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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만 혼내선 안돼”…감독·부모도 스포츠맨십 배우는 나라들

중앙일보

2026.07.05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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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고교야구 전국대회에서 배재고 야구부 선수들이 상대팀인 광주제일고를 향해 지역 비하를 연상시키는 구호를 외쳐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 X 캡처

지난달 29일 고교야구 전국대회에서 배재고 야구부 선수들이 상대팀인 광주제일고를 향해 지역 비하를 연상시키는 구호를 외쳐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 X 캡처

배재고의 5·18민주화운동 희화화 응원 논란을 계기로 학생 선수뿐 아니라 스포츠 지도자와 학부모를 포함한 ‘어른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학생에 대한 출전정지·징계와 교육 당국의 인권교육 강화 조치가 이어지고 있지만, 일부 학생의 일탈로만 여긴다면 학교 스포츠에 뿌리내린 조롱성 응원 문화를 바꾸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학부모·지도자를 교육 대상으로 삼아 스포츠맨십·인권교육을 다루는 외국 사례를 참조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어른들이 허용한 야지 문화”…학부모도 자성

6일 학생 선수 학부모 사이에선 이번 논란을 계기로 이른바 ‘야지(やじ) 문화’를 돌아봐야 한다는 자성론이 나오고 있다. 야지는 야유·조롱을 뜻하는 일본어로, 상대 팀 선수나 학교를 겨냥해 조롱성 구호를 외치는 관행을 가리킨다.

사건 이후 야구선수 학부모들의 온라인 카페에는 “이겨야 한다며 어른들이 야지 문화를 허용한 것”, “여기 책임 없는 사람이 없다” 등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조롱성 더그아웃 문화란 오래된 악습을 문제 삼았다. 한 학부모는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어른들이 그런 분위기를 허용해온 측면도 있다”, “상대를 자극하고 흔드는 것도 경기의 일부처럼 여겨온 문화부터 돌아보자”고 지적했다. 또 다른 부모는 “코치가 ‘상대를 자극하지 말라’는 지침은 주지만, 왜 그래서는 안 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했다”며 “스포츠맨십 교육이 말로만 이뤄져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9일 고교야구 대회 도중 광주일고를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 응원 구호를 외쳐 논란을 빚은 배재고 야구부를 비판하는 근조 화환과 과도한 비난 여론에 대해 배재고 학생들을 응원하는 화환이 2일 서울 강동구 배재고등학교 앞에 나란히 놓여 있다. 우상조 기자

지난달 29일 고교야구 대회 도중 광주일고를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 응원 구호를 외쳐 논란을 빚은 배재고 야구부를 비판하는 근조 화환과 과도한 비난 여론에 대해 배재고 학생들을 응원하는 화환이 2일 서울 강동구 배재고등학교 앞에 나란히 놓여 있다. 우상조 기자



“부모의 응원이 아이의 스포츠맨십을 만든다”


호주·캐나다 등에선 야유와 조롱이 뒤섞인 응원 문화를 학생 개인의 일탈로만 보지 않고, 스포츠 공동체 전체가 함께 바로잡아야 할 문제로 본다. 호주는 학부모와 보호자를 별도 교육 대상으로 삼는다. 학부모의 응원 방식, 언행이 아이들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해 공개된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대 연구에 따르면, 부모가 심판이나 상대를 비난하거나 폭언할 경우 학생 선수도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커졌다. 때문에 호주 스포츠윤리기구(SIA)는 학부모에게 코치와 팀원, 상대 선수를 존중하는 태도를 먼저 보이고, 승패보다 노력·성장·즐거움을 격려하라고 안내한다.

캐나다에선 이를 ‘스포츠 안전·인권 교육’ 차원에서 다룬다. 캐나다 코칭협회는 "모두의 책임"을 강조하는데, 코치뿐 아니라 학부모·심판·행정가 등 스포츠에 관여하는 모든 구성원이 예방하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사전 교육과 예방에도 노력한다. 캐나다 뉴펀들랜드래브라도주는 지난해 9월부터 7~12학년 학생 선수들이 ‘학교 스포츠 안전·인권 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수료증을 제출하도록 했다. 스포츠맨십, 윤리, 포용, 안전을 사전에 가르치겠다는 취지다.

6일 배재고 홈페이지에 공지사항으로 올라와 있는 사과문. 홈페이지 캡쳐

6일 배재고 홈페이지에 공지사항으로 올라와 있는 사과문. 홈페이지 캡쳐

배재고 사건 이후 서울시교육청도 감독 등 지도자 대상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교육계에선 이런 조치가 일회성·형식적 교육에 그쳐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기종 원광고 체육교사는 “학교·교육청에서 의무적으로 인권·윤리 교육을 해도 내부 결재 문서만 남기는 식으로 흐르면 현장에선 의미가 없다”며 “교육이 훈련에 밀려 뒷전이 되는 게 현실이지만, 이제는 예의와 상대 존중을 지도자가 평소에 가르쳐야 하고 그 책임이 가정과 학교에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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