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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멸종 악몽…日, 영화처럼 소행성 충돌에 지구 지킴이 자처했다

중앙일보

2026.07.06 01:15 2026.07.06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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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나 보던 소행성 충돌의 공포를 막겠다며 일본이 지구방어 기술에 대한 실증 실험을 성공시켰다. 공룡 멸종을 부른 소행성 재난을 과학기술로 피할 수 있다고 보고 지구 지킴이를 자처한 셈이다.
소행성 트리후네를 플라이바이(근접 비행)하는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2의 상상도.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소행성 트리후네를 플라이바이(근접 비행)하는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2의 상상도.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초속 5㎞로 소행성 800m 옆 통과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5일 “이날 오후 6시30분쯤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2가 소행성 토리후네에 대한 플라이바이(근접 비행)를 수행했다”며 “탐사선 상태가 정상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들은 “하야부사2가 토리후네와 상대속도 초속 약 5㎞, 시속 약 1만8000㎞로 날아가 소행성 중심에서 약 800m 떨어진 지점을 통과했다”고 설명했다.

하야부사2는 탑재된 카메라 등으로 데이터를 수집해 스스로 궤도를 조절했다고 한다. 일본 언론들은 “하야부사2가 플라이바이 10일 전부터 3시간 전까지 지상 명령으로 네 차례 궤도를 조정했다”며 “최접근 2시간 전부터 5분 전까지 자율적으로 궤도를 유도했다”고 전했다.

이번 임무는 소행성에 직접 탐사선을 충돌시켜 궤도를 바꾸는 실험은 아니었지만 JAXA는 “관련 기술 개발에 활용이 가능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마스 유야 하야부사2 확장임무 팀장은 “오키나와에서 홋카이도에 있는 1엔짜리 동전을 맞히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탐사선 하야부사2가 지난 5일 소행성 토리후네 근접 비행 중 촬영한 이미지. 지지통신=연합뉴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탐사선 하야부사2가 지난 5일 소행성 토리후네 근접 비행 중 촬영한 이미지. 지지통신=연합뉴스



공룡 멸종의 교훈…“소행성 궤도 바꿔라”

해당 기술은 ‘플래네터리 디펜스’로 불린다. 지구와 충돌할 위험이 있는 소행성·혜성 등을 미리 찾아내 궤도를 추적하고 필요하면 탐사선 충돌 등으로 방향을 바꿔 피해를 막는 지구방어 기술이다.

여기엔 공룡 멸종의 교훈이 영향을 미쳤다. 약 6600만년 전 직경 약 10㎞로 추정되는 거대 소행성 충돌로 지구 대기권에 먼지와 황 성분이 쌓여 햇빛이 차단됐고 기온 하강으로 생태계가 무너졌다는 게 과학계의 정설이다. 같은 재난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과학기술로 극복해야 한다는 의미다.



충돌로 궤도 바꾼 미국, 탐사로 두각 나타낸 일본

플래네터리 분야에서 일본은 두 번째 국가로 첫 번째는 단연 미국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2022년 탐사선을 소행성 디모르포스에 일부러 충돌시켜 궤도를 바꾸는 데 성공한 적이 있다. 디모르포스가 모천체 디디모스를 한 바퀴 도는 시간은 11시간55분에서 11시간23분으로 약 32분 짧아졌다. 인류가 천체의 움직임을 의도적으로 바꾼 첫 사례였다.

2022년 9월 26일 미 항공우주국(NASA) 탐사선이 충돌한 뒤 소행성 디모르포스에서 분출물이 뻗어 나오는 모습. AP=연합뉴스

2022년 9월 26일 미 항공우주국(NASA) 탐사선이 충돌한 뒤 소행성 디모르포스에서 분출물이 뻗어 나오는 모습. AP=연합뉴스

일본은 로켓 발사 능력에서는 미국·중국 등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지만 소행성 탐사 분야에선 미국보다 앞선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상당한 성과를 쌓아왔다. 하야부사2는 2014년 발사돼 2018년 소행성 류구에 도착했고, 2020년 류구에서 채취한 시료가 담긴 캡슐을 지구로 돌려보냈다. 앞서 초대 하야부사도 2010년 소행성 이토카와의 물질을 지구로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2029년 아포피스 접근…한 국가 아닌 인류 공동 과제로

이번 실험이 주목되는 건 소행성 충돌 가능성이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우주국(ESA)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발견된 지구 근접 소행성은 4만개를 넘어섰다. 직경 1㎞가 넘는 대형 천체는 상당수가 이미 발견됐지만 지역 단위 피해를 낼 수 있는 직경 100~300m급 중형 소행성은 약 30%만 발견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평균 직경 약 340m인 소행성 아포피스는 2029년 4월 13일 지구 표면에서 약 3만2000㎞ 거리까지 접근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지궤도 위성보다 가까운 거리다. NASA는 일단 아포피스가 지구와 충돌할 위험은 없다고 보고 있지만 직경 수백m급 소행성이 지구에 이 정도로 가까이 접근하는 건 인류 관측 역사상 처음이라 전 세계 우주 관련 기관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JAXA의 경우 ESA와 함께 2029년경 아포피스 탐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소행성 충돌 위협을 국제적 공동 과제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JAXA는 “소행성 접근이 국가를 초월한 전 인류의 위협이 됐다”며 “플래네터리 디펜스가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협력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근평([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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