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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로이드 CEO 댄 도사 "AI 시대, 불완전함이 경쟁력"

중앙일보

2026.07.0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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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를 누른 뒤 몇 분을 기다린다. 하얀 프레임 안에 사진이 천천히 떠오르는 동안 사람들은 화면 대신 서로를 바라보고, 사진 위에 그림을 그리고, 메시지를 남긴다. 인공지능(AI)이 몇 초 만에 이미지를 만들고 스마트폰이 누구나 완벽한 사진을 찍게 하는 시대다. 그런데 폴라로이드는 오히려 느리고 불완전한 경험을 이야기한다.

신제품 ‘폴라로이드 고(Go) 3세대’ 출시를 맞아 한국을 찾은 댄 도사 폴라로이드 CEO. 사진 김경록 기자

신제품 ‘폴라로이드 고(Go) 3세대’ 출시를 맞아 한국을 찾은 댄 도사 폴라로이드 CEO. 사진 김경록 기자


신제품 ‘폴라로이드 고(Go) 3세대’ 출시를 맞아 한국을 찾은 댄 도사(Dan Dossa) 폴라로이드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24년 폴라로이드 CEO로 합류했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와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에서 25년 넘게 글로벌 브랜드를 이끌었다. 그는 “AI 시대일수록 브랜드의 경쟁력은 더 뛰어난 기술이 아니라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지난 2일 본사에서 방한 중인 도사 CEO를 만나 AI 시대 폴라로이드가 다시 ‘불완전함’을 이야기하는 이유와 한국 시장 전략, 그리고 브랜드가 지향하는 미래에 대해 물었다.

“한국은 핵심 시장…문화적 영향력 커”
폴라로이드는 이번 ‘Go 3세대’ 글로벌 캠페인을 미국과 영국, 한국 세 나라에서만 진행했다. 도사 CEO는 방한 첫날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몰에 마련된 국내 첫 팝업스토어를 둘러봤다.

도사 CEO는 한국을 핵심 시장으로 선정한 이유로 시장 규모보다 젊은 세대의 문화적 영향력을 먼저 꼽았다. 그는 “한국은 즉석카메라 시장 규모가 세계 4위일 뿐 아니라 패션·예술·사진·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젊은 세대가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영향력 있는 시장”이라며 “폴라로이드가 추구하는 ‘지금 이 순간 현실에 집중하는 경험’이라는 브랜드 철학과 가장 잘 맞는 나라”라고 말했다.

폴라로이드는 이번 ‘Go 3세대’ 글로벌 캠페인을 미국과 영국, 한국 세 나라에서만 진행했다.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몰에 마련된 국내 첫 폴라로이드 팝업스토어 모습. 사진 홍성철 PD

폴라로이드는 이번 ‘Go 3세대’ 글로벌 캠페인을 미국과 영국, 한국 세 나라에서만 진행했다.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몰에 마련된 국내 첫 폴라로이드 팝업스토어 모습. 사진 홍성철 PD


실제로 폴라로이드 팝업스토어는 단순한 제품 전시보다 경험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방문객들은 사진을 찍은 뒤 결과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흰 프레임 위에 그림과 메시지를 남기며 사진 한 장을 자신만의 추억으로 완성했다.

도사 CEO는 팝업스토어를 찾은 젊은 방문객들의 모습이 한국 소비자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젊은 세대는 디지털에 가장 익숙하지만 역설적으로 아날로그를 가장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세대”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한국 K팝 그룹 코르티스(CORTIS)의 북미 투어 제목이 ‘PUT YOUR PHONE DOWN’(휴대전화를 내려놓으세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그 사례만 봐도 젊은 세대가 디지털에서 잠시 벗어나 현실의 경험을 찾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아날로그 선호 흐름은 폴라로이드의 국내 판매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폴라로이드는 내부 판매 데이터를 기준으로 올해 한국 시장 판매가 전년 대비 약 40%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구매자의 63%는 20~3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1937년 설립된 폴라로이드는 1947년 랜드 카메라를 공개하며 즉석사진의 시대를 연 브랜드다. 이후 SX-70과 일체형 필름, 600 시리즈 등을 통해 흰 프레임의 즉석사진 경험을 대중화했다. 사진 폴라로이드

1937년 설립된 폴라로이드는 1947년 랜드 카메라를 공개하며 즉석사진의 시대를 연 브랜드다. 이후 SX-70과 일체형 필름, 600 시리즈 등을 통해 흰 프레임의 즉석사진 경험을 대중화했다. 사진 폴라로이드

“불완전함 포용하는 게 폴라로이드”
도사 CEO가 이번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꺼낸 단어는 ‘불완전함’이었다. 서울 팝업스토어 곳곳에 적힌 슬로건 ‘BE PIXEL IMPERFECT’ 역시 ‘픽셀처럼 완벽한 이미지보다 불완전한 순간을 즐기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AI가 이미지를 생성하고 스마트폰이 얼굴을 자동 보정하는 시대, 폴라로이드는 완벽한 결과보다 사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브랜드의 가치로 내세웠다.

그는 “인생은 완벽하지 않고, 완벽한 사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며 “폴라로이드는 불완전함을 부정적인 것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포용하는 브랜드”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지만 폴라로이드는 그것과 전혀 다른 아날로그적 경험을 선사한다”고 했다.

