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광주특별시 북구 광주일고 강당에서 배재고 야구부 선수(왼쪽)가 광주일고 야구부 선수에게 사과문을 전달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도중 “스타벅스 가야지” 구호를 외쳐 전국적인 비판을 받은 서울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이 6일 광주제일고를 찾아 학생선수 등에게 직접 사과하고,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배재고 야구부 소속 학생선수 36명 전원과 학부모, 교사 등 80여명은 이날 오후 3시 광주특별시 북구 광주일고를 방문했다. 교복을 입고 버스에서 내린 배재고 학생들은 묵묵히 광주일고 강당으로 들어선 뒤 광주일고 학생선수 등을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이날 광주일고를 찾은 이효준 배재고 교장과 야구부 코치진, 교사 등은 사과문을 낭독한 뒤 자필 사과문을 광주일고 측에 전달했다.
배재고 야구부 주장 A군은 사과문을 통해 “꿈과 희망이 담겨야 하는 야구장에서 부적절한 발언과 행동으로 마음의 큰 상처를 입은 일고 선수들과 학부모, 광주시민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모든 선수가 진심으로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야구를 떠나 인성이나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다시 한번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6일 오후 광주특별시 북구 광주일고 강당에서 이효준 배재고 교장이 눈물을 흘리며 사과문을 낭독하고 있다. 장정필 객원기자
권오영 배재고 야구부 감독은 “승패에만 집중하느라 잘못된 응원 소리를 바로 파악하지 못했고, 제때 제지하지 못했다는 말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잊고 있었고, 지도 방식이 올바른 본보기가 되지 못한 듯해 더욱 깊이 자책하며 부끄러울 뿐이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효준 배재고 교장은 눈물을 흘리며 사과문을 낭독했다. 이 교장은 “단순한 일탈이나 실수가 아닌 윤리의식과 역사 인식에 대한 총체적인 붕괴에서 비롯된 사례로 보고, 심각하게 사안을 받아들이고 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학생들에 대한 지도와 조치를 넘어 학교 공동체 전체가 반성하고 성찰하는 계기로 삼도록 하겠다”고 했다.
배재고 구성원들이 사과문을 낭독하는 동안 일부 배재고 학생선수와 학부모도 자리에 앉아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6일 오후 광주특별시 북구 광주일고 강당에서 배재고 야구부 학생선수 학부모들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뉴스1
사과를 받은 이규연 광주일고 교장은 “마음으로 사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더 잘 사는 것”이라며 “어깨 움츠리지 말고 다음에 광주일고와 만나 경기할 때 당당하게, 서로 있는 기량 마음껏 펼치면서 멋진 승부 펼쳐주는 것이 용서를 구하는 가장 멋진 모습이다”고 말했다.
이날 광주일고 학생들과 화해의 악수를 한 배재고 학생선수 등은 교내에 있는 학생독립운동기념탑에 헌화한 후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배재고 야구부 선수들은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광주일고와의 경기에서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 데이” 등 구호를 외쳤다. 이 구호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에 진행된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 데이’ 이벤트 논란을 떠올리게 하는 조롱성 구호로 받아들여져 논란을 빚었다.
6일 오후 광주특별시 북구 광주일고에서 배재고 야구부 선수들이 교내에 있는 광주학생독립운동 기념탑에 참배하고 있다. 장정필 객원기자
광주 지역 안팎에선 “이번 배재고 사태를 계기로 학생 선수뿐 아니라 스포츠 지도자와 학부모를 포함한 ‘어른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배재고 학생선수들의 일탈은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은 어른의 책임이 더 큰 만큼, 학생선수들을 과도하게 비난하기보다 교육적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는 지난 3일 입장문을 내고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더 성숙한 사회를 만들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이번 사태를 보며 혼란과 상실감을 느꼈을 미래세대에 따뜻한 연대와 격려를 보낸다”고 밝혔다.
김대중 광주특별시교육감도 이날 광주일고 학생선수들을 위로하며 “이번 사안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배재고 학생선수들은 물론 전국 모든 학생선수들에 대한 민주시민교육과 올바른 역사교육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이번 일로 많이 놀랐겠지만 동요하지 말고,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공동체 정신을 바탕으로 더 훌륭한 체육 인재로 성장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