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남구 장생포를 걷다 보면 바다를 끼고 선 낯선 인물의 동상을 만나게 된다. 받침대에는 ‘로이 채프먼 앤드루스(Roy Chapman Andrews·1884~1960·사진)’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다. 영화 ‘인디애나 존스’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미국 탐험가다. 세계적인 탐험가의 동상이 왜 울산에 세워져 있을까.
지역 문화계와 울산남구도시관리공단 등에 따르면 이 동상은 2011년 5월 설치됐다. 앤드루스가 울산을 찾은 지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그와 울산의 인연은 19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자연사박물관 소속 동물학자였던 앤드루스는 동아시아 해역에 서식하는 대형 고래를 연구하기 위해 울산을 찾았다. 그는 7주 동안 울산 앞바다를 오가며 현장 조사를 벌였고, 이를 토대로 1914년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학계에서도 의미가 컸다. 앤드루스는 울산 해역을 오가는 귀신고래를 세계 학계에 처음 소개하며 ‘한국계 귀신고래(Korean Gray Whale)’라는 이름을 붙였다. 동해안이 이들의 주요 서식지이자 이동 경로라는 점에 주목해 ‘한국계’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이다.
당시 울산에서 확보한 귀신고래 골격 표본 2점은 미국으로 보내졌다. 하나는 뉴욕 미국자연사박물관으로, 다른 하나는 워싱턴DC 미국국립박물관(현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으로 옮겨졌다. 앤드루스는 논문에서 “미국 박물관에 보관된 최초의 한국계 귀신고래 표본이자 세계에서 유일한 완전한 골격 표본”이라고 기록했다.
앤드루스는 1920년대 중국 고비사막 탐사를 이끌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고, 이후 영화 ‘인디애나 존스’ 캐릭터의 실제 모델로 널리 알려졌다.
울산에는 그의 발자취도 남아 있다. 동상이 있는 장생포에는 ‘앤드루스의 집’이 조성돼 그의 사진, 탐사 기록 등을 전시하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2023년에는 앤드루스를 주제로 한 기획전이 울산에서 열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