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수사본부는 6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의 차량에서 증거물인 케이블타이가 사라진 사실을 토대로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 아버지와 수사팀 간 유착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사건 직후 포착된 장윤기의 차량. [연합뉴스]
심야시간대 광주 도심에서 여고생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장윤기(23)에 대한 경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핵심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담당 수사팀 형사팀장이 긴급 체포됐다.
광주경찰청은 6일 “장윤기 사건을 담당했던 광주 광산경찰서 소속 형사팀장인 A경감을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고 밝혔다. 장윤기는 지난 5월 5일 0시10분쯤 광주시 광산구 월계동 한 도로에서 여고생 이채원(16)양을 살해하고, 이를 말리던 또 다른 고등학생을 살해하려 한 혐의(강간 등 살인)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A경감은 장윤기의 SUV 차량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결박 도구인 케이블 타이 등 핵심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장윤기를 최소 무기징역 이상으로 처벌할 수 있는 ‘강간살인죄’의 핵심 단서가 사라졌다는 점에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현장 수색 당시 담당 수사팀은 과학수사대 도착 전 차 안에서 케이블 타이 뭉치를 발견했지만, 이를 증거물로 확보하지 않은 채 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A경감 외 장윤기 담당팀 소속 형사들은 이날 부로 전원 모든 업무에서 배제됐다.
국가수사본부는 6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의 차량에서 증거물인 케이블타이가 사라진 사실을 토대로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 아버지와 수사팀 간 유착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사건 직후 포착된 장윤기의 차량. [연합뉴스]
A경감에 대한 경찰 수사는 사건 초기 수사팀의 부실수사 의혹이 잇따라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경찰은 사건 직후 장윤기의 주거지에서 발견된 리얼돌을 압수하지 않았고, 현직 경찰 간부인 장윤기의 아버지가 이를 폐기한 사실 등이 검찰 보완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장윤기의 유전자(DNA)가 발견된 리얼돌 실물은 폐기된 상태여서 현재 리얼돌 관련 재판 증거로는 훼손 상태를 기록한 동영상과 사진만 제출된 상태다. 목·가슴 부분이 집중적으로 훼손된 리얼돌은 장윤기의 왜곡된 성 의식을 입증할 주요 증거였지만 실물 없이 재판에 채택됐다. 검찰은 장윤기의 아버지가 수사팀으로부터 아들의 자취방 주소와 출입 비밀번호 등을 전달받은 후 리얼돌과 휴대전화 등을 폐기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또 범행에 사용된 SUV 차량에서 혈흔과 지문을 채취하고도 차량 자체는 압수하지 않은 채 현장에 남겨뒀다. 당시 경찰은 장윤기의 차에서 피해자의 혈흔 유전자(DNA) 정보를 확보하고도 검찰에 넘기지 않았다가 증거 인멸 의혹이 불거진 뒤에야 송치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차량을 추가 조사하는 과정에서 추가 혈흔과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카드 등을 확보했다. 장윤기가 범행 당시 이용한 차량은 장윤기의 아버지가 계속 운행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경찰 수사의 적절성 논란이 일었다. 당시 경찰 수사팀은 10차례에 걸쳐 장윤기와 아버지 간 통화를 연결해 줬고, 수사 관계자도 장윤기 아버지와 수십 차례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A경감 등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에 착수했다. 국가수사본부는 경찰 수사전담팀을 총 27명 규모의 ‘광주광산서 살인사건 관련 진상규명 특별수사팀’으로 확대 편성해 유착 의혹 등을 규명할 방침이다. 특별수사팀장에는 홍장득 경찰청 수사인권담당관(총경)이 임명됐으며, 광주경찰청 지휘 라인을 배제하고 독립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다.
홍석기 신임 국가수사본부장은 6일 A경감 사건에 대해 “유구무언”이라며 “바로 수사 감찰을 동원했고, 감찰 중 수사 전환 필요성을 보고받아 엄정 수사를 지시했다. 이번 건은 저희가 최선을 다해서, 그리고 명운을 걸고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