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7일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한후 민주의문 앞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8월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뛰어든 송영길 의원이 외교·안보 현안에 잇따라 목소리를 내고 있다. 6·3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복귀하자마자 미국을 찾은 뒤 관련 메시지를 이어가면서, 외교부 장관 입각설과 맞물려 정치권과 외교가 안팎의 해석이 분분하다.
송 의원은 지난 5일 페이스북에서 “미국 하원 ‘쿠팡 보고서’를 정면으로 반박한 김현정(민주당) 의원께 박수를 보낸다”며 “대한민국의 정당한 법 집행과 국익이 왜곡되지 않도록 김현정 의원과 함께 대한민국의 입장을 적극 알리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같은 날 앞서 “한국의 개인정보 보호, 플랫폼 규제는 국적이 아니라 행위와 시장 지배력, 소비자 보호, 데이터 보호 원칙에 따라 작동한다”는 취지로 미 하원 보고서를 반박하는 자료집을 낸 것을 거론한 것이다.
앞서 지난 1일(현지시간) 공개된 미 하원 법제사법위원회 보고서는 쿠팡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 한국 정부가 “미국 소유 기업에 대한 차별적 공격”을 하고 있다고 규정해 정부가 유감을 표했다.
이를 포함해 송 의원은 6·3 보궐선거 당선 이후 외교·안보 관련 페이스북 게시글만 10차례 올렸다. “지금이야말로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이 앤드류 김의 풍부한 경험과 현실적인 조언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지난달 27일),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이 경제와 교육, 문화는 물론 미래세대 교류까지 더욱 폭넓게 협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지난 2일), “평화가 곧 안보이고, 평화가 곧 경제”(3일) 등이다. 당선 직후인 지난달 23일 곧장 미국을 찾은 행보와 함께 메시지의 무게중심이 외교·안보 쪽에 실리는 흐름이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지난달 23일 조정식 국회의장 특사 자격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스로 역할론을 부각하는 듯한 장면도 이어졌다. 방미 중이던 지난달 25일 워싱턴DC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 행사에선 정부 관계자가 아닌 여당 의원 신분으로 이 대통령의 축사를 이례적으로 대독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21일 라디오에선 “대통령 옆에 가서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고 말했다. 또 문재인 정부 당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외교부 장관을 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면서 당시 추미애 전 장관에 앞서 법무부 장관직을 제안받았지만 고사했다는 취지의 말도 덧붙였다. 이어 “9월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이 있다”며 한·러 관계 복원에 역할을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송 의원의 이런 행보는 정치권 안팎의 입각설을 꺼트리지 않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외교·안보 라인 교체를 두고는 여권 내부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정부가 유럽 방산 시장 개척과 대미 안보 협상 등 중요한 사안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국면에서 한·러 관계를 중시하는 이미지가 있는 정치인을 외교부 장관으로 기용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클 수 있다는 평가다. 정통 외교부 관료 출신인 조현 외교부 장관의 유임설 역시 이런 기류와 맞물려 있다.
이 가운데 송 의원의 최근 발언이 정부 기조와 다소 결이 달라 보일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송 의원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특파원 간담회에서 한화오션의 러시아향 쇄빙 LNG 운반선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 노바텍으로부터 수주한 6척, 총 2조 원 규모의 쇄빙 LNG선을 거의 완성했는데 지금 대러 경제 제재 때문에 인도를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풀지 못하면 “마스가(MASGA) 프로젝트에 투자할 재원이 없어지기 때문에 결국 미국에도 손해”라며 미 측을 설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전이 장기화하는 와중에 여권 유력 정치인이 대러 제재 완화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처럼 들릴 여지가 있는 발언이었다. 이와 관련, 일부 주한 유럽 사절은 송 의원의 발언이 모종의 사전 교감 끝에 나온 것인지 경위 파악에 나서며 불쾌감을 표하기도 했다고 한다. 외교가에선 “러시아 관련 메시지 하나하나가 신중하게 검토되는 시점에 제재 완화 요구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 왜 나오느냐”는 취지의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첫 주한미국대사 후보자로 한국계 미셸 박 스틸(한국명 박은주) 전 연방 하원의원을 지명했다. 백악관은 지난 4월 13일 홈페이지를 통해 주한미국대사 지명 사실을 발표하고 연방 상원에 인준을 요청했다. 사진은 2024년 11월 4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부에나파크에 위치한 선거 사무실에서 미셸 박 스틸 당시 공화당 하원의원이 지지자들에게 연설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지난달 27일 페이스북에 올린 주한 미국 대사 관련 언급도 논란의 소지가 있는 대목이다. 송 의원은 스티븐 비건 전 미 국무부 부장관을 언급하며 “이런 분이 주한 미국 대사로 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고 썼다. 이어 “임명 이후 논란을 반복하기보다, 사전에 양국이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을 추천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적극적인 외교적·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를 두고 이미 임명 절차를 밟은 미셸 스틸 주한 미국대사 인선을 문제 삼은 것으로 들릴 수 있는 언급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사 인선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익명을 원한 한 외교 소식통은 “스틸 대사는 한인 출신으로 한국 정치와 국내 상황에 대한 이해가 깊은 인물”이라며 “미국 보수·MAGA 진영에서 이재명 정부의 대미 기조를 둘러싼 근거 없는 의구심이 여전히 제기되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는 메시지는 한·미 관계에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송 의원의 과거 외교통일위원장 시절 발언들도 다시 거론된다. 송 의원은 2020년 6월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직후 “대포로 폭파 안 한 게 어디냐”고 말했고, 2021년 1월 트럼프 지지자들의 미 의회 난입 사태 뒤엔 미국의 대외 인권·민주주의 압박 기조를 겨냥해 “미국이 한국을 상대로 민주주의와 인권을 훈계할 상황이냐”고 발언해 논란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