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자유위원회 초안 보고서 공립학교 종교 자유 침해 신고 전용 전화·온라인시스템 구축 의료계·군 종교 자유 확대 권고
법무부가 지난달 26일 종교자유위원회가 작성한 초안 보고서를 공개했다. 2025년 설립된 위원회는 미국의 종교 자유 역사와 현황을 담은 보고서를 4일까지 제출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오는 12일까지 국민의 의견을 접수한 뒤 최종 보고서를 확정할 예정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보고서는 기존의 정교분리 개념 대신 '교회와 국가를 연결하는 다리'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수정헌법 제1조는 “의회는 종교를 설립하거나 종교의 자유로운 실천을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토머스 제퍼슨은 제1조를 설명하는 서한에서 교회와 국가 사이에 분리의 장벽을 세웠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5월 행정명령으로 설립한 종교자유위원회는 이 비유를 다른 개념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위원들은 보고서에서 “'교회와 국가 사이의 분리 장벽'이라는 개념은 교회와 국가가 서로 적대적이며 완전히 분리돼 있어야 한다는 잘못된 인상을 줄 수 있다”며 “실제로는 교회와 국가는 서로를 강화하고 지지한다. 종교의 자유는 교회와 국가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한 비유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개념 변화는 현대사의 맥락에서 보면 배경이 더 분명해진다.
냉전 시기 미국 정치권은 소련의 무신론 공산주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은 소련과 체제 경쟁 속에서 국가 정체성에 종교적 요소를 더욱 강조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했다.
소련이 무신론 국가라면 미국은 오히려 더욱 종교적인 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정치권에서 힘을 얻었다. 그 결과 1954년 연방의회는 충성맹세에 '하나님 아래(under God)'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이어 1957년에는 모든 지폐에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다(In God We Trust)'라는 문구를 의무적으로 넣도록 했다.
70년이 지난 지금, 신정국가 이란과 군사적으로 대립하는 상황에서 일부 공화당 인사들은 미국도 종교와 국가의 결합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을 약화하고 민주주의보다 종교적 가치가 정책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보고서의 제안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불확실하다. 위원회의 권고는 정치적 상징성일 뿐이며 실제 입법이나 행정정책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백악관의 공식 자문기구가 교회와 국가를 연결하는 다리를 만들자는 개념을 공식 보고서에서 제시했다는 사실 자체가 정교분리 원칙과 종교자유에서 중요한 변화라는 평가도 있다.
실제로 초안에는 다양한 기관과 분야를 대상으로 한 정책 권고안이 실렸다.
공교육 분야에서는 공립학교 교사와 교직원이 종교 자유 침해라고 판단하는 사례를 신고할 수 있도록 전용 전화나 온라인 신고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또 법무부와 보건복지부가 공동으로 '부모 권리 태스크포스'를 구성할 것도 권고했다.
또 신앙 기반 기관들이 종교적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고도 정부 보조금과 각종 지원 사업에서 다른 기관과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연방 지원 프로그램에서 종교를 이유로 차별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군에서는 국방부가 군 지휘관과 군 법무관을 대상으로 종교 자유 교육을 강화하고 군 내부에서도 종교자유회복법이 온전히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오바마와 바이든 행정부 시기에 시행된 종교 활동과 종교 표현 제한 조치를 되돌리고 군 전투태세의 중요한 요소로 영적 건강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 분야에서는 의료진이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의료행위에 참여하도록 강요받지 않도록 보호 범위를 확대하고 권리가 침해됐을 경우 개인이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연방 정부의 모든 민권 담당 부서와 연방 평등고용기회위원회가 종교 차별과 반유대주의에 대한 조사와 법 집행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빙성 있는 종교 차별 신고에 대해서는 신속한 조사와 기소 일정을 마련하고 필요한 경우 연방 지원금을 차별 시정 여부와 연계하는 방안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