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32강전에서 상대 선수의 발목을 밟는 미국 공격수 발로건(오른쪽). [AP=연합뉴스]
국제축구연맹(FIFA)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화를 받은 뒤 미국 축구대표팀에 유리하도록 결정을 뒤집었다. FIFA가 월드컵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특혜성 징계 유예 결정을 내리면서, ‘스포츠에 대한 정치 개입 및 개최국 편들기’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6일 AP와 AFP 등 외신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25·AS모나코)이 퇴장당한 당일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판정 재고를 요청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앞서 발로건은 지난 2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의 32강전에서 골을 터트린 뒤, 상대 선수의 발목을 밟아 퇴장을 당했다. 축구 규정상 다이렉트 퇴장은 최소 1경기 출전 정지 징계가 따르는 만큼, 당초 미국은 팀 내 최다 득점자(3골)인 발로건 없이 16강전을 치러야 하는 처지였다.
그러나 FIFA는 5일 미국축구협회에 “발로건의 1경기 출전 정지 집행을 1년간 유예한다”고 전격 통보했다. “사법기구 징계위원회는 징계의 이행을 전부 또는 일부 유예할 수 있다”는 FIFA 규정 27조를 내세웠는데, 과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등의 징계 유예 전례가 있다. 그러나 이번 건은 단 1경기의 즉각적인 출전 정지조차 면제해 주었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른 특혜라는 지적이 나온다. 월드컵 무대에서 퇴장 선수의 출전 정지 징계가 유예된 것은 1962년 칠레 월드컵 이후 64년 만의 일이다.
인판티노 FIFA 회장(왼쪽)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유착 의혹을 받아왔다. [로이터=연합뉴스]
축구계는 FIFA가 대회 전체 경기 중 75%를 소화하는 ‘최대 흥행 보증수표’ 개최국 미국의 입김과 티켓 흥행 논란에 굴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인판티노 회장은 지난해 12월 평소 친분이 두터운 트럼프 대통령에게 급조된 ‘FIFA 평화상’을 수여하는 등 사적 유착 의혹을 받아왔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본인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옳은 일을 해 거대한 불의를 바로잡은 FIFA에 감사하다”는 글을 올리면서 외압 의혹의 불씨를 더 키웠다.
7일 미국과 16강전을 치르는 벨기에축구협회는 “놀랍다. 모든 법적·행정적 옵션을 검토 중”이라고 공식 입장을 냈다. 루디 가르시아 벨기에 대표팀 감독 역시 “FIFA 월드컵에서는 7월 5일이 4월 1일 만우절이 된 것이냐”며 맹비난했다. 심지어 미국 축구 대표팀의 수비수 크리스 리차즈조차 “처음에는 AI가 만든 뉴스인 줄 알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