 검색해 버리면 스스로 결론에 도달하는 경험 자체가 사라진다. 마치 모두 읽은 것처럼 기분은 좋겠지만 헛배가 부른 것과 다름 없다.
2) 챕터마다 한 문단씩 '자신의 문장'으로 요약해 본다. AI가 써주는 매끈한 요약과 비교했을 때, 어디가 부족한지가 곧 더 생각해야 할 지점이다.
3) 동의하지 않는 부분에 표시를 남긴다. 저자의 주장에 반박하는 한 줄을 적어보는 것이 가장 강력한 비판적 사고 훈련이다. 저자가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고 해도 누구나 비판할 수 있다. 그래서 책을 읽는 것이다.
4) 가족이나 친구와 책 한 권을 두고 짧게라도 토론해 본다. 설명할 수 있어야 진짜로 이해하고 내 것이 된 것이다. 독후감이나 독서 메모 만큼 토론이 중요하다. 그냥 스몰 토크 수준이어도 남는게 많다.
텍스트와 '오래' 머무는 연습
AI 시대의 역설은, 정보에 접근하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정보를 깊이 소화하는 능력의 가치가 커진다는 점이다. 여름방학은 '깊이 읽기'를 연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간이다. 책 한 권을 끝까지 읽어내는 경험은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대학 에세이에서, 이후 어떤 진로에서도 드러나는 '자기만의 사고력'으로 남는다. 영어는 정말 많이 읽은 사람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것이 비록 AI라고 해도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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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 대학 입학을 위한 여름방학 추천 도서
① AI 리터러시: 도구를 이해해야 도구에 휘둘리지 않아
-Ethan Mollick, Co-Intelligence: Living and Working with AI(동료처럼 AI를 다루는 입문서): AI를 잘 쓰는 법이 아니라 AI가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쉬운 문장으로 풀었다. AI를 막연히 두려워하거나 맹신하지 않고 도구로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길러 준다.
② 인문 고전: 빠른 답이 아니라 깊은 질문을 던지는 법
-Yuval Noah Harari, Sapiens: A Brief History of Humankind(인류 역사를 큰 그림으로 다시 읽는 책): AI, 데이터, 알고리즘이라는 새로운 '신화'의 시대에, 인간이 어떻게 협력하고 의미를 만들어 왔는지를 큰 틀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미국고교.대학에서 널리 읽히는 책이라 공통의 화제로 삼기도 좋다.
-Jared Diamond, Guns, Germs, and Steel(환경과 지리가 문명의 운명을 가른 과정을 추적한 책): 복잡한 인과관계를 끝까지 따라가며 증거를 쌓아 결론에 도달하는 긴 논증을 경험할 수 있다. 요약본으로는 이 책의 진짜 가치인 '논증의 구조'를 배울 수 없다.
③ 기술과 인간: 전공 선택의 이유를 설명하는 힘
-Yuval Noah Harari, Homo Deus: A Brief History of Tomorrow(AI와 생명공학이 인간의 지위를 어떻게 바꿀지 묻는 책): 의대.공대.AI 전공을 꿈꾸는 학생이라면 한 번은 마주해야 할 질문, '기술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가'를 정면으로 다룬다. 전공 지원 에세이에서 쓸 수 있는 어휘와 논거를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다.
④ 문제 해결과 도전: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것
-Peter Thiel with Blake Masters, Zero to One('경쟁'이 아니라 '창조'에 대한 책):정답이 정해진 문제를 빨리 푸는 능력과 아무도 풀지 않은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은 다르다. 연구.프로젝트.창업 등 어떤 진로를 택하든, 스스로 질문을 만드는 사고방식은 입시 에세이와 그 이후의 삶 모두에 도움이 된다.
⑤ 정체성과 목소리: 한국계 미국인 학생만이 쓸 수 있는 에세이를 위해
-Min Jin Lee,Pachinko(한인 이민 가족 4대 다룬 소설): 대입 에세이의 단골 주제인 '나의 뿌리'를 어떻게 깊이 있게 풀어낼지 보여주는 좋은 모델이다. 한인 작가가 자신의 정체성을 어떤 시선으로, 어떤 언어로 다루는지 직접 느껴볼 수 있다.
-Michelle Zauner, Crying in H Mart(한국계 미국인 뮤지션의 회고록): 음식, 가족, 정체성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얼마나 섬세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자기 경험을 에세이로 옮기는 연습에 가장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