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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월드컵 34위” 진작에 딱 맞힌 AI…우승국은 ‘이 나라’ 꼽았다

중앙일보

2026.07.06 01:45 2026.07.06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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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 마운드와 타석 위로 카메라와 레이더가 쉴 새 없다. 던진 공과 때린 공을 추적한다. 투구 구속과 회전수, 타구 발사각과 비거리까지 실시간으로 뜬다. 이 정보는 데이터로 쌓인다. 트랙맨(Trackman) 시스템이다.

이미 미국 메이저리그(MLB) 전 구장에 깔려 있고, KBO리그도 2025시즌부터 도입했다. 일본 프로야구 도호쿠 라쿠텐 골든이글스는 일찌감치 미국 세이버메트릭스 전문 사이트에 데이터 분석가 채용 공고를 냈고, 훈련장에는 VR 타격 연습 기계까지 들여놨다. 더 이상 선수의 재능을 코치의 눈으로만 판단하는 시대가 아니다. 데이터와 AI가 선수의 가치를 정량화한다. 어느 선수를 영입하고, 언제 그 선수를 그라운드에 내보낼지. 그 수치가 야구판을 뒤흔든다.

이 흐름은 축구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데이터 기반 AI 솔루션 제공 업체인 블링커스가 개발한 '밸류트랙'은 이번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국 가운데 한국의 최종 성적을 34위로 예측했고, 실제 결과가 이와 일치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또한 밸류트랙은 이번 대회 우승국을 프랑스로 점치고 있다. 아직 최종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이미 한 차례 적중 사례를 보여준 만큼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 서포터즈 붉은악마와 시민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A조 조별리그 3차전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 거리응원에서 머리를 감싸고 있다. 뉴스1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 서포터즈 붉은악마와 시민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A조 조별리그 3차전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 거리응원에서 머리를 감싸고 있다. 뉴스1


선수 몸값 데이터로 계산, 이적시장 깜깜이 깬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밸류트랙은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아스널의 우승 확률을 83%로 일찌감치 예측했다. 22년 만의 우승이라는 이변이 실제로 일어나면서, 데이터로 만든 예측 모델이 사람의 감과 경험을 넘어설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로 회자됐다.

밸류트랙은 과거 20년간 축적된 전 세계 스포츠 데이터를 학습한 AI를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출전 경기 수, 90분 환산 효율, 기대 득점(xG), 기대 도움(xA), 경고 카드 등 15개 이상의 다차원 지표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선수 개개인의 가치를 정량화한다. 단순히 어떤 선수가 잘하는지를 넘어 그 선수가 어떤 팀, 어떤 전술 시스템에 들어갔을 때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가치에 걸맞은 이적료는 얼마인지까지 시뮬레이션한다. 블링커스의 박상욱 대표는 "선수의 능력을 평가할 때 더는 직관이나 경험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데이터 간의 숨겨진 상관관계를 추적해 선수의 가치와 팀의 성패를 예측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트랙맨 레인지가 설치된 고양 컨트리클럽. [사진 트랙맨코리아]

트랙맨 레인지가 설치된 고양 컨트리클럽. [사진 트랙맨코리아]


해외에서는 이미 이런 흐름이 한참 앞서 있다. 1996년 설립된 영국의 옵타(Opta)는 축구·농구·미식축구 등 20개 이상의 스포츠, 3900개 이상의 대회에서 매년 10억 개 이상의 데이터 포인트를 수집한다. 동작 하나당 최대 35개의 변수를 분석해 예상 득점(xG), 예상 위협(xT) 같은 지표를 실시간으로 산출하며, 바이에른 뮌헨·맨체스터시티·PSG 같은 명문 구단들이 선수 영입과 전술 결정에 옵타 데이터를 활용한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머니볼' 전략이 야구 스카우팅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이후, 이런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은 이제 축구를 비롯한 거의 모든 종목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데이터 분석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를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본다. 함형기 서정대학교 스마트모빌리티 교수는 "과거에는 스카우트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해 선수를 평가했다면, 이제는 정량적 데이터가 그 판단을 보완하고 검증하는 역할을 한다"며 "특히 이적 시장처럼 수십억 원이 오가는 의사결정에서 데이터 기반 분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구강본 한국교통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역시 "선수 기록과 전체적인 데이터 분석에서는 AI가 기존 스카우트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현장의 감독이나 코치가 놓칠 수 있는 부분을 AI가 짚어준다는 점에서 팀 전력 강화에 긍정적이고 보완적인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명문 구단도 적극 활용, 해외는 데이터 스카우팅
국내에서는 밸류트랙이 야구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국프로야구(KBO) 우승팀과 선수 이적 시장을 예측하는 모델의 학습을 마치고 공개를 앞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KAIST에서 데이터사이언스를 전공한 연구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예측 모델의 오차를 줄이는 데 집중해왔다"며 "그동안 깜깜이 식으로 진행되던 스포츠 이적시장의 정보 비대칭을 데이터로 해소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물론 AI 예측이 만능은 아니다. 부상, 심리적 변수, 날씨 같은 스포츠 특유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모델링 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꼽힌다. 함 교수는 "AI가 모든 걸 완벽하게 맞히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사람이 놓치기 쉬운 패턴과 상관관계를 보조 지표로 제시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스포츠 산업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 구조로 재편되는 건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선수의 가치를 숫자로 환산하고, 그 숫자를 근거로 이적료를 협상하고, 우승 확률까지 계산해내는 시대. 한국 스포츠 산업도 이제 직관과 경험의 영역에 머물던 의사결정을 데이터와 AI로 검증하고 보완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원동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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