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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형사과장의 크라임 노트’(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289)를 소개합니다. 박원식 서울 중랑경찰서 형사과장은 33년 경력의 경찰관입니다. 대한민국 인권상을 수상했고 범죄학을 전공한 그는 사건을 집요하게 들이파기도 하지만, 그 속의 사람들의 마음까지 읽는 경찰입니다. 그가 맡았던 굵직한, 마음에 파문을 남긴 사건들을 회고하는 시리즈입니다.
「
화려함 속의 그늘진 새벽
」
3월의 이른 아침 공기는 차가웠다. 강남의 네온은 보랏빛 여명 아래서도 시간을 잊은 듯 반짝였다. 상황실에서 긴박한 무전이 울렸다.
“C동, ○○클럽 앞. 여성이 쓰러져 심정지 상태, 소방 공동대응 요청.”
당직 중이던 강력팀이 현장에 출동했다. 여성이 쓰러진 이유는 모르지만, 그 장소가 클럽 앞이라는 말에 불안감이 엄습했다.
현장은 클럽 앞 인도였고, 차가운 바닥에 한 여성이 쓰러져 있었다. 구급대원들이 여성을 응급처치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 옆으로 검은 점퍼를 입은 클럽 보안요원이 이마에 땀을 닦으며,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그는 방금 전까지 그녀를 심폐소생술했다고 했다.
주변엔 그녀의 일행으로 보이는 네 명의 젊은 남녀가 있었다. 술잔으로 달군 볼에서는 이미 취기가 빠져나간 당황한 표정들이었다.
그때 그녀의 가슴을 압박하던 구급대원의 고개가 좌우로 흔들렸다.
구급차는 그녀를 싣고 사이렌을 울리며 어둠을 뚫고 달려갔다.
남은 건 갑작스레 비워진 자리와 떨리는 손, 그리고 설명되지 않는 공기였다.
쓰러진 여성의 이름은 서지수(가명), 스물여섯.
신분증에 찍힌 사진 속 그녀는 웃고 있었다.
클럽에서 놀다 나온 뒤 쓰러졌다고 했다. 일행의 말은 서로를 의식한 듯 짧고 조심스러웠고, 모두 쓰러진 이유를 모른다는 표정이었다.
" 술을 좀…. "
" 몸이 안 좋아 보이긴 했어요…. "
클럽에서 무언가가 있었다. 직감은 오래된 실전의 다른 이름이다. 단정은 금물이지만 마약 투약의 의심이 짙게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