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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리 사회의 협량 보여준 고교야구 파문과 이병태 사퇴

중앙일보

2026.07.06 08:24 2026.07.0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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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 조롱성 응원으로 논란을 빚은 서울 배재고 야구부원들이 6일 광주제일고를 방문해 사과문을 전달하고 있다. 뉴스1

5·18민주화운동 조롱성 응원으로 논란을 빚은 서울 배재고 야구부원들이 6일 광주제일고를 방문해 사과문을 전달하고 있다. 뉴스1

‘스타벅스 가야지’ 구호로 5·18을 조롱·폄훼했다는 지적을 받은 배재고 야구 선수들과 교장, 학부모 등이 어제 광주제일고를 방문해 사과하고 5·18 민주묘지에 참배했다. 광주일고 측도 “용서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발전의 첫걸음을 뗐다”며 사과를 받아들였다. 진작 이런 식으로 해결했어야 할 일이다. 배움의 과정에 있는 학생들이 일으킨 불상사 아닌가. 더 큰 문제는 수업의 연장인 운동장에서 일어난 사건을 학교 밖으로 끌어내 과도한 진영 간, 지역 간 갈등으로 증폭시킨 어른들과 정치권에 있다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같은 날 일어난 이병태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의 사퇴 파문은 논란의 발언에서부터 사퇴에 이르는 과정 전체가 대단히 유감스럽다. 이 부위원장은 배재고 야구부가 6개월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자 “5·18이 성역이 됐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청와대가 경고에 이어 어제 사퇴를 권고했고, 이 부위원장은 사의를 밝혔다.

애초 이 부위원장이 쓴 글의 표현 자체가 과도했던 게 사실이다. 5·18 폄하에 대한 우리 사회의 예민한 반응을 “김일성 사진이 나온 신문이 비에 젖는 것을 보고 울부짖는 북한의 모습”에 비유한 건 적절치 못했다. 이 부위원장 역시 “광주 민주화운동 참여자와 희생자들이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다고 지금도 믿는다”고 했다. 다만 그의 뜻은 5·18에 대한 과민 반응이 또 다른 의미에서 5·18을 조롱하고 폄훼하는 것이 된다며 ‘표현의 자유’ 또한 지켜야 할 가치임을 강조하는 데 있었다. 그의 문제 제기는 이후 여권 정치인들의 뭇매에 가까운 비난에 묻히고 말았다. 그의 사퇴는 사건의 수습이 아니라 또 다른 갈등의 증폭일 수 있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의 협량(狹量)을 여실히 보여준다. 자유민주체제에서의 표현엔 성역이 있어서도 안 되지만 타인에 대한 폄하나 조롱이 있어서도 안 된다. 사과와 용서로 해결해야 할 학생들의 잘못을 어른들이 앞장서서 증폭시키고 정치권이 가담해 진영 대립, 이념 검증의 양상으로까지 몰고 갔다. 이번 사건은 표현의 자유와 역사적 상처에 대한 배려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함께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치권이 증오와 배제로 사회적 상처를 후벼판다면 갈등은 증폭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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