폴라로이드는 단순한 카메라 브랜드를 넘어 사람들이 연결되고 자신을 표현하며 의미 있는 순간을 만드는 브랜드를 지향한다. 사진 폴라로이드

폴라로이드는 단순한 카메라 브랜드를 넘어 사람들이 연결되고 자신을 표현하며 의미 있는 순간을 만드는 브랜드를 지향한다. 사진 폴라로이드


또한 도사 CEO가 주목한 것은 사진의 품질보다 사진을 찍는 맥락이었다. 그는 “디지털 사진 편집이나 AI 이미지 생성은 대부분 화면 앞에 혼자 앉아 있는 고립된 경험”이라며 “반면 폴라로이드를 꺼내는 순간은 대부분 친구들과 함께하거나 야외에서 현실을 즐기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젊은 세대가 다시 아날로그를 찾는 흐름도 디지털 과잉의 반작용으로 봤다. 도사 CEO는 “SNS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공간이어야 하는데 오히려 교류를 줄이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젊은 세대는 디지털 과잉이 신체 건강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폴라로이드를 ‘반(反)디지털’ 브랜드로 규정하는 것은 경계했다. 그는 “디지털을 적절하게 활용해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것에는 전적으로 찬성한다”며 “우리가 반대하는 것은 디지털 자체가 아니라 디지털 과잉”이라고 강조했다.

댄 도사 폴라로이드 CEO는 “한국은 폴라로이드가 추구하는 ‘지금 이 순간 현실에 집중하는 경험’이라는 브랜드 철학과 가장 잘 맞는 나라 중 하나”라고 말했다. 사진 김경록 기자

댄 도사 폴라로이드 CEO는 “한국은 폴라로이드가 추구하는 ‘지금 이 순간 현실에 집중하는 경험’이라는 브랜드 철학과 가장 잘 맞는 나라 중 하나”라고 말했다. 사진 김경록 기자

1940년대 필름 그대로, 가장 작은 즉석 카메라 냈다
한때 파산보호를 신청했던 폴라로이드는 이제 스스로를 ‘돌아온 브랜드’가 아니라 ‘다시 정의된 브랜드’라고 말한다. 도사 CEO 역시 지금의 폴라로이드를 “7년 된 새 회사”라고 표현했다.

디지털카메라의 확산으로 폴라로이드는 2008년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사라질 뻔한 브랜드를 되살린 건 즉석사진 애호가들이었다. 이들은 네덜란드에 남아 있던 마지막 폴라로이드 공장을 인수해 ‘임파서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사진 폴라로이드

디지털카메라의 확산으로 폴라로이드는 2008년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사라질 뻔한 브랜드를 되살린 건 즉석사진 애호가들이었다. 이들은 네덜란드에 남아 있던 마지막 폴라로이드 공장을 인수해 ‘임파서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사진 폴라로이드


1937년 설립된 폴라로이드는 1947년 랜드 카메라를 공개하며 즉석사진의 시대를 연 브랜드다. 이후 SX-70과 일체형 필름, 600 시리즈 등을 통해 흰 프레임의 즉석사진 경험을 대중화했지만, 디지털카메라의 확산으로 2008년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사라질 뻔한 브랜드를 되살린 건 즉석사진 애호가들이었다. 이들은 네덜란드에 남아 있던 마지막 폴라로이드 공장을 인수해 ‘임파서블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이후 폴라로이드 브랜드명까지 인수했다. 현재의 폴라로이드는 이 과정을 거쳐 다시 이어진 브랜드다.

도사 CEO는 “카메라를 다시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7년 전이지만, 폴라로이드 필름의 화학적 원리와 경험은 1940년대부터 이어져 오고 있다”며 “기술은 발전했지만 우리가 지키고 싶은 것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사진이 주는 경험”이라고 말했다.

폴라로이드 고 3세대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즉석카메라 시리즈다. 전작 대비 렌즈 구조를 깊게 해 밝은 환경에서도 선명한 이미지를 담을 수 있고, 플래시 성능을 강화해 어두운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촬영이 가능해졌다. 한 손에 들어오는 크기와 휴대성도 갖췄다. 도사 CEO는 “기능은 발전했지만 셔터를 누르고 사진이 천천히 나타나는 그 경험만큼은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폴라로이드 고 3세대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즉석카메라 시리즈다. 사진 폴라로이드

폴라로이드 고 3세대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즉석카메라 시리즈다. 사진 폴라로이드


도사 CEO는 앞으로 폴라로이드가 더 많은 사람이 일상에서 즐기는 브랜드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전문 사진작가나 예술가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며 “폴라로이드가 더 많은 사람들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 도사 CEO는 자녀 넷의 성장 과정을 모두 폴라로이드 필름으로 기록해왔다고 털어놨다. 스마트폰에는 수천 장의 사진이 있지만, 손에 남아 있는 폴라로이드 사진 몇 장이 훨씬 선명한 기억으로 남았다는 것이다.

폴라로이드는 단순한 카메라 브랜드를 넘어 사람들이 연결되고 자신을 표현하며 의미 있는 순간을 만드는 브랜드를 지향한다. 도사 CEO는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이의 균형을 찾는 데 폴라로이드가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사람들이 지금 이 순간을 진짜로 경험하고 그 기억을 간직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b.피셜
비크닉이 브랜드라는 최고의 상품을 만들어내는 무대 뒤편의 기획자들을 만납니다. 브랜드의 핵심 관계자가 전하는 ‘오피셜 스토리’에서 반짝이는 영감을 발견하시길 바랍니다.




이지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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