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승해도 꼬리표”…트럼프 FIFA 개입에 자국서도 거센 역풍
중앙일보
2026.07.06 09:52
2026.07.06 17:32
소셜미디어에는 FIFA의 이번 결정을 조롱하는 각종 밈이 돌고 있다. 사진은 폴라린 발로건이 레드카드를 주는 심판을 향해 트럼프의 얼굴이 그려진 카드를 내미는 AI 합성 영상. 사진 엑스(X)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축구연맹(FIFA)에 직접 전화를 건 뒤 미국 축구대표팀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AS모나코)의 북중미 월드컵 출전정지 결정이 번복된 것을 두고 미국 안팎에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징계 수위의 적절성과 별개로 국가 정상의 개입이 대회 공정성과 미국 대표팀의 신뢰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소셜미디어에는 FIFA의 이번 결정을 조롱하는 각종 밈이 돌고 있다. 이 가운데는 발로건이 레드카드를 주는 심판을 향해 트럼프의 얼굴이 그려진 카드를 내미는 인공지능(AI) 합성 영상이 있다.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을 지냈다가 트럼프 대통령과 결별한 애덤 킨징어 전 의원은 5일(현지시간) 엑스(X)에 “FIFA조차 트럼프 집안의 부패에 연루돼 있다”면서 “미국이 우승한다면 공평하든 불공평하든 이제 그 기록에는 늘 꼬리표가 붙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 대표팀이 앞으로 실력으로 승리를 거두더라도 이번 사건으로 제기된 의혹을 완전히 떨쳐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서 열린 월드컵 32강 미국과 보스니아의 경기에서 브라질 출신 라파엘 클라우스 주심이 미국의 폴라린 발로건에게 퇴장을 명령한 뒤 레드카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의 축구 전문기자 마크 오그던도 “FIFA가 발로건을 봐주는 것으로 누구도 이득을 보지 못한다. 미국 축구대표팀마저 그렇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만약 미국이 6일 벨기에를 이긴다면 세계 축구계는 이를 힘겹게 얻어낸 전술적 승리로 보지 않을 것”이라며 “대신 주최국이 배후에서 부패한 정치적 술책으로 규칙을 변경했다는 인식으로 꼬리표를 영원히 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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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겨도 지는 루즈-루즈”…정치권·평론가 비판
미국 정치평론가 사이러스 얀선은 이번 사태를 “미국 대표팀에 ‘루즈-루즈(lose-lose)’의 상황”이라며 “벨기에를 꺾더라도 대통령의 부정행위가 필요했다는 이유로 승리가 퇴색할 것이고 벨기에에 진다면 대통령이 부정행위를 해도 이기지 못한 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에게 FIFA가 결정을 번복하도록 강제할 권한이 없어야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중 증명했듯이 법 위에 있고 미국은 견제와 균형이 없는 나라”라고 지적했다.
미국 평론가 브라이언 크래슨스타인도 “이제 미국이 월드컵 우승을 해도 의구심이 제기될 것”이라며 “트럼프에 감사드린다”고 비꼬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폐지를 추진해온 출생시민권 문제를 들어 이번 사안을 꼬집는 반응도 나왔다.
프리랜서 기자 줄리아 이오페는 “본인이 없애려고 한 출생시민권으로 미국 대표팀 일원이 된 발로건이 없이는 이길 수가 없다고 생각해서 FIFA에 전화를 했다니 아이러니”라고 지적했다.
발로건은 2001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출생시민권으로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 당시 영국 국적의 부모가 뉴욕을 여행하던 중 그를 출산했다.
한편 미국 보수매체 폭스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과 통화하면서 발로건에 대한 징계가 부당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이 해당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기 위해 외부 변호인단을 구성했다고 전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의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32강 미국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경기에서 미국의 폴라린 발로건이 선제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영혜([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