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오른쪽)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가운데)이 24시간 외환시장 개장 첫날인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을 둘러보고 있다. 김종호 기자
6일 오전 6시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그동안 거래 공백으로 남아 있던 새벽 시간대에 원-달러 첫 거래가 체결됐다.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 종가보다 2.0원 오른 1527.6원. 평소라면 조용했을 새벽 딜링룸은 주문과 체결 보고가 잇따르며 전광판의 환율 숫자가 바뀌었다. 이날부터 서울 외환시장은 월요일 오전 6시~토요일 오전 6시, 사실상 24시간 열려있게 된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딜링룸을 찾아 하나은행 런던지점을 화상으로 연결하고, 삼성전자의 첫 원-달러 거래를 참관했다. 구 부총리는 “24시간 개장은 단순한 거래시간 연장이 아니라 원화의 글로벌 도약을 위한 출발점”이라며 “한국 자본시장과 원화의 매력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서울 외환시장은 오전 9시에 열어 다음 날 오전 2시에 문을 닫았다.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정책 변화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터지면 원화 가격은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먼저 정해졌고, 서울 시장은 다음 날 아침 이를 따라가며 개장 직후 크게 출렁였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이런 구조를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이라고 표현한 이유다. 정부는 해외 변수가 서울 외환시장에서 실시간으로 소화되면서 NDF가 원화값을 흔드는 구조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외환시장 24시간 거래가 시작된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체결된 거래를 확인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도 환전에 드는 숨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기존에도 은행·증권사 앱을 통한 야간 환전은 가능했지만, 시장이 닫힌 시간에는 환율 변동 위험을 반영한 임시 환율인 ‘가환율’이 적용되는 경우가 있었다. 새벽 3시에 100달러짜리 미국 주식 20주를 사려는 투자자는 시장 환율이 1500원일 때 5% 비싼 1575원을 기준으로 315만원을 확보해야 했다. 실시간 환율이 적용되면 300만원만 있어도 같은 거래가 가능해진다.
수출입 기업도 새벽 환율 변동에 맞춰 환전이나 헤지 거래에 나설 수 있다. 해외 투자자 역시 시간 제약 없이 원화를 거래할 수 있어 국내 주식과 채권 투자 접근성이 높아진다. 다만 개인 환전과 해외 송금 서비스는 금융회사별 시스템과 정책에 따라 이용 시간과 수수료가 달라질 수 있다.
정부가 24시간 시장을 추진한 배경에는 원화 국제화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 과제가 있다. 한국은 시장 규모와 유동성은 선진시장 수준으로 평가받지만, 외환시장 접근성 부족이 걸림돌로 꼽혀왔다. 정부는 올해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이어 MSCI 선진국지수 편입 기반도 다지겠다는 구상이다.
환율 안정 기대도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7월 거래시간을 1차로 연장한 뒤 개장 직후 갭변동성은 평균 0.306%에서 0.145%로 낮아졌다. 한화투자증권도 시가와 종가 간 갭변동성이 41.6%, 역외 NDF 환율과 역내 현물 환율 간 가격 괴리가 22.6% 줄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24시간 거래가 곧바로 고환율 해법은 아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4시간 외환거래의 주목적은 NDF 거래 수요를 역내로 흡수해 투기성 거래로 인한 환율 변동성을 줄이는 것”이라면서도 “야간 거래가 활성화되기 전까지는 유동성 부족에 의한 변동성 리스크가 역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1500원대 환율 역시 미국 금리와 달러 강세,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 해외투자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9월 여러 금융회사의 환율을 비교해 가장 유리한 가격으로 환전할 수 있는 대고객외국환중개업(Aggregator)을 도입하고, 내년 1월에는 역외 원화결제시스템을 가동할 계획이다.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배수구가 넓어져 아침의 홍수(갭 변동성)는 막았지만, 외부에서 파도가 칠 때마다 항구 안의 물이 실시간으로 출렁이게 됐다”며 “야간 거래량이 점차 늘어나고 인프라가 개선되며 장기적인 변동성은 점진적으로 축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