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열린 메가프로젝트 민관합동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삼성전자와 SK그룹이 800조원을 투자해 짓는 반도체 팹(생산시설) 4기가 광주 군 공항 부지에 들어선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6일 청와대에서 열린 ‘메가프로젝트 민관합동 점검회의’ 이후 브리핑을 통해 “오늘 회의에서 광주 군 공항 부지에 호남권 반도체 산단을 조성하기로 결정했다”며 “정부는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조속히 후보지 선정 절차를 마무리하고, 산업단지 개발을 위한 후속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호남권 반도체 산단 입지는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청사진이 공개된 후 단 일주일만에 확정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점검회의 모두발언에서 “그야말로 국운이 걸린 총력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누가 얼마나 더 빨리 선점하느냐, 누가 더 빠르냐로 결판이 나는 것 같다. 오직 속도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엔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등 관계 부처 장관을 비롯해 김용관 삼성전자 사장,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가 참석했다.
광주 군 공항 부지를 선택한 건 기업이었다. 강 실장은 “기업들은 호남권 입지 후보지 중에 광주 군 공항이 가장 적합한 부지라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광주 군 공항 지역은 약 250만 평(8.2㎢) 규모의 부지 확보가 가능하고, 공항 특성상 이미 평탄화가 완료된 만큼 부지 공사 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 도심, KTX 광주송정역과 가까워 정주 여건과 인력 확보에 유리하다는 점, 도로·공항·항만 등 우수한 물류 접근성도 거론됐다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열린 메가프로젝트 민관합동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국유지라 토지 보상 절차가 간소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과거 광주가 반도체 공장 유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이미 군 공항의 입지 평가를 한 적도 있다고 한다. 강 실장은 “(광주) 부동산이 들썩거린다는 여러 보고가 있었다”며 “빨리 부지를 확정해야 불필요한 논란이 확대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입지를 선정을 마친 만큼, 향후 성패는 군 공항 이전 시점에 달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전남 무안이 이전 후보지로 결정됐으나, 여전히 무안군과 지역 주민 반대로 진행이 더딘 상태다. 무안군은 ‘광주 민간공항의 무안국제공항 선(先) 이전, 광주통합특별시와 정부의 1조 원 규모 지원, 국가 차원의 획기적 인센티브 제공’라는 3대 선결 조건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강 실장은 “광주 군 공항을 비울 수 있는 방법도 다각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무작정 기다릴 수 없다. 정부가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YTN 라디오에 출연해 “(광주 군 공항의 훈련) 소산(疏散) 계획을 공군과 짜면 무안에 새로 (공항이) 건설되길 기다리지 않고 이 텀(기간)을 (반도체 공장 건설에)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250만평 중 군 공항 부지 등을 제외한 탄약고 이전 부지 등 63만평을 우선 활용해 팹 1~2기부터 짓는 방안도 거론된다.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이 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메가프로젝트 민관합동 점검회의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은 이날 모든 행정 영역에서 속도전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는 기업이 투자와 현장에서 일하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예상되는 걸림돌을 모두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행정 절차 지연으로 투자나 집행이 늦어지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산업단지 조성의 대표적인 난관으로 지목돼 온 환경영향평가에 대해서도 “필요한 일이지만, 같은 지역에 (기존 평가가 있다면) 굳이 다시 할 필요가 있겠나”라며 “기존 결과를 원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토지 취득과 관련해선 “협의 취득과 강제 수용 절차를 동시에 시작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용인 일반 산단의 경우 그나마 빨리 됐다고 하는데도 부지 확정부터 착공까지 6년이 걸렸다”며 “제가 보는 기준으로는 그렇게 빠른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절차를 불법이 아닌 한 병행 추진했으면 좋겠다”며 “만약에 규정에 문제가 있다면 입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팹에 24시간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는 기저(基底) 전원 문제의 해법 마련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기업들이 (호남에는) 재생에너지는 많지만, 기저 전력이 혹시 문제 되지 않을까 그런 걱정을 한다”며 “그런 우려까지 해결을 선제적으로 하면 좋겠다”고 기후에너지부에 별도로 지시했다. 여권 일각에선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위해 추가 원전의 필요성도 거론하고 있다. 앞서 하준경 청와대 경제성장수석은 지난 4일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재생에너지 분야가 더 활성화될 것이 확실하지만, 다 커버가 안 되는 것들은 원전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실었다.
청와대는 6일 '3대 메가 프로젝트' 중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과 관련해 광주 군 공항 부지에 산단을 조성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광주 군 공항 일원에서 제1전투 비행단 훈련기가 하늘을 나는 모습. 연합뉴스
한편, 청와대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계획된 팹 10기 역시 빠른 속도로 추진될 수 있도록 토지 보상, 전력, 용수 공급 등 일정을 최대한 앞당기기로 했다. 향후 대통령 주재 민관합동 점검회의는 매달 개최하고, 메가프로젝트 담당 전담 조직도 조속히 구성한다. 강 실장은 “(책임자로) 중량감 있는 인사를 임명해 과제별 진도 점검과 부처 간 이견 조정 등을 총괄하게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