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야당인 민주당을 비롯한 반(反)트럼프 진영 전체를 ‘공산주의’로 규정하며 이번 선거를 이념 대결 프레임으로 몰아가고 있다.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사회주의자’ 대신 ‘공산주의자’라고 표현하는 빈도가 눈에 띄게 늘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골프를 마치고 백악관으로 돌아오면서 기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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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공화당 대통령 되고 싶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유권자 신분증과 시민권 증명서을 발급받고, 무엇보다 필리버스터를 폐지하는 것 외에 미국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도 없다”며 “그렇지 않으면 공화당원의 대통령 당선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적었다.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내셔널몰에서 열린 건국 250주년 기념행사에서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나는 마지막 공화당 대통령이 되고 싶지 않다”며 “공화당원들은 정신을 차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권력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공화당원을 향해 요구한 것은 ‘세이브 아메리카 법안’으로 불리는 ‘유권자 신분 강화법’의 통과다. 유권자의 신분증 제시와 시민권 증명, 우편투표 금지 등이 골자로 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불법 이민자들의 투표를 막기 위한 법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국 독립 250주년 기념 연설에서도 “우리는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 유지하기를 원한다”며 “우리는 이 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그렇게 할 것이고 더 이상 부정선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독립기념일 연설을 앞두고 자신의 얼굴이 띄워진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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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강화되는 ‘공산주의’ 선거 프레임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자신을 공격하는 모든 진영을 싸잡아 공산주의자라고 공격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보수 기독교 단체 행사에선 “민주당은 공산당이 되고 있고, 무신론자인 공산주의자”라며 “이번 선거는 아주 중요하며 승리해야만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 1일 노스다코타 유세에선 “그들은 민주사회주의자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공산주의자”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2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뉴욕시장에 당선된 조란 맘다니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어 독립기념일 전날 러시모어산 연설과 독립기념일 연설에서도 “공산주의는 암과 같아서, 반드시 빨리 잘라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여기엔 우리의 위대한 성공에 완전히 반대되는 사상을 받아들인 이민자들도 포함된다”며 이민자들까지 공산주의자로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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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역사까지 다시 쓰려는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의 이념 전쟁은 문화와 역사로 확대되고 있다.
백악관 국내정책위원회는 지난 4일 ‘미국 역사 구하기’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하고 국립 박물관·미술관을 운영하는 스미스소니언 재단 산하 국립미국사박물관(NMAH)이 “왜곡된 역사관과 부적절한 이념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3월 19일 관람객들이 미국 워싱턴 스미소니언 국립 초상화 미술관에 전시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진을 보고 있다. 해당 사진은 미국 조폐국이 제안한 취임 250주년 기념 금화 디자인의 기초가 됐다. 로이터=연합뉴스
보고서는 “박물관의 서사에 따르면 미국은 백인 우월주의, 노예제도, 정복, 배제, 계급, 인종 차별, 외국인 혐오, 여성 혐오, 체계적 불의로 정의된다”며 “이는 위대한 미국의 고귀하고 정직한 역사에 반대하는 급진적 행동주의 이념에 장악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보고서는 역사 전시 방식을 재검토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작성됐다. 백악관이 독립기념일 당일에 보고서를 공개한 것도 트럼프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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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도 가세…“사회주의자 공격은 한계”
공화당도 이러한 움직임에 합류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공화당 정치인과 보수 인플루언서의 공개 발언과 SNS 게시물을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공산주의라는 표현은 주당 평균 626차례 사용됐다”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39차례보다 43%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공화당, 루이지애나주)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워싱턴 의사당에서 기자들과 대법원이 합법으로 인정한 출생 시민권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WP는 이러한 변화가 ‘민주사회주의(DSA)’ 진영의 약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WP는 다만 “DSA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유지하면서 정부의 역할 확대와 복지 강화를 통해 불평등을 줄이자는 정치 이념”이라며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존중한다는 점에서 공산주의와 구별된다”고 지적했다.
퓨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DSA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2022년 45%에서 올해 37%로 감소했다. 공화당이 이들을 공산주의자로 표현하는 배경에 대해 공화당 전략가인 알렉스 코넌트는 WP에 “사회주의자라고 공격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스스로 사회주의자라고 말하고 있다”며 “사회주의는 더 이상 타격을 주는 표현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독립기념일 연설을 마친 뒤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불꽃놀이를 지켜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연방하원의 공화당 지도부도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경선에서 DSA의 약진과 관련 “상식이냐 공산주의냐의 대결”로 규정하며 이를 러시아의 볼셰비키 혁명에 빗대기도 했다. 반면 민주사회주의 진영을 대표하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은 “유권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생활비와 물가를 낮출 수 있는 정책”이라고 반발했다.
이코노미스트가 지난달 30일 공개한 여론 분석 통계에 따르면 미국 유권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꼽은 이슈는 단연 경제(31%)와 일자리(15%)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하는 이민(7%)과 세금(6%)은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