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靑, “5·18 성역…명예 택한다” 이병태에 사퇴 권고…“사안 엄중”

중앙일보

2026.07.05 19:28 2026.07.06 00:03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청와대가 ‘5·18 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을 일으킨 이병태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총리급)의 사퇴를 권고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6일 “청와대는 책임과 권한이 큰 대통령 직속 위원회에 임명된 주요 구성원으로서 정부의 국정 기조에 부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강조하고 경고 조치를 시행했다”며 “이후 사안이 매우 엄중한 까닭에 이병태 부위원장의 사퇴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이병태 부위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판단하는 중”이라며 “이재명 정부는 보수와 진보를 넘어 외연을 확장하는 포용의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국민 통합 차원에서 발탁된 보수 성향의 이 부위원장은 지난 3일 배재고 야구부 논란과 관련해 “5·18이 성역이 됐다”고 페이스북에 쓰며 논란을 일으켰다. 청와대가 지난 4일 엄중 경고를 했지만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았고, 민주당 지도부마저 6일 오전 공개 사퇴를 요구하자 청와대가 ‘사퇴 권고’ 조치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위원장을 향한 사퇴 요구는 이날 여권 전체로 번져나갔다. 황명선 최고위원은 6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5·18 조롱 사태를 두고 성역이니 북한이니 하며 가해자를 감싸는 것은 이재명 정부 소속 공직자의 자격을 내던지는 것”이라며 “지위 고하를 떠나 민주화 모욕하는 사람은 이재명 정부 일원이 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강득구 최고위원도 “청와대는 엄중 경고했지만, 경고로 끝낼 사안이 아니다”며 “이 부위원장은 하루빨리 자진 사퇴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병태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 연합뉴스

이병태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 연합뉴스


민주당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나선 데 이어 의원들의 공개 사퇴 요구는 더욱 거세졌다. 박지원 의원은 6일 페이스북에 “지식인 이병태씨의 기본권은 전두환식”라며 “천하에 용납못할 전두환식 기본권을 바치고 사라질 것을 촉구한다”고 썼다. 최민희 의원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현학적 말장난으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극우적 언어 어택을 물타기 하고 있다”며 “물러나야 할 사람은 빨리 물러나야 한다”고 거듭 요구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이 부위원장의 ‘5·18 성역’ 발언은 자질론까지 번졌다. 조승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 부위원장의 정치·역사적 견해와 자유에 대한 태도는 매우 편협하고 파괴적”이라며 “이런 편협하고 파괴적인 규제관을 갖는 사람이 규제 컨트롤타워라는 건 매우 위험하다”고 적었다. 김남국 의원도 “이 부위원장이 임명된 명분은 통합과 실용”이라며 “임명 취지를 상실한 인사는 더 이상 국정의 동력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여권의 사퇴 압박이 거세지고 있지만, 이 부위원장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이날 “신념을 지키는 비용”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가 삭제했다고 한다. 이 부위원장은 해당 글을 통해 “만약 명예(신의)가 이익이 되는 것이라면, 세상 모든 사람이 명예로워질 것”이라는 영국의 정치가 토마스 모어의 문장을 공유했다. 이어 “현실 세계는 오직 이익만을 좇느라 명예와 신의를 버리는 세상임을 역설적으로 비판하기 위해 이 대사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헨리 8세는 왕비와 이혼을 원했지만 교황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고, 그러자 헨리 8세는 가톨릭과 결별하고 영국 국교회로 독립을 했다. 그러자 토마스 모어는 자신의 신앙과 도덕적 양심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카톨릭 신앙을 지켰고 결국 반역죄로 처형당했다.

이 부위원장은 그러면서 “그(토머스 모어)는 ‘나는 왕의 좋은 종이기 전에, 하나님의 착한 종으로 죽는다’라는 지조 있는 유언을 남겼다”며 “자신이 한 말처럼 이익(목숨과 권력) 대신 명예(양심)를 택한 삶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총리급 직함(이익)에 사퇴 압박을 받더라도 “5·18이 성역이 됐다”는 주장(명예)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이찬규([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