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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아래서] 굴뚝이 있는 교회

Los Angeles

2026.07.0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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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근처 언덕 동네들은 틈만 나면 안개가 비처럼 내려앉는다. 안갯속에서 잠시 숨을 들이켜면 촉촉하면서 차가운 공기가 가슴을 거쳐 머리까지 상쾌하게 하고 돌아 나온다. 하지만 안개라고는 장충단 공원만 생각나는 서울 촌사람에게, 앞차 꼬리조차 희미하게 만들어 버리는 안개는 여간 애를 먹이는 것이 아니다.
 
구름처럼 길거리를 채운 안개를 보고 있자니, 아침에 집 근처 동산에 올라 내려다보던 서울 동네가 생각난다. 기와집들 사이에 공깃돌처럼 초가집이 끼어 있던 그 동네는 안개 낀 이곳만큼 운치가 있었다. 약수터 돌마루에 서서 보면 아침에 굴뚝마다 피어오르던 하얀 구름이 안개처럼 동네를 채웠으니까.
 
물론 간간이 차 시동 소리만 들리는 이곳과 달리 동네는 정겨운 소리들로 가득했다. 집집마다 아침 쌀 씻는 소리, 도마 위 파들이 아우성치는 소리, 해가 엉덩이를 치받았는데 뭐 하냐는 어머니들의 잔소리, 번개탄을 사러 새벽부터 가게를 두드리던 아이들의 발소리. 밋밋하던 지붕이 아침 햇살에 물들고 그 위로 굴뚝 연기가 흐르는 모습은 그대로 한 장의 그림엽서였다.
 
굴뚝은 운치만 있지 않았다. 연기가 오르면 먹을 것이 있고 쉴 곳이 있는 집이었다. 아이들에게 굴뚝은 숨바꼭질 명당이었다. 따뜻한 굴뚝에 기대어 잠들어 버리는 바람에 온 동네가 찾아다닌 적도 있었다. 딱지를 치고, 구슬치기를 하고, 공기놀이를 하던 곳도 굴뚝 옆이었다. 큰 나무 그늘이 없던 아이들에게 서울살이는 굴뚝 아래였나 보다. 모두 굴뚝 아래서 그렇게 저녁노을을 맞이했다. 다시 연기가 피어오르고 “그만 놀고 들어와 밥 먹어라” 소리가 창문을 넘어오면, 그제야 다들 엉덩이를 털며 집으로 돌아갔다.
 
이렇게 정답기도 하지만 굴뚝은 연기에게 길이기도 하다. 아무리 뜨거운 불길도 굴뚝이 없으면 계속 타오르지 못한다. 우리에게 열심은 있고, 아궁이에 나무는 계속 집어넣는다. 예배당은 높아 가고, 사람들은 모여 뜨겁게 하나님을 부르고 설교가 넘쳐난다. 그런데 불은 오히려 사그라지는 것 같다. 자기를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는 일은 희미한 추억의 한 장면이 되었다. 정작 굴뚝이 막힌 것은 아닌가.
 
뜨거운 열정이 불타오르되, 그 곁에 기대어 잠들 수 있는 곳. 연기를 위해 길을 내어주듯 서로서로 길을 내어주는 곳.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까르르거리고, 어른들은 “들어와 밥 먹자” 하는 집. 하늘의 밥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그런 굴뚝이 뚫린 하나님의 집으로 세워져 가면 어떨까.
 
[email protected] 

한성윤 / 목사·나성남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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