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그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목돼 온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만 허용하는 세부 기준을 마련했다. 앞으로 상장사가 지배하는 자회사를 다시 상장하려면 모회사 이사회가 일반주주 보호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한국거래소의 중복상장 특례심사도 통과해야 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 4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수렴을 위한 공개 세미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6일 이 같은 내용의 ‘중복상장 원칙금지·예외허용을 위한 세부기준’(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중복상장을 추진하는 모회사 이사회에는 5대 의무가 부과된다. 구체적으로는 중복상장이 모회사 주주에게 미칠 영향 평가, 주주보호 방안 마련, 주주소통 또는 주주동의 여부 확인, 자회사 상장에 대한 이사회 찬반 결의·통지, 의무이행 사항 공시 등이다. 또한 공정한 의무 이행을 위해 독립적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사전에 심의·의결 절차도 거쳐야 한다.
이런 의무는 자회사를 해외 거래소에 상장시키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사회 의무를 위반하면 최대 10억원의 제재금과 하루 매매거래정지 조치가 가능하다. 고영호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해외 상장도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수리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이 단계에서도 (이사회 의무 이행 여부가) 제대로 반영됐는지 고려될 것”이라고 밝혔다.
모회사 이사회가 5대 의무를 이행해 자회사 상장을 결정하면 이후 한국거래소의 중복상장 특례심사라는 또 다른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거래소는 자회사의 영업·경영 독립성과 함께 모회사 투자자 보호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심사한다. 금융당국은 그 판단의 가장 직접적인 기준으로 모회사 주주동의를 제시했다.
관심을 모았던 주주동의 기준은 상법상 감사위원 선임 절차에 준한 ‘3%룰’로 결정됐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고 참석 지분의 과반 동의와 전체 의결권 대비 4분의 1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한다. 당초 지배주주를 표결에서 제외한 채 소수주주만으로 과반 동의를 얻는 ‘소수주주 다수결(MoM)’ 방식도 거론됐지만, 금융당국은 상법상 주주평등 원칙과 충돌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채택하지 않았다.
물적분할 자회사의 경우에는 모회사 디스카운트(지분 가치 하락) 우려가 가장 큰 만큼 주주동의를 의무화했다. 반면 일반 자회사는 주주동의를 받으면 주주보호 노력을 충족한 것으로 추정하고, 받지 못하면 거래소가 투자자 보호 조치의 적정성을 엄격하게 개별 심사한다. 다만 매출·영업이익·자산 비중이 모두 모회사 대비 10% 미만(저비중)인 자회사는 주주동의 없이도 이사회가 5대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면 투자자 보호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본다. 또 자금 조달 필요성이 크거나 적시 연구개발 투자가 중요한 첨단산업 자회사의 경우에는 중복상장의 정당성을 판단할 때 이를 고려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